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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aiwan/타이베이 Taipei

타이베이 최고의 야경스팟은 당연 샹산 전망대

타이베이에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어마어마한 입장료가 깨지는 타이베이 101 전망대, 샹산 전망대, 반치아오 신베이 시 청사 등등. 개인적으로 그 중 최고의 스팟은 당연 샹산 전망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산이다 보니 올라가는 게 좀 힘들다. 사실 엿같이 힘들다. 올라갈 때 썅 소리가 나온다 해서 썅산이라는 썰도 있을 정도. 평소에 열심히 하체 근육을 길러뒀다면야 문제없이 올라갈 수 있겠지만, 운동 안 하던 양반이 여길 무턱대고 올라가다가는...

그래도 한 20분 정도만 모기와 함께 고생하면 타이베이 최고의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여유 있다면 올라가는 건 강추.

샹산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MRT 단수이-신이 선의 종착역인 샹산 역에 내려 2번 출구로 올라오면 된다.

2번 출구 바로 앞에 샹산 등산로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영어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다. 등산로 입구까지는 이 표지만 잘 따라가면 문제 없다.

등산로 입구 들어가기 전까지는 무난한 공원길이 이어진다. 여기까지만 보고 에이 샹산 별 거 없네 하다가는 나중에 제대로 피본다.

샹산 역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의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을 보면 슬슬 뭔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이킹하러 올라가는 사람의 설레는 표정과, 하이킹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의 썩은 표정 대비가 상당히 극명한 편.

등산로 올라가기 전에도 타이베이 101의 야경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지. 꿋꿋하게 올라간다.

샹산 역 2번 출구를 나와 500m 정도 생각없이 직진하다가, 이런 안내판이 나오는 장소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여기서부터 슬슬 경사가 보이더라.

밤에도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고, 샹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득실거리기 때문에 길이 전혀 무섭지는 않다.

언덕을 살짝 올라 우회전 한 번 하면, 이제 샹산 등산로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잠깐. 혹시라도 마실 거 안 챙겼으면 주변에서 하나 사든지 해서 챙기는 게 신상에 좋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다가 제대로 피봤다(...) 샹산 위에서는 마실만한 거 파는 데가 전혀 없으니,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 나중에 취업 안 되면 샹산 위에서 얼음물이나 팔아야지

자 이 계단이 바로 샹산 트레일이다. 사진으로 봐도 경사가 더럽게 심하다. 올라가는 20분 내내 이따위 경사가 유지되니, 미리 마음 단단히 먹고 가는 게 이로울 것이다.

호기롭게 한 3분 정도 올라갔나. 힘들어서 좀 쉬려고 뒤를 돌아보는데... 아찔하다. 이걸 이따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어질어질할 정도.

근데 여기서 내려가기는 너무 아깝다. 30초 정도 숨을 고르고 닥치고 올라간다.

한참 올라가다가, 길 오른편으로 '샹산'이라는 한자 조형이 보이면 첫 번째 전망대에 거의 다 온 셈이다. 구수한 욕설 썅이 아니라 코끼리 상 자를 써서 샹산이었구나

중간중간 숨 넘어가는 여행자들을 위한 쉼터가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로 점령당한 상태. 하나같이 넋나간 표정들을 하고 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기엔 내 얼굴도 썩 밝은 표정은 아닐걸?

첫 번째 전망대 도착! 다들 애써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사진을 남기고 있다.

여긴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오롯이 풍경을 담기가 어렵다. 사람 뚫고 앞으로 나가 자리 잡기에도 애로사항이 꽃피기 때문에... 진정한 야경을 원한다면 10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 뭐?

첫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타이베이 101의 야경. 뭐 여기만 해도 충분히 예쁘긴 해서 너무 힘들다 싶으면 사진찍고 바로 내려가도 상관없을수도 있겠다.

카메라 세팅을 조정하니까 사진이 좀 흐리게 나오네... 무튼 첫 번째 전망대에서 이 정도 사진을 남기고, 두 번째 전망대를 향해 오르는 미친 짓을 시작했다.

