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의 여수 일정은 만성리 검은모래해변-마래터널-향일암-무술목-돌산공원! 이번 글은 오늘의 세 번째 방문지, 돌산 향일암에 대한 포스팅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일출 장소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향일암. 여수 본토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며, 상당한 경사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 정도는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의 경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버스에서 하차한 이후에도 향일암 초입까지는 약 450m의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경사가 매우 심해서 올라가면서 계속 포기하고 싶어지는 길이다... 이 길 옆으로 갓김치를 판매하는 장소들이 쭉 늘어서 있다. 시식하라고 하는 호객행위가 매우 심하니, 원하지 않는다면 단호히 거절하고 앞길만 걸어 올라가자.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뜻을 가진 향일암은 1300여년 전 처음 만들어진 암자다.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라고 한다. 매표를 하고(성인 2,000원) 나면, 향일암까지 올라가는 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길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 길은 평길로 올라가는 길이다. '평'길이라는 말에 혹해 오른쪽 길로 올라갔는데, 말이 평길이지 스키장 슬로프 올라가는 수준의 경사였다.... 워낙 절이 가파른 곳에 있어 평길이든 계단이든 힘든 건 마찬가지였음;;
물론 계단길도 가파른 건 마찬가지. 그냥 여기 올라가려면 마음 비우고 허벅지 고생할 준비 해야 된다...ㅎ
평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직 본격적으로 암자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해바다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365개의 부속도서를 가진 여수인 만큼 저 멀리 보이는 섬들과 망망대해. 날씨가 흐려서 바다가 예쁘게 찍히지 않은 게 아쉽다. 여수 내려온 지 거의 일주일 째인데 하늘 맑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는 것이 함정...
향일암을 끼고 있는 금오산 정상까지 등반하고, 성두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 역시 마련되어 있다. 이러면 반대로 성두에서 올라와 금오산 정상을 찍고, 향일암에 들렀다가 하산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겠지...? 이렇게 고생 좀 하면 향일암 입장료는 아낄 수 있겠다ㅎㅎ. 다만 이렇게 하려면 성두 들어가는 버스 시간표는 미리 확인하고 가자. 109, 114, 116번 버스가 성두를 경유한다.
그래도 산사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길의 경사가 조금은 완만해진다. '조금은'. 근데 비탈길 오르느라 이미 나가떨어진 허벅지 때문에 이런 거 느낄 새도 없이 고통은 죽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게 편할 것이다^^ 여름에 방문한 탓인지 여기서부터 슬슬 벌레가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날벌레면 괜찮은데 벌이 날아다니는 건 좀...
길을 조금 더 올라가면, 향일암 도달 직전이다. 커다란 바위덩어리 사이로 길을 낸 것이 인상적이다.
이건 정면에 보이는 길. 바위 두 개 사이의 미세한 틈으로 길이 나 있는데, 얼마나 좁은지 두 사람이 동시에 길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한 사람이 다닐 때도 폭과 높이가 좁아 조심조심 다녀야 한다. 이런 곳에 길을 뚫은 것 자체가 참 신기하다. 사실 정면에 보이는 길로 가면 내려가는 곳인 줄 알고 안 갔는데, 나중에 돌아올 때 보니까 여기도 향일암 올라가는 길이었음...
여기도 바위, 저기도 바위.. 원래 저런 모습의 돌들이 산에 있는 것도 신기하고, 그걸 피해서 절을 지은 것도 신기하고... 그 오래 전 옛날에 이런 곳에 절을 세울 생각을 어떻게 한 건지 참 신기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지려고 하는 암자와 바다의 모습. 전망대 쪽으로 가면 눈앞에는 정말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해가 뜰 때는 정말 장관이겠구나 싶은 느낌이 확 올라온다.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 그런데, 예쁘기는 한데 굳이굳이 찾아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여수 시내권에서도 이렇게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는 장소들이 꽤 많기 때문. 예술의 섬 장도라든지, 오동도라든지 시내 안에서 찾아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똑같은 바다를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물론 사람by사람.
날이 흐려서 조금 더 그런 느낌을 받은 건가. 물론 바다 바로 옆을 끼고 암자가 나 있다는 것, 좁은 바위틈 사이로 신기하게 길이 뚫려있는 것 생각하면 와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뭐 아무튼. 여기는 아침에 해 뜨는 게 정말 사기급으로 예쁠 것 같으니까. 동틀녘에 올라와서 해 뜨는 것 보고 잠시 앉아 쉬다가 주변 관람 더 하고 내려가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첫차로 와야 되니까 몸이야 좀 힘들겠지만서도...
