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동해까지 KTX 노선이 새로 개통되면서 정동진과 묵호도 환승 없이 서울(청량리역)에서 1시간 30분대 진입이 가능해졌다. 무궁화 타고 5시간을 달려야 했던 옛날과 비교하면 거의 천지개벽 수준이 된 것.
정동진과 동해를 찍고 강릉으로 올라가는 계획을 세우고, 청량리역을 오전 9시 55분에 출발하는 KTX-산천 881 열차 승차권을 끊었다. 30% 할인해 요금은 일반실 기준 18,700원. 고속버스와 비교해도 별 차이 없는 가격으로 정동진까지 빠르게 이동했다.
남강릉삼각선을 지나 영동선을 타기 시작하면서, KTX 차창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 이곳부터 동해역까지는 기껏해야 열차가 60~70km/h의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바다 구경하면서 가기에 아주 좋다.
강릉의 마스코트인 솔숲을 지나느라 구간구간 풍경이 가려지기도 하지만, 천천히 지나가는 열차 안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
정동진해수욕장 구내로 천천히 진입하는 KTX-산천 881 열차. 이 구간에서 40~50km로 서행하는데, 이게 고속열차인지 관광열차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달린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를 보고 싶다면, 서울발 KTX는 A열 좌석을, 동해/묵호발 KTX는 D열(특실은 C열) 좌석을 예매해야 한다. 주말의 경우 은근히 예매 경쟁이 치열하므로, 빨리빨리 좌석을 선점하는 것이 좋을수도.
그렇게 열차는 천천히 정동진역에 도착했다. 안내방송 만들어둔 게 따로 없어 승무원이 육성으로 불러주는 것 같았다.
청량리역을 출발한지 1시간 37분만에 정동진역에 도착한 KTX-산천 881 열차. 바다와 정말 잘 어울리는 기차가 KTX인 것 같다.
동해까지 도로 정체 없이 2시간 컷을 가능하게 하면서, 어느새 강원과 서울이 일일생활권으로 엮인 느낌. 관광객 수송에 더없이 좋지만, 동시에 지역민을 서울로 끌어들이는 빨대효과 역시 크다는 점에서 고속철 개통이 지방에 유리하기만 한 건가? 하는 의문은 든다.
산업기반 하나씩 있는 게 제일 좋지만, 그게 쉽지가 않으니... 균형발전이라는 게 참 어려운 문제다.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정동진역. 역 구내에서 정동진해수욕장이 바로 보일 정도니 정말 가깝기는 하다.
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꽤나 모여있었다. 슬슬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게 확 느껴질 정도.
역에 도착했으니, 인증사진 하나 남기고 천천히 정동진역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로 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이곳 정동진역에 도착했다면 역명판 바탕으로 사진 남기는 건 필수다. 역명판 배경이 되는 파란 코레일블루 색상과 뒤에 병풍처럼 깔리는 동해바다의 조화는 최고다.
정동진역을 지키고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 바로 뒤가 정동진해수욕장이다.
담을 넘으면 바로 해변이지만, 그 사이를 레일바이크 선로가 가로막고 있어 역에서 바다로 나가려면 200m 정도를 돌아나가야 한다.
오늘의 정동진역을 있게 해 준 주인공이기도 한, 모래시계 소나무(고현정 소나무라고도 부른다).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전까지 이곳은 통일호도 제끼고 가는 시골 간이역이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정동진=관광지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 세대 입장에서는 조금 충격적인 사실이기도 한데, 이렇게 예쁜 역이 예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솔직히 더 신기하다.
아담하고 또 아담한 정동진역 역사의 모습. KTX 정차가 결정된 이후 정동진역 역시 증축한다는 썰이 돌고 있는데, 지금 역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새로 짓더라도 이런 간이역 감성을 포기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바다와 함께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정동진역 선로.
날씨가 맑아서 바다 색감도 더 예쁘게 나왔다. 조금 덥기는 해도 날씨요정이 제대로 찾아와준 느낌.
건널목 위에 올라서서 빠르게 사진 하나 남겨보았다.
정동진역의 경우 플랫폼에서 역사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로를 횡단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철길 위에서 사진 하나쯤 찍을 여유는 있다.
당연히 건널목을 이탈해 선로 위로 올라가는 행위는 불법이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정동진역 플랫폼 한켠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정동진 시비도 지나쳐 보고
소나무 독사진도 한 번 찍어줘봤다.
과장 조금 보태서 굳이 정동진역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볼 거 다 보고 즐길 거 다 즐길 수 있을 정도. 플랫폼 위에서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곳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정동진 레일바이크 바로 옆으로 펼쳐지는 넓은 정동진해수욕장. 정동진역 플랫폼 위에서 이런 뷰가 찍힌다니, 그저 놀라울 뿐...
한국에도 가볼만한곳이 정말 많다는 걸 여기 오면 바로 알 수 있다.
정동진역 역명판(아직 KTX 정차역 반영한 표기 수정은 안 되어 있다. 언젠간 진부역도 추가가 되겠지..?)을 한 번 찍어보고, 역 바깥으로 나가 해수욕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해역으로 가는 누리로 기차가 오기까지는 2시간의 여유가 있어, 바다 보고 밥 먹고 딱 돌아오기로 했음.
맞이방 바깥으로 나와 해수욕장 쪽으로 이동했다.
원래 여기서 동해행 기차표 뽑으려고 했는데, 자동발매기가 없어서 그냥 코레일톡으로 끊어야 했다. 나름 멋진 기념품이 될 수 있는데 아쉬웠다.
작아서 더 좋았던 정동진역을 뒤로 하고, 바닷가로 걸음을 틀어보았다. 정동진해수욕장 포스팅 https://travelife-chan.tistory.com/202 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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