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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Korea/제주 Jeju

언제 가도 좋은, 비오는날 제주 성산일출봉 무료입장

세화해변을 출발해 201번 버스를 타고 다시 10km 정도를 달려 성산일출봉 입구에 도착했다. 201번이 성산을 찍고 표선 쪽으로 내려가는 차, 성산으로 들어오지 않고 오조 경유해 바로 내리꽂는 차로 나뉘어 일출봉 올 거면 버스 잘 골라타야 한다.

기사님께 물어보는 방법이 제일 확실하니, 버스 탑승 전 꼭 물어보도록 하자. 제주 시내에서 바로 올거면 201번 말고 111, 112, 211, 212번 타는 게 더 빠르다.

아무튼 그렇게 도착한 성산일출봉. 비가 조금씩 내려서 저길 올라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왕 온 거 그냥 가기로 했다.

원래 성산일출봉에는 무료 물품보관함이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임시 폐쇄된 상태여서 짐을 둘 곳이 없었다. 코로나랑 물품보관함이랑 도대체 뭔상관인데

가방에 함덕에서 사온 귤이 한가득 있어서 이걸 어디다 두고 가야만 하는데, 도저히 다른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들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올라가는 길에 당연히 후회 한가득

가방과 우산을 안고 터덜터덜 일출봉 쪽으로 걸어갔다. 코로나 때문인지 무인매표소도 죄다 막아놓아서, 저 앞쪽에 있는 유인 매표창구로 이동했다.

관람료는 25세 이상 성인이 5천원, 24세까지 학생은 2,500원으로 몇 년 사이에 훅 오른 느낌이다. 제주도민은 당연히 무료입장이고, 그린카드 기능이 탑재된 카드로도 무료입장이 가능하니 꼭꼭 챙기자!!!

신검 보고 만들었던 IBK 나라사랑카드로도 이곳에 무료로 들어올 수 있다.(KB는 불가능인 것으로 알고 있음) 국방 강제노역의 대가를 이렇게라도 받아야 하니, 카드 내밀고 공짜 표를 받아서 들어갔다.

저 멀리 우도를 볼 수 있는 무료입장 구역의 데크길. 비바람 때문에 결국 못 갔는데, 날씨 좋을 때 가면 탁 트인 전망이 정말 예쁜 곳이다.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모여있는 성산읍 모습이 뒤쪽으로 보인다. 저 위로 올라가면 항공뷰 급으로 잘 보이니, 여기서 사진 찍으려고 아등바등 안 해도 될 것 같다.

쭉 뻗어있는 길을 따라, 성산일출봉 등산 준비를 시작했다.

20분이면 정상부에 다다를 수 있어 쉽게 느껴지지만, 경사가 꽤나 심해서 체력 나쁘면 안 쉬고 한 번에 절대로 못 올라간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군데군데 쉼터가 있으니 잘 활용하길.

특이하게도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성산일출봉. 정상으로 올라갈 때는 반드시 '등산길' 표지를 따라가야 한다. 왜 동선분리를 해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르막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첫 쉼터가 등장한다.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치기에는 전망이 조금 괜찮았길래, 잠시 머무르면서 비도 피하고 바깥 구경도 하면서 쉬었다.

잠깐 쉬고 다시 올라간다. 여긴 그냥 돌계단 잘 나있는 산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가파르고, 또 울창한 숲으로 쌓여있다.

이름은 봉우리지만, 산속을 걷는 느낌이 충만했다.

올라가는 길에 혼자 우뚝 서 있는 바위가 보였다.

저게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생각하니 자연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존재라는 걸 다시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이다.

바위가 서 있는 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제주도의 작은 시골 마을과 오름들이 펼쳐진다.

돌 있는 곳에는 나무가 시야를 방해해서, 조금 더 올라가서 찍었더니 훨씬 선명해졌다.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찍은 사진. 바위가 체스 말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한눈에 들어오는 성산읍 시가지의 모습. 저 뒤 병풍처럼 깔리는 오름의 모습이 정말 예쁘다.

