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18 이틀간의 광주 일정 중 가장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5.18 자유공원. 상무지구에 위치해 있어 광주송정역과 가까웠기 때문에, 이곳을 시작으로 해서 시내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그리하여 518 자유공원-전일빌딩 245-양림동 역사문화마을로 이어지는 첫 날 일정을 시작했다. 광주송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김대중컨벤션센터역에 하차해 약 10분 정도 걸어가,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지하철역과 거리가 살짝 있었던 광주 5.18 자유공원. 송정역에서 그리 멀지 않아 3~4명이 같이 온다면 택시 타고 넘어오는 게 가장 좋아 보인다. 특히 더운 여름날에는 걸어오기 정말 힘들다.
상무지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5.18 자유공원. 광주광역시 곳곳에서 5.18 광주항쟁(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광주항쟁 40주년을 맞아 이런저런 행사를 많이 준비하는 것 같았다.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스케일 큰 기념식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을 텐데, 상당히 아쉬웠다.
5월 중순이었음에도 날이 꽤 더워서, 일단은 실내공간인 전시관부터 둘러보았다.
1980년 5월 광주의 수많은 자료들을 잘 전시해 두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볍게 30분쯤 둘러보고 나오려던 계획이었는데,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까 1시간 30분은 훌쩍 지나가 있었다.
실내 전시관과 함께, 야외에서는 과거 헌병대의 모습을 복원한 볼거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5.18 기념공원보다 자유공원이 광주항쟁과 관련된 볼거리가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1980년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쭉 이어지는 타임라인을 보면서 전시관 안쪽으로 이동했다.
날짜별, 시간별로 일목요연하게 광주항쟁의 발생 경황을 정리해둬서 꼼꼼하게 훑어보면 꽤나 유익하다. 내려오기 전 미리 광주항쟁과 관련된 책 몇 권을 읽었는데, 책의 내용들이 깔끔하게 다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광주항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당시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던 5.18 자유공원의 실내 전시관(자유관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음). 읽어볼짐한 자료가 많아 실내 전시관에서만 1시간 넘게 머물렀다.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자료들과
계엄사령관 명의로 광주 시내 곳곳에 뿌려졌던 계엄군 측의 문서들도 찾을 수 있었다.
광주항쟁 당시 시민들이 만들어나갔던 성숙한 공동체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항쟁의 전반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국가권력의 영향력이 제거된 사회에서는 혼란과 무질서가 나타나기 쉬운데(지금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는 시위와 그에 따른 혼란을 생각해보라), 광주에서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인간성의 상실에 맞서 생판 모르는 남들과 연대해 순수한 공동체를 만들어냈다는 것. 그간 어렴풋하게만 다가왔던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의 의미가 조금은 더 명확해졌다고 해야 할라나.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이 각각 이용했던 총기 모형을 보며 급박하게 돌아가던 그때의 상황을 상상해보고
광주 시민들의 피를 간직하고 있는 태극기 자료를 끝으로 실내 전시실 관람을 마쳤다. 이걸 보고도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지는 않겠지 설마
예상보다 매우 탄탄히 구성되어 있던 5.18 자유공원의 실내 전시실이었다. 그렇게 예상 체류시간을 이미 아득히 넘긴 채로, 야외 뙤약볕으로 이동했다.
광주항쟁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전시자료들이 부지런히 설치되어 있었고
KBS는 아예 9시 뉴스 진행용 부스를 만들고 있었다. 새삼 숫자 '0'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40주년은 코로나 때문에 대폭 축소된 상태로 5월 18일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50주년이 더더욱 기다려진다. 10년이나 남았긴 하지만, 그때까지 더 많은 책을 읽고 우리 현대사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품으며 기다리면 조금이나마 빨리 흐르지 않을까.
상무대라고 불렀다나, 아무튼 1980년 5월 당시 헌병대 본부가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계엄군에게 잡혀온 시민들이 집결(?)하는 장소가 되었을 것이고, 때문에 지금까지 보존을 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실 하나하나를 돌면서 많은 생각들에 빠지게 된다.
광주항쟁의 순간순간들을 포착한 사진자료들도 볼 수 있었고
계엄군에게 조사(를 빙자한 고문)을 받던 시민들의 모습과
광주항쟁을 둘러싸고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광주항쟁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단순히 '전두환 개XX'만 외치고 넘어가기에는 제법 묵직한 일이라는 것.
당시 계엄군 내무반을 복원해 둔 모습도 보고, 바깥으로 다시 나갔다.
5.18 자유공원 내부 헌병대 초소를 복원한 건물과 그 뒤로 보이는 광주 홀리데이 인 호텔.
저기 묵으면 아무때나 편하게 자유공원 들락거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숙박비가 상당히 비싸다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동선이 심각하게 꼬였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저번 제주도 여행에서도 그랬고 광주에서도 그러고... 코스 역주행의 저주에서 한 번을 탈출한 적이 없다. 다시 순서 맞춰 가기엔 너무 늦어서, 그냥 다 포기하고 대충 되는대로 돌았다. 구경하는 데 별 문제는 없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5.18 이후 시민들이 보여준 광장민주주의의 사례를 쭉 나열하는 자료실을 지나치고
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을 재판하던 장소인 군법회의실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5.18 생존자와 함께 진행되는 해설 투어에 살짝 끼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980년 광주의 '살아있는 증언'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신선한 경험이었으니, 혹 이곳에 방문한다면 투어를 절대 놓치지 말자!
실제 법정을 쏙 빼닮은 모습으로 잘 구현해두었던 5.18 자유공원. 실내에서 선선한 바람 쐬면서 생존자 분의 증언을 약 15분 정도 경청하고,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5.18 자유공원의 마지막 관람순서로 돌았던 곳은 바로 영창. 당연히 군인들이 아니라 엄한 시민들 가둬둔 곳이었고, 당시 발생했던 창의적일만큼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판옵티콘의 모습을 쏙 빼닮은 반원형 영창의 모습. 돼지우리처럼 빽빽하게 사람들 몰아넣고, 잠을 재우지 않거나 정좌 자세를 이탈하면 무자비한 폭행을 하는 등 시민들에 대한 탄압이 이어진 장소다.
직접 영창 안에 들어가 앉아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 번 들어가서 앉아보시길.
그렇게 예상치 않게 광주 일정의 첫 시작을 상당히 무겁게 장식한 후, 다음 목적지인 전일빌딩이 있는 금남로 쪽으로 이동했다.
다시 지하철역까지 10분 걸어가는데 꽤 더워서 힘들었다. 뙤약볕 그대로 내리쬐는 여름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바로 앞 자유공원 정류장에서 518번, 좌석02번 등 시내버스를 타고 구도심까지 이동하는 게 낫지 싶다.
KTX나 비행기를 타고 광주송정 쪽에 내린다면, 광주 첫 일정을 이곳 5.18 자유공원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의외로 볼거리들이 상당히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고 들러보자. 전일빌딩 포스팅 https://travelife-chan.tistory.com/187 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Korea > 광주&목포 Gwangju&Mokpo'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펭귄마을 (0) | 2020.06.10 |
---|---|
20200517.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245 (0) | 2020.06.07 |
광명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KTX-산천 503 특실 탑승 (0) | 2020.06.05 |
20191228. 시내버스 타고 찾아간 목포신항 세월호 (1) | 2020.01.04 |
목포 겨울 가볼만한곳은 실내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0) | 2020.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