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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Korea/서울&수도권 Seoul&metropolitan area

<서울을 다시 살리다 01> 하늘공원, 쓰레기섬의 아름다운 변신 <서울 가볼만한 곳>

 난지도는 참 아름다운 섬이었다. 난초와 지초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지어졌던 그 이름. 서울특별시에 대규모의 인구가 밀집되며 난지도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어갔다. 난지도가 폭증한 인구가 배출하는 대규모의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서울로 흘러들어오는 인구와 그들이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은 정확히 비례했고, 난지도는 점점 생명이 발딛기 어려운 땅으로 변해갔다. 그러다 2002년 월드컵경기장이 상암동에 건설되면서, 버려진 쓰레기섬의 운명은 180' 달라진다. 매립지 폐쇄 이후 서울시가 이곳을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100m가 넘던 쓰레기산 위에 푸르른 수목이 자라기 시작했고, 이제 이곳은 시민들을 위한 드넓은 공원으로 돌아왔다. '하늘공원' 그리고 '노을공원'이라는 아름다운 이름과 함께. 오늘은 난지도의 새로운 얼굴들 중, 하늘공원의 모습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하늘공원 정상부에 올라가려면 발품을 조금 팔아야 한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공원을 만들었기 때문에, 일종의 산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91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버겁다면 대기하고 있는 맹꽁이 열차(탑승요금: 편도 2,000원 왕복 3,000원)에 올라 정상부까지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계단의 풍경이 지루하지 않은 편인지라, 체력이 버텨준다면 걸어 올라가는 것을 더 추천한다.

좁지도 않지만 넓지도 않은 291개의 계단이 쭉 이어진다. 계단 바로 옆에는 꽃들과 시원한 서울 도심의 풍경이 반겨준다. 올라가는 내내 풍경이 심심하지 않아 좋다.

서울의 빽빽한 아파트숲과 빌딩숲, 그리고 한강을 건너는 차량의 행렬, 바로 옆 월드컵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모두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수많은 이름 모를 꽃들이 계단 바로 옆에 피어나 있어 길의 모습이 더욱 예쁘게 느껴진다. 계단 방향이 꺾어지는 곳마다 흐드러진 꽃들과 함께라면, 좋은 포토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계단을 모두 올라가면, 맹꽁이열차의 종착지인 하늘공원 정상부의 모습이 보인다. 조그만한 튤립 밭 뒤로, '하늘공원'이라는 돌 명판이 보인다.

하늘공원 정상에 올라가면, 너른 풀밭과 아기자기한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펼쳐진다. 이곳은 단순히 시민을 위한 휴식처만의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다. 지하에 잠든 쓰레기들이 뿜어내는 메탄가스와 공원에 흩날리는 바람을, 시민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매일 이뤄지고 있다. 탈원전, 탈석탄이 이슈로 떠오르는 현재 친환경적 방식으로 에너지원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큰 울림을 준다. 

지금은 연둣빛 풀로 가득한 들판은, 가을이 되면 억새가 춤추는 곳으로 변모한다. 가을에 이곳에 오면 훨씬 예쁜 모습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단 그만큼 사람 역시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은 참고하시길.) 조금만 더 발걸음을 옮기면, 서울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다다른다.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간을 여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을 담는 것은 언제나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렌즈를 조금 아래쪽으로 돌리면, 난지한강공원에서 각자의 휴식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을 수도 있다. '놀이'와 '일'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신기한 곳이다.

가을에 풀밭이 억새와 갈대로 다시 피어날 땐 정말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뒤로 하고, 다시 291계단을 걸어내려와 하늘공원에서의 휴식을 마무리짓는다. 내려오는 길엔 무릎이 조금 아플 수도 있으니, 편도로 맹꽁이열차 타고 내려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봄 또는 가을에 가면 좋을 것 같은 곳!

Access: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도보 약 10분.

TIPS: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한다. 주차공간이 협소할뿐더러, 가양대교 진입로가 코앞에 있어 최악의 정체 속에 갇히기 십상이다. 둘러보고 시간 남으면 바로 옆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도 잠시 들러보자.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을 압축한 장소 중 한 곳인 이곳에 대한 포스팅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24 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