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에 갔다온 걸 이제 올리는 나도 참 대단하다
광주항쟁 40주년을 맞아 5월 17일 광주로 내려가게 되었다. 원래는 7시 40분 열차를 타고 가려 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열차가 감편되어(...) 어쩔 수 없이 꼭두새벽에 내려가야 했다.
출발 20일 전 사전예매를 해서 일반실 정상요금(44,900원)에서 30% 할인받고, 특실 무료 업그레이드 쿠폰 써서 광명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31,400원에 이용했다.
광명역을 오전 06시 05분에 출발해 천안아산-오송-익산-정읍-광주송정-나주역을 경유해 목포까지 운행하는 KTX-산천 503열차. 503?
KTX-산천 503 열차는 용산역을 출발한 뒤로 공주역 제외하고 전역정차해 광주송정까지 약 1시간 35분 정도가 걸린다. 느려도 어쩔 수 없었다. 가격이 쌌으니까...
KTX-산천 열차의 특실은 3호차. 2~4호차를 모두 특실로 운영하는 KTX와 달리 한 열차에 30석~33석만을 특실로 운영하는 KTX 산천의 경우 특실이 일반실보다 혼잡도가 높을 때가 있다.
일반실 텅 비어가는데 특실은 매진되는 경우도 아주 가끔 발생하므로, 혼잡도 높아지는 게 싫다면 생각 잘 해 봐야 한다.
3호차 출입문으로 입장.
코로나 시국을 맞아 생수와 웰컴 스낵키트 등의 특실용품은 셀프서비스로 돌려놨다. (원래는 승무원이 와서 하나씩 나눠주고 간다) 덕분에 몇 개 뭉텅이로 챙길 수 있게 되었...
아침 일찍 출발하는지라, 조간신문 읽으면서 내려가려고 했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구성이 상당히 빈약했다. 조중동 쓰레기만 모아놨다는 말이다
토요판 신문 버리지 말고 그냥 일요일까지 놔두지, 조금은 아쉬운 대목. 조중동을 보느니 그냥 자면서 가는 게 정신건강에 백 배 이롭기 때문에, 신문은 생략하고 객차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KTX-산천의 특실 좌석은 보라색. 원래 이 차종은 강릉선에만 투입되는 신형 차량이었는데, 올림픽 끝나고 나서부터는 가끔 경부, 호남고속선에도 들어온다.
예매 시 특실 좌석이 30석이면 구형 산천, 33석이면 신형 산천이니 참고하자. 좌석이 3석(=1열) 추가되었기 때문에 좌석간격은 구형산천이나 KTX보다 조금 좁지만, 앞으로 발 뻗을 공간은 충분히 있어서 별 불편함은 없었다.
2-1 배열의 KTX-산천(원강산천이라고도 부르더라) 특실 모습. 보라색 시트가 뭔가 촌스러워 보이면서도 또 묘하게 예쁘게 생겼다.
레그레스트 따윈 없고, 목베개도 뭐 있으나마나 한 수준이라 새마을호 일반실보다 편안함이 덜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좁아터진 일반실에 비해서는 시트피치나 좌석 넓이(width) 모두 널널해 상대적으로는 더 쾌적하게 갈 수 있다.
리클라이닝은 약 41'까지 넘어가는데, 우등고속버스보다 조금 덜 기울어진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전동식 리클라이닝이라 스위치만 누르고 있으면 자동으로 의자가 젖혀지는 점은 편했다.
슬라이딩 방식이라 좌석을 끝까지 젖혀도 뒷사람에게 전혀 피해가 없다. 피곤하면 그냥 끝까지 제껴서 딥슬립해도 상관 X.
400번대 KTX-산천(원강산천) 특실의 전반적인 모습. 새벽 열차라 그런지 다들 쓰러진 상태로 광주까지 쭉 가더라고
구형 산천 열차에 비해서 인테리어와 좌석 편안함 정도는 살짝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도 특실은 특실이니까 뭐...
자다 깨다 하다가, 익산 넘어가서부터는 그냥 KTX 매거진 읽으면서 광주송정역까지 쭉 갔다.
테이블 사이즈는 넉넉해서 노트북 올려놓고 일하면서 가기에도 좋다. 다만 좌석간격이 꽤 넓다 보니 타자 두들길 때 자세가 꽤 불편해지는데, 20분 이상 이러다 보면 다 때려치우고 싶어질만큼 불편하다. 그래서 그냥 편안히 앉아서 갔다는...
노트북 쓰면서 내려가야 할 때는 오히려 일반실 좌석이 더 편할 가능성이 높다.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내리려고 하는 찰나, 4호차 연결통로에 자판기가 하나 있길래 찍어봤다.
열차 안이어서 꽤 가격이 센 것 같았다. 물 하나에 1000원은 좀 심했잖아 기차 타기 전 미리미리 먹을 것 준비해서 오는 게 제일 편하다.
KTX-산천 503 열차는 07시 42분 정시에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목포까지 조금 더 달려야 하는 기차를 뒤로 하고, 졸린 눈을 비비면서 아침밥 먹으러 역을 빠져나갔다.
송정역 국밥거리 가는 길에 찍어본 광주송정역.
9시 넘어서 SRT 열차로 도착하는 친구들 만나기까지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뜨끈한 국밥 한 사발 하고, 다시 송정역 대합실에 돌아와서 잠시 쉬었다. 명색이 호남 관문역인데 멤버십라운지 하나 없는 건 상당히 아쉬운 편...
작년 겨울, 목포 가는 길에 탑승했던 KTX 특실 후기는 https://travelife-chan.tistory.com/104 참고. 개인적으로는 구형 산천 특실이 제일 편하지 않나 싶다.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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