향일암의 메인 전각의 모습. 예전에는 전각에 금칠을 해서 이것보다 더 화려했었다는데, 2009년 화재로 대웅전과 종각 등이 전소한 이후 다시 지으면서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누구는 과거의 화려함을 그리워하고, 또 누구는 옛모습은 너무 지나쳤다며 복원된 절이 더 낫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개인 주관이라는 창에 덧씌워져 보인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지점.
단청의 모습이 화려하다. 전형적인 한국 절의 특징.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마리의 용 모습이 특이한 것 같다. 솔직히 조금 귀엽다.
이제 뒤쪽 관음전으로 향하기 위해 다시 돌 사이로 위태롭게 나 있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낸 것도 대단한데 애초에 저런 모양으로 바위가 생긴 게 너무 신기하다. 설마 바위를 깎아서 저렇게 만들진 않았을 거 아냐...
사람들도 신기했는지, 바위 곳곳에 동전을 붙여 나름대로의 소원을 빌었나 보다. 가파른 바위에 동전이 떨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딱 붙어있을 수 있군.. 모두가 바라는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관음전에는 사람들이 금색 하트 모양의 종이 비스무리한 것에 소원을 적어 걸어둘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자산공원에서는 나무에 글을 써서 붙이던데, 여긴 금박을 한 무언가에 글씨를 써서 전부 금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게 포인트. 그 뒤로는 드넓은 바다뿐.
과거 이곳에서 원효스님이 좌선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그 원효스님이 맞단다. 향일암이 확실히 유서깊은 고찰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 그나저나 이렇게 멋진 바다를 바라보며 사고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깊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풍경이 정말 끝내준다. 바위와 나무, 절과 바다가 함께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이 참 좋다.
사찰 한 쪽에서는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아무 장애물 없이 뻥 뚫린 바다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땅과 그 땅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다와 함께 담아낼 수도 있다. 곳곳에 항구를 품고 있는 여수시 바다의 모습,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과 항구들의 모습을 높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을 가능케 한다. 사진에서 보이는 장소는 임포마을. 바다와 배, 마을이 참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제 향일암에서 내려올 시간. 올라갈 때 평길에서 너무나 큰 뒤통수를 맞았기에, 내려오는 길은 계단길을 선택했다. 계단길에 훨씬 더 볼거리도 많아서...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올라올 때도 계단으로 왔지;;; 위 사진은 계단길 중간, 등용문을 통과하는 모습이다. 저곳을 지나면 출세에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 주는 등용문. 살짝 지나가 본다.
그리고 등용문을 넘어 연이어 등장하는 세 개의 돌부처상.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명확하다. 해로운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명쾌한 시그널. 작심삼일이 될 걸 알지만 그래도 여기서 한 번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 그러고 보니까 BTS 랩몬이 다녀간 곳이라며?? 당신이 아미라면 이곳에서 인증샷도 살포시 찍고 가시길!
일주문 내려오는 것을 끝으로 이제 향일암과는 바이바이!! 오르고 내려오는 길이 매우 힘들지만, 돌산도에 왔다면 한번쯤은 둘러보기 좋은 곳.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곳. 마지막으로 방탄소년단 팬이라면 절대로 지나칠 수 없는 이곳 향일암. 가을에 오면 단풍 진 모습도 예쁠 것 같다. 나중을 기약하며, 이제 다음 목적지인 무슬목으로 이동!
향일암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 시간표는 위와 같다.(2019년 8월 기준. 시간표는 추후 바뀔 수 있으니 여수시 홈페이지에서 한 번 더 검색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111번, 113번, 116번 버스를 모두 합치면 30분~1시간마다 꼬박꼬박 1대씩 다녀 이동에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116번 버스의 경우 여수시내로 올라갈 때 신기항을 경유하는 우회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20분 정도 더 걸린다. 기왕이면 시간 맞춰서 111번 혹은 113번을 타는 게 낫다.
세 버스 모두 전남 해양수산과학관이 있는 무슬목해변을 경유해서 지나가기 때문에, 여기로 가려면 먼저 오는 버스 아무거나 잡아타고 가면 된다. 무슬목 포스팅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52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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