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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aiwan/타이베이 Taipei

타이베이 가볼만한곳 도교 사원 즈난궁(지남궁) 관광후기

마오콩 곤돌라 즈난궁 역에서 내리자마자 신기한 정자가 하나 보인다. 처음에는 이게 즈난궁 들어가는 입구인 줄 알고 한참을 헤맸는데, 알고보니 완전히 헛다리 짚은 거였더라...

문제의 정자 문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예쁜데 나무에 둘러싸인 모습이 제법 예뻤다. 시간이 촉박한 게 아니라면 잠깐 휴식을 취하고 넘어가도 나쁠 거 없어 보인다.

즈난궁 역에서 내리자마자 대놓고 정자가 보인다. 정작 즈난궁이 보이지를 않는다. 초행길이라 더 길 찾기가 어려웠다.

지남궁 3대 보전인 능소보전, 순양보전, 대웅보전으로 가려면 사진에 보이는 빨간 데크길로 가면 안 된다. 의도치 않게 산 타다 내려올 수 있으니 주의. 단체여행 온 아이들 틈바구니에 섞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즈난궁 일대의 지도. 즈난궁 둘러보고 다엽고도를 통해서 마오콩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반나절 코스에 이걸 넣는 건 단언컨대 미친 짓이다.

정 다엽고도를 걷고 싶으면 곤돌라 타고 마오콩부터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즈난궁을 거치는 게 이로울 것이다. 여기 엄연한 산이다.

이지카드로 마오콩 곤돌라에 타면 마오콩 투어버스를 무료로 환승할 수 있다고 한다. 현금 내고 탑승한 본인은 조용히 걷는 걸로. 역 근처에 투어버스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어서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이용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즈난궁 역에서 5분 정도 아래쪽으로 걸어내려가니, 3대 전각 중 하나인 능소보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2019년 12월 현재 전각 양 사이드 보수공사 중인지 온전히 모습을 담기는 어려웠다.

지남궁 능소보전의 모습. 스케일부터 시내에 있는 사원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어딜가나 외곽이 땅값이 싸니까... 여기다 사원을 짓고 나니 신기하게도 전염병이 잠잠해져 점점 교세가 확장된 결과라고 한다.

2층, 3층까지 사람이 올라갈 수는 있는 것 같았는데, 뭔가 사람도 없고 올라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바깥에서만 구경했다.

양쪽 끝 탑 부분을 열심히 보수하고 있는 즈난궁의 능소보전. 온전한 모습을 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일단 날씨라도 좋은 걸 행운으로 여기고 돌아다녔다.

여동빈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도교의 상징 비슷한 분 되시겠다. 불교에서 부처님 모시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되지 싶다. 커플이 여기 오면 여동빈의 분노로 헤어진다는 썰이 있다 카더라

즈난궁 능소보전의 정문. 과거 마오콩 곤돌라가 없었던 시절에는 시내에서 1천 개가 넘는 계단을 걸어올라와야 이곳에 닿을 수 있었다.

까마득한 높이에 있다(...) 여기 오면 커플이 헤어지는 이유는 아마 여동빈 때문이 아니라 끔찍하게 높이 걸어와야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두 시간 뒤 본인은 저길 걸어서 내려가는 삽질을 했다고 한다.

저 멀리 타이베이 101의 모습도 보인다. 솔직히 가까이서 볼 때는 그렇게 높은지 체감이 잘 안 되었는데, 멀리서 보니까 자기 혼자 우뚝 서 있는 게 단박에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산비탈에 지어졌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장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면 즈난궁의 메인 전각, 순양보전으로 향하는 지붕 덮인 아름다운 길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전형적인 중국식 가도를 통해 즈난궁의 하이라이트로 서둘러 이동해 본다.

길을 따라 순양보전으로 가는 길. 능소보전의 모습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포토스팟이 등장한다.

타이베이 101에서는 타이베이 101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능소보전의 모습을 온전히 담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와 장소를 옮겨야 한다.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내가 내 인생 밖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누구나 맞닥뜨리는 한계에 복종하는 것도 미덕이겠지.

통로를 따라 쭉쭉 내려가면 어느새 순양보전의 모습이 살짝씩 가까워진다.

가는 길목에 있는 모녀의 동상을 지나쳐, 순양보전으로 직행! 한국이었으면 초록빛 잎은 다 떨어지고 없는 계절인데, 여긴 단풍조차 지지 않았다. 여기에 가을이란 게 있긴 할까

순양보전에서 모시고 있는 여러 도교 신들. 그리고 부처님들. 외관만 보기에는 오히려 능소보전보다 소박하다. 분명 이곳이 본전인데...?

딱 봐도 도교스럽게 생긴 신들의 모습. 아무리 봐도 부처님은 아니다? 그럼 도교다! 신한테 제사를 지낼 때 광천김을 쓰는 걸 보면, 참 한국 김이 맛있긴 한가 보다.

