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동부와 서부를 이었던 서울역 고가도로는 하루 통행량이 약 4만 6천 대에 달하는 서울 도심의 중추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건설되었던 고가가 언제까지나 영원할 수는 없는 법. 2012년 실시된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과 함께 수명이 2-3년밖에 남았다는 판정을 받게 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모티브 삼아 이곳을 공원화하기로 결정한다. 사람길로서의 '서울로 7017'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서울로 7017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서울역 서부 청파로 쪽에서의 진입로 초입이다. 아기자기한 나무들이 모여있으며, 주변은 적당한 높이의 안전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펜스에 기대거나 하는 위험한 행위는 금물.
서울역 쪽으로 더 이동하면, 시민들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설치한 무대가 보인다. 방문했던 날에는 다인조 밴드가 흥겨운 곡을 뽐내고 있었다. 단순한 녹지 공간의 기능에 더하여,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본다.
이윽고, 빽빽한 빌딩 사이에서 서울역을 지나다니는 많은 기차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등장한다. 고가가 철로 위를 바로 관통하는 탓에 안전을 이유로 높은 유리벽이 쳐져 있지만, 매우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 사진찍을 때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는다. KTX 이하 전 등급의 여객열차가 회송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이곳은 서울로 7017의 또다른 사진 포인트다.
철도 사진 포인트를 지나, 회현역 쪽으로 더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빌딩 속에 둘러싸인 숭례문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또다른 사진 포인트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이곳은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서울스러움을 담아내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바삐 움직이는 자동차와 삭막한 고층빌딩 속 아련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숭례문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눈앞에는 이런 푸르른 수목들이 계속 펼쳐진다. 주말인지라 산책 나온 직장인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데 모여 북적북적한 풍경을 연출했다. 보행길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채워질수록 그 가치가 빛나기 마련이다. 처음 조성될 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느덧 어엿한 도시녹지공간으로 발전한 서울로 7017의 모습을 이곳에서 엿볼 수 있다.
서울역환승센터 인근을 완전히 지나, 남대문시장과 회현역 쪽으로 서울로 7017은 계속 이어진다. 어디서 구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켠에 파리지옥이 자라나고 있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독차지한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파리지옥 구경한 게 언제였더라. 잠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곳이다. 이곳을 지나 계속 걸어가 보았다.
위 사진들에서 얼추 짐작이 가듯이, 서울로 7017에는 그리 많은 그늘막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한낮 뙤약볕에 지치기 쉽다는 것. 때문에 길 곳곳에 양산을 무료로 대여해 주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태양을 피하고 싶을 때, 자율적으로 빌려가 길 곳곳에 놓인 회수함에 돌려놓기만 하면 된다. 부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시길.
길은 계속 이어지고 이어진다. 이곳은 고가도로의 마지막 구간에 속해 지상과의 높이차가 없기 때문에, 훨씬 더 큰 수목을 심을 수 있다. 길의 폭 역시 확연히 넓어져,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공간이다. 이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면 회현역 출구가 보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보니, 골목골목의 빈틈 사이로 남산타워가 떡하니 서 있는 풍경이 보인다. 사진으로 담으니 골목길 감성이 충만해 보인다. 약간은 흐린 날씨가 오히려 이런 풍경 사진을 더 돋보이게 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서울로 7017의 얼굴 격이 되는 사진이다. 사람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ll 부분을 마치 사람의 두 다리처럼 형상화해 두었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로 7017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글씨체는 서울서체다. 위 사진에서 쓰인 글씨체는 서울한강체. 깔끔한 디자인이어서 굉장히 마음에 든다.
서울로 7017의 종점은 회현역과 마주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굳이 횡단보도를 건널 필요 없이, 서울로 7017 위에서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 있어 바로 4호선 회현역으로 내려갈 수 있다. 접근성 면에서도 많은 고려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삭막해 보이는 도시 속 초록의 오아시스와 같은 느낌을 전달해주는 서울로 7017. 주변을 지나갈 일이 생기면, 일부러라도 약간 동선을 꺾어 방문해 볼 가치가 충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혼자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좋다. 테이크아웃 음료 하나 손에 들고, 도심 속 녹지에서의 휴식을 즐겨 보자.
Access: 지하철 1호선/경의선 전철 서울역에서 바로.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바로. 서울역버스환승센터 7번 승강장에서 짧은 횡단보도 두 개 건너서 바로.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에서 도보 약 5분.
서울역 서부역에서 진입 시, 서소문교차로 쪽으로 약 3분 정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서울로 7017의 진입로가 보인다. 서울역 서부에서 진입할 경우, 진출입로가 마치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도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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