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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Korea/제주 Jeju

1209 제주: 올레길 14코스, 월령리 선인장군락, 월령코지

호텔 체크아웃 하기 전에 날씨가 너무 좋길래 근처 올레길 한 바퀴 돌았다. 선인장 군락으로 유명한 월령리 마을 따라서 천천히 1시간 정도 산책하고 돌아왔다.

제주 올레길 14코스의 중간 지점이기도 한 월령리. 숙소가 근처에 있지 않더라도 202번 버스 타고 쉽게 올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선인장 군락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월령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야생 선인장 군락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 선인장 열매가 백년초인데, 주민들의 쏠쏠한 수입원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들었다.

깔끔한 마을 안내지도.

바닷길 따라서 가볍게 산책하기 딱 좋은 동네다.

동네 곳곳에 관광객을 위한 안내판도 잘 만들어놨다.

월령리 마을은 딱 전형적인 제주도 시골 마을 느낌이 한껏 난다.

올레길 내려가는 길에 마주친 진아영 할머니 삶터. 4.3 사건의 희생자 중 한 분이셨던 할머니를 기리는 공간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이날은 문이 닫혀 있어서 내부로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마을 입구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내려가면 바다가 보이는 길이 시작된다.

이날 12월임에도 불구하고 낮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갔는데, 덕분에 산책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제주 올레길 스탬프 찍는 곳도 있었다.

제주도를 그렇게 자주 오는데 아직 올레길 패스포트는 한 번도 받아보질 않았다. 언젠가는 올레길 쭉 다 돌아봐야지 하면서도 막상 구간당 20km는 거뜬히 넘는 코스 보면 쉽게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사실이라...

월령리 선인장군락 산책로 초입의 모습.

저 멀리 신창풍차해안 모습도 보인다. 풍력발전기 있는 쪽 노을이 그렇게 예쁘다던데, 지난번에 갔을 땐 흐려서 일몰 보는 건 실패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에 언젠가 다시 와야지.

뭐 그렇다고 한다.

월령리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시내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덜 북적인다는 것이다. 애월, 협재 등 유명한 곳들 못지않게 바다 색은 예쁘면서도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조용하게 산책하기에는 이쪽 동네가 딱이다.

이렇게 바닷가 끼고 산책로가 잘 나 있다.

날씨 예보상으로는 흐리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오전에는 간간이 파란 하늘이 보여서 바다 색도 예쁘게 찍혀 다행이었다.

월령리 선인장 군락이라는 이름답게 현무암 사이사이로 곳곳에 선인장이 피어 있다.

이쪽에 있는 선인장은 모두 야생 군락이라고 하는데, 꽤 신기하다.

열매인 백년초도 예쁘게 매달려 있었다.

제주도 기념품 중에 빠지지 않는 게 백년초 초콜릿인데, 얘가 선인장 열매라는 거 처음 알았다.

산책로 걸으면서 딱 든 생각은... 아 여기도 선인장보다는 바다가 메인인데? 하는 느낌.

생각보다 선인장은 막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풍력발전기도 있고 바다 색감이 나쁘지 않아서 오히려 바닷가가 눈에 더 들어왔다.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그림같은 풍경이 있다. 사진 찍기 딱 좋은 스팟들이 여럿 보이는데, 이날은 혼자 가서 인물사진 남길 일은 없었다.

월령리 선인장군락 산책로 중간 지점에 우두커니 놓여있는 정자 하나. 파도 치는 소리 들으면서 생각 정리하기 딱 좋은 곳이다.

원래 계획은 바다 소리 들으면서 2023년 한 해를 정리하는 거였지만... 아침에 늦잠 자서 체크아웃 시간까지 여유가 많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산책만 계속했다.

월령리 선인장군락 산책로의 종점인 월령포구.

이날 바람이 강하지 않은 편이었는데도 파도가 제법 높았다.

부엉이? 갈매기? 암튼 귀여운 새 벽화도 그려져있었다.

여기서 산책 끝마치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자니 좀 아쉬워서, 월령포구 넘어서 바닷가 따라 좀 더 걸었다.

포구치고는 물이 너무 맑아서 찍어본 사진. 물고기 왔다갔다하는 거 진짜 눈에 다 보인다.

포구를 지나 올레길 표시 따라서 쭉 걸었다.

지도 찍어보니까 월령코지라는 곳이 보여서, 여기까지 걷고 호텔 돌아가겠다고 급 계획 수립.

걷다가 개냥이 한 마리 만남. 사진 찍으려고 핸드폰 들이대니까 야옹거리면서 내 쪽으로 오길래 몇번 쓰다듬어줬다.

먹을 거 내놓으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난 아무것도 안 들고 왔단다 ㅜ

월령포구 뒤쪽으로 넘어가는 길.

슬슬 구름이 끼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바다 색깔은 여전히 예뻤다.

홀로 서 있는 풍력발전기. 이쪽 근방이 월령 신재생에너지 시범단지라고 하는데, 아무리 시범단지여도 발전기 딱 하나? ㅋㅋㅋ

근데 이게 포토존 역할 제대로 해준다. 월령리 선인장군락 산책로에서 바다랑 풍력발전기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 예쁘게 잘 나온다.

살짝 걷다 보니 월령코지 도착. 왜 코지라고 부르는지는 아무 설명이 없어서 잘 모른다. 아마 제주어 아닐까?

여기도 일몰 핫스팟 중 하나라고 하는데, 다음에는 시간 맞춰서 해넘이 보러 와봐야겠다.

탑 야무지게 쌓아올린 게 너무 대단해보였다. 바람 제법 많이 불텐데 어떻게 안 쓰러지고 버티는 건지 신기했다.

파도가 가끔 세게 치는 때가 있었다. 이게 아무런 빌드업 없이 갑자기 훅 올라오는거라 바닷물에 바지 젖을뻔함.

바닥이 현무암이지만 경사가 가파르거나 하진 않아서 그냥 운동화 신으면 무난하게 걸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근데 이거 보려고 멀리서부터 굳이 찾아올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주변에 있으면 한번 들러보면 좋은 정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새? 한 마리가 있길래 줌 땡겨서 사진 하나 찍어봤다. 줌 당기면 화질이 깨지지만 더 가까이 갔다가는 날아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음.

보통 저렇게 다리 긴 애들 동네 하천 같은 곳에서만 봤는데, 바닷가에서 본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저 멀리 보이는 비양도 모습 하나 담고 산책 마무리했다.

토탈 1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중간중간 사진 찍느라 쉬어간 것도 있고, 엄청 천천히 걸어서 체력 소모가 크지는 않았다.

올레길은 월령리 넘어서도 비양도 방향으로 쭉 이어진다. 더 걸을까 하다가 체크아웃 시간도 있고 해서 그냥 호텔로 복귀했다.

월령리는 사람도 많지 않고, 바다 색깔이 예뻐서 제주도 서부로 여행 오면 짬 내서 들러보기 좋은 곳이다. 날씨 화창할 때 오면 예쁜 사진 많이 건질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