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무 이유 없이 바다가 보고싶어지는 날이 있다. 당일치기로 짧고 굵게 다녀오기 위해서는, 1) 멀지 않아야 하며 2) 물이 맑아야 하고 3) 예뻐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서울에서 두 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머리 식히러 가기 딱이다.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속초해수욕장 바로 옆에서 시작한다. 왕복 거리가 채 2km가 되지 않으며, 심하게 경사진 곳도 없어 걷기 매우 좋다.
바다향기로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드넓은 속초해수욕장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과 깨끗한 바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배의 조합이 제법 신선하다.
산책로는 오른편에는 절벽, 왼편에는 바다를 끼고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자연 그대로와 조우할 시간이다.
바다는 매우 맑다. 동해바다다운 모습이다. 곳곳에 솟아나온 돌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는 심심함을 덜어준다.
산책로를 따라 쭉 이동하다 보면, 작은 몽돌해변을 만날 수 있다. 길 처음부터 끝까지 단조로운 풍경만 있으면 아무리 예뻐도 곧 질리기 마련이다. 산책로 곳곳 이렇게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줘 눈이 심심하지 않았다.
해변이 작아도 몽돌 소리는 선명하게 들린다. 파도가 원체 센 탓에, 돌이 데구르르 구르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다만 해변으로 내려가는 것은 곤란하다!
저 앞에는 롯데리조트 속초의 모습이 보인다. 하루 숙박비가 10만 원이 넘어가는 고급 리조트인데, 객실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예쁠 것 같다. 리조트 건물이 주변 경관을 크게 해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름 잘 지어뒀다는 느낌.
리조트를 넘어가는 길에는, 철책과 군 초소가 보인다. 물론 낮 시간에는 빈 채로 방치되어 있지만, 왜 세워졌었던 것일까. 사실 이곳은 군 작전지역이다. 속초가 북한과 가까이 자리잡은 지역이라는 것은 모두 알 것이다. 때문에 해안경계를 위해 철책과 초소를 세워뒀던 것이다. 때문에 과거 이곳은 당연히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었다. 이곳은 현재 관광 활성화를 위해 65년 만에 개방된 장소다. 긴 세월 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때가 타지 않아 더 예쁜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바다를 배경으로 전망대 하나가 마련되어 있다. 드라마 '남자친구'를 촬영했던 장소여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송혜교와 박보검의 '드라마 속 연애'가 묘한 의미로(?) 조명되는 탓에 더 유명해진 곳이다.
길은 외옹치항까지 쭉 이어진다.
타이밍을 잘 맞춰 가면 속초 유람선과 마주할 수 있다. 유람선 위에서, 바다향기로 위에서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땅 위에서 보는 바다와 배 위에서 보는 땅의 모습은 사뭇 다를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두 방법 모두로 속초를 즐겨 보아도 좋겠다.
길은 곧 종점에 다다른다. 외옹치항 쪽 길엔 짧은 대나무숲이 있어 또 색다른 풍경을 맛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속초해수욕장 쪽 진입로보다 외옹치항 쪽 진입로가 더 예쁘게 꾸며져 있는 것 같다. 사진찍기 딱 좋다.
여기까지 왔다면, 다시 속초해수욕장 쪽으로 되돌아갈 차례. 길이 결코 길지 않으니, 예쁜 바다 풍경을 다시 돌아보면서 천천히 이동하면 좋다. 다만, 내리쬐는 햇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양산은 필수지참품.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쓰는 매너는 필수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영금정보다 속초 바다의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속초에 와서 딱 한 장소만 보고 가야 한다면, 주저없이 이곳을 추천하겠다.
가는 길: 속초해수욕장 바로 옆에 진입로가 마련되어 있음.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서 충분히 걸어올 수 있는 거리!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경우,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서 속초해수욕장까지 오면 된다. 시외터미널에서 여기까지 걸어오기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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