마을 사진을 적당히 찍다가, 쭉쭉 올라가 정상 직전의 쉼터 쪽에서 잠시 머물렀다. 가방 안에 있는 귤을 좀 까먹고 싶었지만.. 성산일출봉에선 물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취식할 수 없으므로, 꾹 참고 무거운 거 그냥 들고 올라갔...다...

쉼터 앞에서 찍은 광치기해변과 뒤쪽 마을의 모습. 여기도 걷기여행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데, 다음에 날씨 맑은 날에 한 번 걸어봐야겠다.

정상부 도입 직전. 제주도 풍경을 한 번 굽어보고 드디어 성산일출봉 꼭대기에 도착했다.

성인 남자 평균걸음으로 안 쉬고 딱 20분 정도 걸리는 길이지만, 4kg는 족히 나가는 가방과 함께 올라오자니 영 좋지 못했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와서 탁 트인 바다와 너른 분화구 모습을 보니까 힘든 게 어느 정도 사라지긴 했다.

데크길을 따라 성산일출봉 꼭대기를 둘러볼 수 있었다. 길이 아닌 곳으로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

성산일출봉 분화구를 한 바퀴 따라 둘러보고 싶지만, 길이 나 있지 않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긴 저 너머 인간의 손이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는 공간도 필요할 것이다.

너른 분지. 풀과 동물들 말고는 아무것도 저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10분에서 15분 정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수평선 너머를 쳐다보다가 내려갈 채비를 하기 시작. 비가 와서 오히려 더 느낌이 있었던 성산일출봉 정상의 모습.

확실히 꼭대기에 올라오니까 시야가 제일 잘 트이는 느낌. 언젠간 저 멀리 보이는 오름에 전부 올라가보고싶다.

제주 한달살이 대학 졸업 전에 반드시 해보겠어... 여름에 제주대로 학점교류 오면 못할것도 없잖아...??

그와중에 광치기해변 물 정말 맑고 예쁘게 잘 나온다. 흐린 날이었는데도, 제주 바다의 투명함은 숨길 수가 없는, 그런 존재다.

카메라 줌 크게 당겨서 저 멀리 보이는 섭지코지의 모습을 남겨본다. 작년 11월 모의국회 팀원들이랑 왔을 때 들렀던 곳인데, 그간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정말 힘들어서 아쉬웠던 장소다.

2020년 7월 1일부로 섭지코지행 버스 하나 새로 생겼다고 들었는데, 가을에 다시 올 수 있으면 가봐야겠다.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성산일출봉 분화구 모습을 한 번 더 담는 걸 마지막으로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기는 장난이 없기 때문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게 좋다. 무릎 아작나기 딱 좋은 환경이다.

내려오는 길 군데군데에도 주변 경치가 보이는 멋진 포토스팟들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길 가파른거 보이냐?

초록빛 한껏 뽐내는 나무들 사이로 30분 정도를 걸어내려와, 다시 성산일출봉 입구 쪽으로 내려왔다.

바닷바람이 조금 거세게 불어와, 비와 합쳐져서 온몸을 때리길래(...) 멀리 가지는 못하고 저 멀리 우도 모습을 담아보았다.

성산일출봉의 또다른 절경인 사면을 찍고, 황급하게 비를 피해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다 보니... 다시 비가 그치더라고?

버스 시간까지도 한 20분 30분 남았길래, 광치기해변 초입을 살짝 걷다가 성산일출봉입구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광치기해변 쪽에서 담은 성산일출봉의 모습. 이 사진까지만 찍고, 211번 버스 타고 약 1시간을 달려 장마 급으로 비가 몰아치는 제주 시내로 돌아왔다.

시내에서는 신발이 다 젖을 정도로 하루종일 거세게 비가 몰아치길래, 뒷 일정 싹 다 날리고 stay at 숙소 해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는 또 마쳐줘야 하는 일이 있어서 체크아웃 시간을 꽉 채워서 일 보다가, 친구 만나서 점심 먹고 서울로 복귀. 아무튼 상당히 알찬 일정이 되었던 6월 제주여행이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또 제주도에 와서 가보지 못한 곳을 하나하나 도장깨기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다시 일과 여행을 조화롭게 꾸며나가면서, 그날이 오기를 차근차근 기다려봐야지. 6월 제주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