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지구를 출발해 금남로에 들어와,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을 시작했다. 일요일에 광주 시내 대부분의 음식점이 문을 닫아버려 식사 장소 찾는 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꽃피어서 상당히 피곤한 상태로 전일빌딩 245에 입장.
전일빌딩 245는 5.18 광주항쟁 40주년을 맞아 올해 새로 관광객들을 맞게 되었다. 1980년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이뤄졌다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장소인데, 상당히 많은 볼거리를 잘 꾸며놨다. 각 잡고 전시를 준비한 느낌이 곳곳에서 폴폴 풍길 정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구 전남도청) 코앞에 붙어있는 전일빌딩 245. 금남로 한복판 교통요지에 자리하고 있어 대중교통 이용해서 찾아가기 전혀 어렵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구 전남도청과 ACC(문화전당), 양림동 문화마을과 묶어서 둘러보기 좋다. 여러모로 접근성 면에서 최상의 위치에 있었던 전일빌딩 245.
금남로 지하보도 16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앞에 전일빌딩 245가 자리하고 있다.
2020년 5월 첫단장을 마쳐 상당히 깔끔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출입자 전원에 대해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여부 확인 이후 1층 로비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층에서는 AR 기기를 활용해 전일빌딩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이런 거엔 그닥 관심이 없어서, 위층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계단을 타고 한 층 걸어올라가면 광주광역시 마스코트와 함께 광주 관광안내소가 나온다.
대책없이 와서 어디를 가야할 지 모르겠다면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가지고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문학 컨텐츠를 뽑아 읽어볼 수 있는 이야기자판기라는 것도 있었다.
점점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슬픈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것들을 지나, 본격적으로 5.18 관련 전시가 있는 고층(8,9,10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어딘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이런 미술품이 걸려있는 곳도 지나고
1980년 5월 전일빌딩 안에서 광주를 지키던 시민군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도 지나갔다.
여기서 방송사 기자들이 엄청나게 큰 카메라 들고 왔다갔다하면서 시민들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지역방송 한켠에 우리도 나왔을라나...?
6~7층이었나. 이 층은 그냥 광주 지역 게임산업 관련 업무공간으로 활용하는 것 같았다. 내렸는데 뭐 아무것도 볼 게 없어서 처음에 약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8층으로 올라오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와 외부 전망대로 나갈 수 있는 구역이 있다.
우리는 8-9-10층 순으로 돌다가 무언가 잘못된 걸 깨달았는데, 원래 동선은 10층에서 시작해 9-8층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이 말할 역주행 본능이 여기서 또 발현된 것(...)
그냥 운명이거니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8층 외부 전망대. 광주시내를 360'로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10층과 옥상에도 야외 전망대가 있고, 여기랑 뷰는 거의 비슷하다.
구도청과 민주광장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뷰. 5월 18일 광주항쟁 40주년 기념식이 이곳에서 거행되어, 민주광장은 사전 준비로 한참 바쁜 모습이었다.
각종 방송사 취재차량까지 얽혀 이날 광장이 상당히 혼잡했던 기억이 난다. 광주가 한국 현대사에 큰 획을 그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11층 야외 전망대로 나오면 좀 더 트인 뷰를 볼 수 있다. 광주역/전남대 방향인데, 높은 건물들에 가려져 전대는 보이지 않았다.
옥상전망대에서 조금 더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구 전남도청과 민주광장. 그리고 그 너머 ACC와 광주 도심부.
카메라 방향을 살짝 틀었더니 저 너머 광주의 영산인 무등산과 조선대학교 캠퍼스의 모습도 보였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건물이 산자락에 붙어있어 처음에 꽤 당황했는데, 지도를 켜서 보니 대학교 캠퍼스였다.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예쁜 건물들인 것 같아서 매우 부러웠다.
양림동과 사직공원 방향으로 찍어본 모습. 저 멀리 야트막한 언덕 위에 십자가처럼 생긴 건물이 사직공원 전망대다. 야경이 그렇게 예쁘다던데, 일정상 시간 빼기가 어려워 결국은 가지 못했다.
가을 단풍철에 다시 오면 정말 예쁠 것 같다. 그때까지는 마음 속으로만 품고 있어야겠다.
