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 Korea/여수&순천 Yeosu&Suncheon

여수해양레일바이크 윗길과 마래터널 <여수 가볼만한곳>

8월 24일의 여수 일정은 만성리 검은모래해변-마래터널-향일암-무술목-돌산공원! 이 글은 오늘의 두 번째 일정인 마래터널에 방문한 후기다. 터널 자체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가는 길이 너무 예뻐 꼭 추천하는 장소다.

만성리검은모래해변을 넘어 여수 시내 방향으로 쭉 이어지는 길을 따라 마래터널로 향했다. 바다를 쭉 끼고 길이 이어져 있어 사진찍기 완벽한 장소다!

가는 길에는 예쁜 카페와 펜션도 자리하고 있고...! (솔직히 이 사진 좀 잘 찍힌듯ㅎㅎ)

바다를 끼고 한 3분 정도만 걸어가면 여수해양레일바이크 탑승장소를 만날 수 있다. 혼자여서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안 타고 길 따라 쭉 걸어갔는데, 결과적으로는 이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레일바이크 가는 길 바로 옆으로 길이 뚫려 있어, 굳이 비싼 돈 주고 레일바이크 안 타도 바다 보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

여수는 특이하게 많은 가로수를 야자수로 세워놨다. 덕분에 휴양지 거리 느낌 뿜뿜. 차 타고 슝 지나가면 놓치기 쉬운 여러 부분들을 걸어갈 때에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들 느리게 느리게 하는 거구나...!

사진만 찍기에는 레일바이크 타는 것보다 옆에 나 있는 길을 걷는 게 훨씬 낫다. 바다와 함께 철길과 나무의 모습을 모두 프레임 안에 담을 수 있어 사진이 심심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르막길을 통과하기 위해 죽어라고 바이크 페달을 밟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덤. 이거 보는 거 은근 꿀잼

바다를 따라 길은 쭉 이어진다. 여수해양레일바이크 체험을 한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던 말이 구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는 점이었는데, 옆으로 뻗은 도로를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만끽하는 것이 훨씬 Good Choice가 될 것 같다.

레일바이크와 나란히 이어지는 길이 끝나고 마래터널로 막 들어가기 직전, 눈을 끄는 장소가 하나 있다. 바로 1948년 발생한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역사, 여순사건 당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우익의 학살이 자행된 것을 기리는 장소다. 죄 없는 수많은 주민들이 이데올로기 대립이라는 비극에 휩싸여 어이없게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과거. "죄 있는 사람은 살았고, 죄 없는 사람은 무조건 총살시켜 죽였다"는 한 대한청년단 단원의 증언이 더욱 슬프게 들린다.

이유 없이 부역혐의자로 지목되어 총살당한 무고한 여수 시민들을 기리는 만성리 희생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이데올로기 대립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장소다.

도로 옆에 마련된 희생자 위령비. 집단학살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 일부 주민들은 학살이 자행되었던 장소가 위치한 지름길을 놔두고 일부러 멀리 돌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슬픈 역사다.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지나자마자,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좁고 오래되어 보이는 터널이 하나 등장한다. 여수 원도심과 만성리 인근을 최단거리로 이어주는 이 터널 역시 아픈 역사와 함께한다. 다만 여순사건보다 조금 더 이른 시대의 일일 뿐.

마래터널은 총연장 약 670m, 왕복 1차선으로 설계된 터널이다. 때문에 이곳의 신호체계는 한쪽 방향의 차들이 모두 터널을 통과한 이후 다른 쪽 방향의 차들이 터널을 지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제한최저속도(30km/h)가 설정되어 있다. 한 번 빨간불로 신호가 바뀌면 3분씩이나 기다려야 초록불이 다시 들어오지만, 이곳에서 신호위반은 졀대로 안 된다. 자칫 잘못하다 터널 한가운데서 마주보고 달려오는 차와 마주치면 정말 골때린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신호 반드시 준수하자.

마래터널은 사람이 도보로 걸어서 지나갈 수도 있고, 자전거를 이용해 통과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다만 자전거의 경우 초록 신호 점등 후 전속력으로 빠져나가야 하며, 걸어가는 경우 중간중간 잘 눈치보면서 지나가는 차를 먼저 보내줘야 한다. 무턱대고 지나가다 정말 위험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신경써야 한다.

그런데, 터널 내부가 여느 터널과는 다르게 매우 울퉁불퉁하다. 과거 일제가 한국인과 중국인 노동자를 동원하여 손으로 직접 자연암반을 뚫어 만든 터널이기 때문이다. 결코 짧지 않은 터널을 사람 손으로 뚫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마래터널은 아직까지 그때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과거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킨다.

터널 중간중간 마주오는 차를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설계되어 있다. 2012년 엑스포 개최 전에는 신호등이 없어 마주오는 차를 눈치껏 비켜주는 방식으로 지나다녔는데, 여수가 관광지로 심하게(?) 뜬 후 교통량이 폭증하여 신호등을 설치해야만 했다는 후일담도 있다. 걸어갈 때도 요 대피공간에서 적당히 눈치 보면서 이동하면 좋다.

마래터널을 지나면 곧 여수엑스포역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엑스포장 근처가 아니라, 저 멀리 남쪽에 떨어진 향일암이므로, 진남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돌산으로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