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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Korea/서울&수도권 Seoul&metropolitan area

<서울을 다시 살리다 02> 상암 문화비축기지, 이제는 석유에서 문화로 <서울 가볼만한 곳>

상암 월드컵경기장 뒤쪽으로 넘어가면 문화비축기지라는 생소한 장소가 나온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는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서울시민의 문화생활 증진에 힘쓰는 공간 중 한 곳으로 성장해나가는 중이다. 1971년 석유 파동 이후 비축유를 저장해두던 탱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위해 용도폐기된 이후 도시재생 작업을 통해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한 것이다. 눈을 휘어잡는 볼거리는 존재하지 않지만, 서울시가 겪은 도시재생의 역사를 집약해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이니 지나가는 길에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곳이다.

입구로 들어가면, 문화비축기지 안쪽으로 들어가는 너른 길이 나온다. 나름 예쁘게 정비되어 있어 산책하기도 좋다. 안쪽의 너른 공터에는 행사 준비를 위해 북적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기름이 나간 자리에 사람들의 향기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의 석유탱크, 그리고 현재의 문화비축기지가 있게 된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팻말이다. 기반 지식 없이 기지에 들어갈 경우 정말 썰렁하다는 느낌만이 들 수 있으므로, 들러 본다면 입구 옆에서 잠시 짬을 내어 설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야트막한 모래 언덕은 아이들의 차지다.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공공공간으로 거듭난 문화비축기지의 모습을 드러내 주는 공간이다. 본격적으로 6개의 탱크 동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T1(1번 탱크)은 벽면을 투명 유리로 꾸며, 석유탱크를 만들기 위해 깎아낸 산의 단면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해 두었다. 거대한 유리벽 너머로 산의 모습이 선명히 보인다.

2번 탱크는 대부분 해체되어, 시민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여준다. 탱크의 벽면을 일종의 무대로 재활용하고, 정면에는 평평한 돌의자들을 깔아두어 관객석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해 두었다. 날씨 좋은 날 야외공연하기 괜찮아 보이는 무대다.

3번 탱크는 탱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두고 있는 곳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길을 걸어올라가면 탱크의 어렴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안전상의 이유로 탱크 내부에 들어가거나 탱크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실제로 올라가보면 굉장히 좁은 철제 계단을 통해서만 탱크 안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출입 통제가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3번 탱크 벽면에 걸려있는, 과거 이곳에서 일했던 근무자의 한 마디. 지금도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이유를 그의 입을 빌려 설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탱크 안이 궁금한 사람들은 4번 탱크로 가면 된다. 이곳은 탱크 내부를 온전히 보존해 둔 곳으로, 이곳에서 과거 석유 배럴들이 가득 저장되어 있는 장소를 상상해볼 수 있다. 조명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사진으로 4번 탱크의 모습을 남기지는 못했다만... 생각보다 크고 넓다. 직접 가 보면 스케일에 놀랄 수도 있을지도.

5번 탱크에서는, 과거 경유와 휘발유를 쌓아두던 곳이 어떻게 시민의 품에 안기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일종의 전시관이다. 외부 관람객의 입장에서 문화비축기지 관광의 핵심 포인트가 되는 곳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과거 이곳에 근무했던 사람들의 각종 흔적들, 그리고 이곳이 도시재생이라는 마법을 통해 시민에게 돌아오게 된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4번 탱크-5번 탱크 사이의 공간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의 전망이다. 우측 앞쪽에 보이는 것은 6번 탱크로, 1-5번 탱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속품을 이용하여 건축한 공간이다. 이곳은 동네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 세미나실 등으로 꾸며져 있어, 상암동 인근 거주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그들만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거주자가 아닌 방문자의 시선에서는 크게 흥미가 가는 곳은 아니었기에, 패스. 왼쪽은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모습이다. 2002년 울려퍼졌던 함성을 어렴풋하게나마 다시 기억할 수 있는 곳. 이렇게 T6까지 돌아보고 나면 얼추 관람이 마무리된다.

행사 준비에 열심인 사람들을 뒤로 하고, 하늘공원으로 이동했다. 크게 눈을 사로잡을 만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늘공원 가는 길에 잠깐 들르기에는 나쁘지 않은 장소다! 하늘공원에 대한 포스팅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23 으로!

Access: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2.3번 출구에서 도보 약 10여 분.

Tips: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시간대 잘못 맞추면 경악할 만한 도심 정체에 휩싸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