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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Korea/서울&수도권 Seoul&metropolitan area

지금 하늘공원에는 억새주의보 발령! <서울 가볼만한곳><하늘공원 억새축제>

평화롭던 9월 말의 토요일 낮. 집에만 있기에는 심심해서 지하철 타고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떠나기로 했다. 가을가을한 분위기에 들르기 딱 좋은 서울 마포 상암동의 하늘공원으로 장소는 쾅!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 내려 걸어가는 동선을 짜고, 물씬 피어오른 억새를 만나러 출발!

토요일 낮의 해는 아직까지 뜨거웠다. 하늘공원 위쪽까지 걸어 올라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여 맹꽁이열차를 타기로 했는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해외에까지 인기가 퍼져나갔는지 내외국인이 조화롭게(?) 긴 대기줄을 서 있는 모습이 압권. 맹꽁이열차 수십 대가 쉴새없이 사람들을 실어나르는데도 불구하고 탑승까지 30분 걸렸다. 그 뙤약볕에...

그래도 일행과 함께 와 대기열에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중간에 매점 들러서 살짝 뭐 사오기도 하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면서 나름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당연하겠지만 매점 안에도 사람 몰려서 헬게이트가 연출된다. 가을 하늘공원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점.

맹꽁이열차의 모습. 차 한 대에 약 20명 정도는 탈 수 있는 것 같았다. 평균 배차간격은 5분이라고 되어 있기는 한데, 사람 몰리는 주말에는 그냥 계속 왕복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30분을 기다릴 정도면 사람 얼마나 왔는지 대충 실감이 날 것이다.

맹꽁이열차의 운행시간과 이용요금. 왕복 3천원이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뙤약볕에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는 것보다는 훨씬 인간적인 옵션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겠지 하늘공원 정상부로 올라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날씨 선선할 때 아니면 걸어가다 불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걸어가는 길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도 많지만, 오늘은 날이 좀 심하게 더웠으므로... 맹꽁이열차를 타고 바람 맞으며 쭉쭉 올라갔다.

맹꽁이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오른편으로 보이는 상암지구의 모습. 아파트뿐만 아니라 디지털미디어시티에 높게 솟아오른 빌딩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BUT, 이건 하늘공원에 피어난 억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못 된다. 전망대는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오늘의 메인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보자!

하늘공원 입구부터 예쁜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공원 자체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부대끼면서 다닐 일은 없었다. 다만 억새축제 시작하고 나면 어떨지는 모르는 일 지금도 충분히 예쁘니까 사람들 덜 몰릴 때 일찍 갔다와 그냥

여길 봐도 억새. 저길 봐도 억새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사진만 보면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 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만 해도 반나절은 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한때는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을 지경. 서울의 변신은 어디까지일지 기대가 많이 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 흔적인지, 간혹 꺾여있는 억새들이 보이기도 했다. 간혹 가다 줄기를 완전히 꺾어 억새를 들고 다니는 관광객 분들도 있었는데, 되도록이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눈으로만 즐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흔해빠진 게 억새긴 하지만, 그래도 자연은 자연이니까.

작은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장소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각도 잘 조정해서 찍으면 다른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직 억새와 하늘만을 배경으로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여기쯤 왔다면, 예쁜 사진 하나쯤은 꼭 남겨서 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끝없이 펼쳐진 억새 보는 게 지루해졌다면, 강변으로 이동해 서울 시내와 한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면으로는 난지한강공원 그리고 주말마다 펼쳐지는 헬게이트화된 주차장의 모습이 보인다. 고개를 왼쪽으로 틀면 여의도와 성산대교, 서울 도심의 고층빌딩이 한눈에 들어온다. 봄날도 아닌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치솟아서... 아쉽게 관악산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날이 맑을 때는 저 멀리 관악산 정상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고개를 뒤로 돌리면 펼쳐지는 하늘공원 억새밭과 북한산의 모습. 올라오는 길에 마주친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공원이 너무 붐비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공원이 생각보다 넓기 때문에 주말에도 공원 억새밭 안에서 돌아다니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일단 공원 정상부로 올라오기만 하면 괜찮다. 다만 올라오는 길이 문제니까 그렇지... 다시 말하지만 하늘공원 억새축제 시작하면 이것도 모르는 일이다. 그냥 그땐 사람에 부대낀다 생각하고 돌아다니는 게 마음 편하다.

잘 가꾸어진 억새와 핑크뮬리 밭을 지나 길이 쭉 이어진다. 대포알 카메라를 들고 올라오신 분이 인상적이었다. 가을날의 하늘공원이 출사 명소라는 걸 보증해주는 장면이다. 미세먼지가 없지 않았지만 하늘은 푸르렀기에 사진으로 이날의 기억을 남기기에는 문제없었다. 근데 도대체 왜 10월에 미세먼지가 나쁨인건데

가을 하늘 아래 쭉쭉 자라고 있는 하늘공원 억새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담아보고, 다시 맹꽁이열차를 타고 공원을 내려갔다. 올라올 때보다는 덜했지만 내려가는 맹꽁이열차를 타기 위해서도 줄 서는 것은 필수라는 점 기억하자.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역시 많이 찾는 유명한 장소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기다림은 기본값이다. 그래도 뭐 걸어내려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하늘공원 정상부에도 맹꽁이열차 탑승권 무인발매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걸어 올라왔다가 편도 티켓만 끊고 내려가는 것 역시 가능하다.

주말에 이곳 하늘공원을 찾는다면 절대로 차 갖고 나오지는 말자. 주차공간이 상당히 협소하기 때문에 주차 대기줄에서 소중한 시간 다 뿌릴 가능성이 높다. 인근의 상암월드컵경기장 주차장 역시 각종 행사를 이유로 통제되는 경우가 간혹 있으며, 무엇보다도 심심하면 터지는 주말 서울 간선도로의 정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왔다갔다 스트레스만 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방문하는 편이 낫다.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걸어서 10여 분이면 하늘공원 입구에 닿을 수 있다.

특히 하늘공원 억새축제가 열리는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주변 교통에 헬게이트 열릴 가능성 100%다. 지하철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기억 가득한 하늘공원에서 길이 남을 순간을 간직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