끝없는 계단이 이어진다. 오후에도 한 번 등산을 해서인지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하고... 이게 샹산 계단인지 천국 가는 계단인지도 헷갈리기 시작할 때쯤 드디어 두 번째 전망대 도착.

아, 두 번째 전망대 올라가는 길엔 조명이 좀 덜하다. 내려갈 때 발 헛디디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 손잡이 잡고 조심조심 내려가야 한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타이베이 101과 시내의 야경. 첫 번째 전망대보다 높이 위치해서 그런지, 훨씬 깔끔하게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올라온 보상심리에 불타올랐다고 해야 하나, 미친듯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

확실히 아까 첫 번째 전망대보다 야경이 훨씬 예쁘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도 첫 번째 전망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덕에, 사람에 치이지 않고 이런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뭔 사진인지 하나도 안 보이겠지만... 바위 위에서 인물사진을 찍어주시는 분도 있다. 얼마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샹산 와서 인생샷 하나 남겨가고 싶은 사람들은 찍고 가도 괜찮을 것 같다.

또다른 바위에 살포시 올라가면 타이베이 101의 모습을 정면으로 담을 수 있다.

확실히 첫 번째 전망대보다 이리저리 사진 찍을 수 있는 스팟도 많고, 구도가 예쁘다. 다만 나무와 바위에 살짝씩 가려지는 게 있는 건 감수해야 한다.

이건 타이베이 시가지의 야경. 신이 계획구 외에는 타이베이 내부에서 그리 높은 건물이 없다 보니, 아기자기하게 빛나는 도시의 야경을 눈에 담을 수도 있다.

카메라가 완전히 야경을 담아내지 못해서 그렇지, 실제로 올라가서 보면 엄청 예쁘다.

나뭇잎에 살짝 가려진 타이베이 101의 모습. 야경 좀 클리어하자고 애먼 나무를 잘라낼 수는 없는 일이니, 그러려니 해야 한다.

줌을 살짝 당겨서 신이 계획구의 고층 빌딩 모습을 담아보았다. 솔직히 내려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예뻤다. 사실 야경이 안 예쁘다고 해도 내려가기는 싫었다

줌을 살짝 더 당겨서 고층빌딩 사진만 골라서 찍고, 이제 하산을 시도할 시간.

막 채비 마쳐서 내려가려는데, 관광객 한 분이 중국어로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핸드폰 내미는 거 아니었으면 뭐라고 하는지도 못 알아들었을걸 솔직히 한국인 대만인 외모 차이가 안 나는 건 사실이라... 여행 막판까지 사진 요청을 영어로 받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

중국어라고는 팅부동 쎼쎼밖에 할 줄 모르는 나는 당연히 떠듬떠듬 photo...? 라고 되묻고, 겸연쩍어진 상대방은 Yes라고 답하는 훈훈한 풍경이 여행 내내 반복되었다는 후문이...

지금 생각해보면 내 사진도 좀 찍어달라고 할 걸 그랬다. 혼자가서 맨날 풍경사진만 찍고 온 게 지금 생각하니까 또 아쉽네.

아무튼 열심히 사진 플래시 터뜨리는 분들을 뒤로 하고, 후들대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샹산을 내려갔다.

보기만 해도 구수한 욕이 절로 나오는 하산길^&^ 보기처럼 정말 쉽지 않았다. 내려오다가 무릎 다 나가게 생겼다...

겨우겨우 다 내려와서 샹산 역으로 내려가 MRT를 타는데 환승이 되어 생각보다 싸게 시먼에 도착했다. 샹산에서 한 두 시간은 있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뭐지...? 힘들면 생각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더라구

흐뭇한 마음으로 리오 호텔 시먼에 도착하해서 샤워하자마자 뻗고 일어나 보니 다음 날 아침... 이제 타이베이에서의 둘째날이 밝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