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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Korea/강원 Gangwon

정동진-동해, 묵호-강릉 영동선 누리로호 탑승후기

정동진해수욕장에서 2시간 정도의 일정을 마치고, 동해에 위치한 천곡동굴을 가기 위해 누리로호 기차에 몸을 실었다. 시내버스로는 도저히 이동할만한 거리가 아니라...

다시 돌아온 정동진역. 동해역 방향으로는 하루 10차례 누리로 열차가 다니는데, 13시 30분 기차를 놓치면 다음 차는 16시 30분에 있는 괴랄한 상황이 펼쳐지니 시간표 숙지는 필수.

중간중간 KTX 열차가 섞여들어와 발생하는 일인데, 누리로와 요금 차이가 3배 이상 벌어지면서도 시간 차이는 전혀 없다. 타이밍 안 맞으면 얌전히 동해 일정은 포기하고 정동진에서 더 머무르거나 강릉으로 올라가는 게 속편할듯.

13시 30분 정시에 정동진역에 도착한 누리로 1830열차. 강릉역을 출발해 정동진-묵호를 거쳐 동해역까지 운행하는 셔틀열차다.

정동진역에서 동해역까지의 요금은 기본요금인 2,600원. 강릉-동해 구간(2,900원) 말고는 죄다 기본요금 거리인 40km에 미달해 최저운임만을 받고 운행한다. 수도권 광역버스보다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 나름 혜자인 셈.

파란 도색의 누리로와 동해바다가 제법 잘 어울린다.

정동진역에서 1분만 정차하고 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사진은 이거 하나만 남기고 빠르게 열차에 올라탔다.

깔끔한 누리로호 객차 내부모습. 개별 블라인드가 적용되어 있어 블라인드 내리는 것 갖고 앞뒤 좌석 간 눈치싸움 할 필요가 없어 편했다.

KTX보다 훨씬 넓고, ITX-새마을 뺨칠 정도로 넉넉했던 영동선 누리로호 좌석간격.

시트 자체의 편안함도 무궁화호 따위는 압살할 정도로 좋았다. 무궁화 좌석이 높이가 좀 낮아서 머리를 상당히 애매하게 받히는 부분이 항상 불편했는데, 누리로에서는 그 점이 잘 개선된 것 같음.

누리로 열차는 정동진역을 출발해 제법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가는 길 내내 차창 밖 풍경이 상당히 예뻐 지루하지 않았다.

여객취급을 하지 않는 옥계역을 통과하면, 그때부터는 A열 창문 너머로 바다 뷰가 펼쳐진다. KTX와 마찬가지로 하행선 A열, 상행선 D열 좌석을 예매하면 바다를 잘 볼 수 있다.

옥계를 통과하자마자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너른 동해바다.

여기서 꿀팁 하나. 누리로 열차의 경우 좌석을 회전할 수 있기 때문에, 90도 정도만 꺾는다면 위 사진처럼 차창을 향해 의자를 돌릴 수 있다. 염가판 바다열차 ON

바다 뷰를 쭉 보면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회전하는 좌석 바로 뒷열에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에 돌려야 하는 건 필수. 물론 자리가 꽤 널널한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좌석을 돌린 후의 모습. 바다열차 운행중지 때려도 별로 아쉬움이 없다. 2,600원만 내고 똑같이 바다열차 만들어서 탈 수 있는데 굳이 필요해?

그새 누리로호는 묵호역을 지나 종착역인 동해역으로 향한다.

저 멀리 논골담길과 묵호등대가 보인다.

동해역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바다를 따라 쭉 달리는 누리로 열차.

너른 바다를 뒤로 하고, 도심부로 들어가 동해역에 정시도착했다.

동해역 플랫폼의 모습.

동해역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가는 근성열차 무궁화호의 모습도 보인다.

태백선, 중앙선 무궁화가 죄다 동해 착발로 잘리면서 어느덧 강원도 환승 허브(?)로 등극한 동해역.

태백선을 경유해 청량리로 가는 무궁화, 고속선 경유 서울로 가는 KTX, 영동선 경유 강릉으로 가는 누리로, 중앙선 경유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 열차가 모두 시종착하는 곳이라 확실히 활기찬 느낌이랄까.

위상에 맞게 코레일 강원본부까지 위치하고 있었던 동해역. 이곳을 빠져나와 택시 타고 천곡동굴과 묵호등대를 구경하고, 회센터에 들러 저녁을 산 뒤 묵호역으로 돌아와 다시 강릉행 누리로호 열차를 이용했다.

천곡동굴 포스팅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204 참고하시길.

일정을 마치고 강릉역으로 복귀하기 위해 도착한 묵호역. 동해시에 위치한 작은 역이지만 KTX까지 정차하는 곳이다. 묵호 쪽도 동해역 만만찮게 사람 많이 사는 것 같았다.

덩그러이 놓여있는 승차권 자동발매기에서 강릉행 표를 뽑고, 열차 도착시간에 맞추어 플랫폼으로 나갔다.

작은 역이라 그런지 열차 도착 5분 전에 플랫폼으로 나가는 문을 역무원이 직접 열어준다.

KTX 들어오면서 전반적으로 역을 정비한 모양인지, 플랫폼은 꽤나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강릉까지 우리를 실어다줄 누리로호 열차가 들어오고, 거의 텅 빈 객차에 껑충 탑승!

퇴근시간(18:50분 열차)이었음에도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동해시-강릉시 간 분명히 생활권이 엮여있을텐데, 약간은 아리송했던 부분.

뭐 우리가 탔던 끝 객차에만 사람이 없었던 걸수도 있고.

열차에 독서등을 비롯한 이런저런 편의장치들이 있었지만, 강릉까지 30분 조금 넘게 가면 도착하는 짧은 거리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창문 밖으로 바다 보면서 가면 되니까 쓸 일은 전혀 없었다.

차창 밖으로 이런 그림같은 풍경이 계속 펼쳐지는데, 어떻게 책 따위에 한눈을 팔 수가 있겠느냐고...

강릉행 누리로 열차는 낮에 왔던 정동진역을 다시 찍고, 종착역인 강릉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묵호역 출발하고 약 30여분, 강릉역에 도착해 시내버스 타고 숙소인 선교장으로 바로 직행해서 저녁 먹을 준비 ON. 저녁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져서 밥 먹는 게 일단 좀 급했다. 회에 초장 안 넣어줘서 욕하면서 마트까지 나갔다 돌아온 건 안비밀

아무튼 누리로 덕분에 영동지방 도시 간 이동이 한층 쾌적해진 느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져 증편까지 이루어진다면 최상 아닐까.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