전일빌딩 245 한켠에는 광주 여행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작정하고 빡세게 꾸며둔 것 같아서 아주 흡족했다.
5.18 광주항쟁을 기억하는, 일견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에 여행자의 마음을 저격하는 장치들을 설계해 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이 (동기가 무엇이건 간에) 이곳을 찾을테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광주의 기억에도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
전일빌딩245 야외 전망대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 몇 장 더 찍고, 10층에 위치한 실내전시실 안쪽으로 들어왔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광주항쟁,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스토리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10층 입구. 전일빌딩에 가해졌던 헬기사격을 형상화하는 예술작품과 함께 전시가 시작된다.
광주 전일빌딩 245는 아직까지 헬기사격의 흔적을 품고 있다. 10층 바닥과 벽 곳곳에서 총탄 자국을 볼 수 있는데, 발사각을 보아 헬기에서 쏜 것 이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국과수의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벽 곳곳에 박혀 있는 탄흔들. 전일빌딩에 박힌 (현재까지 확인된) 총알의 개수가 245개여서 이곳의 이름이 전일빌딩 245가 되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건물의 도로명주소 역시 금남로 245여서, 묘한 우연의 일치가 발생한 셈이다.
뭐가 되었건 상당한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전일빌딩 245에선 518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 상당히 일목요연하게 요점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사실 헬기에서 총을 쏘았냐 그렇지 않았냐는 부차적인 문제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랬건 그렇지 않았건 신군부에 의한 시민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
그럼에도 전두환 측이 헬기사격을 콕 찝어서 꾸준히 부정하는 등 이에 대한 논쟁이 불붙는 이유는 헬기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공격용 헬기를 광주에 띄우고, 그걸 이용해 시민들에게 총을 쏘았다는 것은 시위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마음이 없었다는 걸 드러내주기 때문이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기울이며 1980년 5월 광주의 타임라인을 따라 9층으로 내려갔다.
5.18과 관련된 새로운 관광명소로 이곳을 꾸미겠다고 정말 마음을 단단하게 먹은 것 같다. 퀄리티와 구성이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들어갈 내용 다 들어가 있는 전일빌딩 245.
당시 광주 시가지에서의 진압 상황을 영상으로 볼 수 있게 구현해뒀다.
이쪽을 쭉 지나서 계속 이동하면, 광주를 왜곡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반박이 이뤄지는 코너가 있다. 이제는 해묵은 북한군 개입설부터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는 폭도설까지, 실증자료를 기반으로 한 일목요연한 반박들이 잘 구성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5.18 관련 가짜뉴스의 최종본좌 격인 전두환 일당의 희대의 망언들을 박제해둔 것을 시작으로
지만원을 비롯한 1세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에 대한 반박과, 새로이 떠오르는 유튜버들의 왕자라던지 윤서인 성제준 부류라던지 폭도설 역시 시각자료를 통해 반박한다.
당시의 생생한 기록들을 지루하지 않게 보면서 그들의 주장이 왜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한눈에 알 수 있게 정말 잘 만들어뒀다. 여기만 들러도 5.18의 전반적인 그림이 다 그려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1호부터 29호까지. 광주광역시 곳곳에 남겨져 광주항쟁을 기억하는 5.18 사적지 리스트를 둘러보고, 5.18 40주년을 맞아 마련된 특별 사진전을 본 후 전일빌딩을 빠져나갔다.
사진 위, 하얀 국화가 올려져 있는. 상당히 인상깊었던 순간. 광주의 슬픔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지점이었다.
물품보관함에서 짐을 찾아, 복잡해진 머리와 함께 전일빌딩 245를 나와 다음 여행지인 양림동 역사문화마을로 걸어서 이동했다.
5.18 자유공원 찍고 바로 이곳으로 넘어와, 여정 시작부터 너무 빡세게 도나? 싶기도 했지만, 그만큼 유익했던 장소였다. 광주 여행을 온다면, 그리고 광주항쟁에 대해 공부하려는 목적으로 이곳에 온다면 전일빌딩 245는 절대, 절대 놓치지 말고 들러보라.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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