천장을 수놓고 있는 도교판 탱화와 아름다운 조명. 이래저래 꼼꼼히 둘러보면 재밌는 그림들이 많았다.

이건 왜 찍었지...? 아무튼 전반적으로 보면 스케일 큰 용산사라고 생각해도 좋다. 불교와 도교가 조화롭게 혼합된 모습도 이곳에서는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 우리나라 종교계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부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타이베이의 절 사원을 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강한 향. 가까이 가면 냄새가 꽤나 독해서 숨쉬기 힘들 정도였다.

능소보전을 나오면 발코니처럼 생긴 곳이 있는데, 여기서도 타이베이 시내를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밤 늦게 여기 있어도 볼만한 풍경은 많이 나올 것 같았다.

날씨가 좋은 날, 산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언제나 죽여준다. 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어서 여기서 노을까지 보고 가기로 결심했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

멋들어지게 세워진 능소보전 입구를 지나치면서 한 컷. 여길 길 헤메면서 이따가 뺑뺑이돌줄은 몰랐지 한중일 3국의 건축 양식이 참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다시 즈난궁 역 근처로 걸어오니 슬슬 해가 넘어갈 시간이다. 5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나 아무튼 해가 상당히 일찍 지는 것 같았다.

5시 20분.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정말 예쁘다.

개인적으로 이 사진 정말 잘 나왔다고 자신한다. 이것만 보면 솔직히 타이베이인지 동남아 휴양지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

이곳 석양이 정말 아름다우니, 오후 시간에 즈난궁에 가면 꼭 일몰까지 존버타는 걸 추천한다. 타이베이 동물원-마오콩-즈난궁으로 이어지는 하루 코스를 기획해도 좋고, 마오콩-즈난궁 일몰으로 이어지는 꽉 찬 한나절 코스도 좋다. 모로 가든 일몰만 넣자.

해가 기울 무렵, 빠르게 즈난궁을 벗어나 아래로 내려가려 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곤돌라를 또 타기에는 지겨웠다. 솔직히 15분 넘게 타면서 볼 경치는 다 봤다고 생각해서, 100달러나 되는 거금을 또 때려박기에는 살짝 아쉽...더라고?

근데 구글맵을 찍어보니까 걸어서 대만정치대학까지 얼마 안 걸린다고 했다. 그럼 당연히 걸어야지! 하고 바로 길 따라서 하산.

그런데... 길이 온통 공사중이어서 구글맵이 알려주는 길이 막혀있었다. 지도가 실시간 업데이트가 안 되었던 모양(...) 하필 또 애매하게 내려온 지점에서 길이 막혀있어서 다시 곤돌라를 타러 올라가기에도 까마득했다. 그래서 우회로를 필사적으로 찾았다.

즈난궁 주변을 한 세 바퀴는 뺑뺑이돌면서 겨우 찾은 우회로. 내려가는 길 내내 공사 표시가 이어진 걸 보면, 뭔가 대대적으로 정비를 하려나 보다. 체력 반쯤 고갈된채로 내려오는데... 이 길이 경사가 매우 심각했다.

그랬다. 이 길은 바로 과거 곤돌라가 없던 시절 시내와 즈난궁을 이어주던 '그 길'이었던 것이다. 사실 곤돌라 타고 그 경사를 올라올 때 내려가는 길이 험난할 거라고 알아채지 못한 본인 귀책이 가장 크긴 하다.

이 길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쯤 나는 이미 절반 정도를 내려와있었다. 그러니 뭐 어떡해.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그냥 쭉 걸어서 끝장을 봐야지...

주변 풍경이 예쁘다는 거에 그나마 위안을 삼아 아픈 다리를 붙들고 꾸역꾸역 내려갔다. 그러고 본인은 밤에 샹산에 올라갔다고 한다

하산할 때쯤 해는 완전히 기울어가고... 사진과 같은 허름한(?) 마을이 보인다면 산은 다 내려온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나오는 대만정치대학 입구의 대학가에서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고 신이 지구로 넘어갔다.

음... 즈난궁 갔다가 일몰 보고 걸어서 내려오는 거... 뭐 나쁜 경험만은 아니지만, 밤에 샹산 올라갈 생각이 있는 사람들에겐 무조건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날 다리에 알 빡세게 배기는 거 확정이다.

타이베이 동물원 역, 혹은 대만정치대학에서 타이베이 101/샹산 쪽으로 넘어갈 생각이라면, 쓸데없이 돌아가는 지하철보다 고속화도로를 통해 직통으로 쏴주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걸 적극 추천한다. 요금도 절반, 걸리는 시간도 절반이다. BR18번 아니면 GR1번을 타면 한큐에 타이베이 101까지 다다를 수 있다.

그렇게 아픈 다리 붙들고 샹산 올라간 건 다음 포스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