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일들에 치여 살다가, 부산에 잠시 내려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가보고싶었던 동래온천에 호텔을 잡고, 새마을호 열차를 타고 늦은 밤 구포역에 도착해 지하철 타고 이동했다.
동래온천에 밀집한 수많은 온천호텔 중 내가 선택한 곳은 바로 녹천온천호텔. 적당한 가격에(1박 정가 기준 7만원. 온갖 할인 다 먹여서 나는 52,000원 정도에 예약했다) 무려 개별 방마다 개인탕이 딸려 있는, 극강의 가성비 호텔이었기 때문.
외관만 따지고 보면 사실 그저 그런, 오래된 시설의 호텔 느낌이다. 하지만 객실 내부는 리뉴얼을 해 둔 덕인지 그렇게 낡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호텔 들어가는 입구는 또 용케 예쁘게 리모델링 해뒀다 이거지
체크인했던 때는 상당히 늦은 시간이어서, 반쯤 제정신 아닌 상태로 객실 키 받고 빠르게 방으로 올라갔었다.
그냥저냥 깔끔했던 호텔 로비의 모습. 안마의자는 당연히 유료고, 소파와 의자 몇 개가 있으니 일행과 1층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나눌 공간은 충분하다.
온천호텔답게 호텔 내부에 간단한 마실거리와 먹거리 살 수 있는 편의점도 있었다. 계산은 프론트에서 하는 구조!
다만 밖으로 나가서 걸어서 5분 거리에 GS25를 비롯한 편의점이 많아서, 아쉬운 사람들은 나가면 된다.
아무튼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올라갔다.
주중 3시간/주말 2시간 동안 온천탕 대실도 가능한 것 같았다. 온천이 각 방에 딸려있는 구조라, 프라이빗 온천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었던 구조의 녹천온천호텔.
허름했던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의 모습은 사뭇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가성비 정말 좋았다고 느끼는 순간.
확실히 해운대 쪽에 밀려서 동래온천이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린지 꽤 되어서... 극성수기인 8월 중순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착했다. 수질만 따지면 해운대 뺨칠 정도로 괜찮은 곳이니, 부산여행 시 이곳도 한 번 고려해보자.
배정받은 방은 온돌룸 808호. 카드키를 대고 깔끔한 문을 따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모습은 그냥저냥 평범했다. 시설이 뭐 4성 5성급 호텔처럼 좋은 건 당연히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온돌룸 스케일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수건은 넉넉히 마련되어 있었고, TV 채널도 케이블 수십 개 다 나와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개방형 와이파이를 써서 속도가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는 게 흠. 인터넷 빨리빨리 되는 게 필요한 사람에겐 이곳 부산 녹천온천호텔은 비추다.
장롱 안에 고이 숨겨져 있는 이불 한 세트. 그냥 침대 없는 더블룸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덮는이불도 한 세트여서 트윈베드 효과를 절대로 기대하면 안 된다.
대강 이렇게 생겨먹은 이불. 두 명이 뒤치닥거리면서 자기에는 약간 불편한 사이즈였으니,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두 사람이 방문했을 땐 곱게 트윈룸 예약하시길.
특이하게 1회용품이 꽤 빵빵하게 비치되어 있었다. 냉장고 안 생수와 면봉은 기본이고, 요새는 규제 때문에 잘 주지 않는 1회용 칫솔 치약 세트까지 있었다.
환경 생각해서 이런 것들은 유료로 돌리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따로 들고 간 칫솔이 있어서 이건 손도 안 대고 나왔음.
그리고 대망의 욕실. 녹천온천호텔의 A이자 Z인 개별탕은 의외로 크지 않았다.
한 사람이 들어가면 널찍하게 쓸 수 있고, 두 명 들어가면 약간 좁은 정도....? 아무튼 난 혼자 써서 전혀 불편함 없이 첨벙대면서 잘 놀 수 있었다.
발수건으로 쓰라고 따로 걸이에 수건 쪼가리를 걸어뒀다. 탕을 빼면 시설이 그럭저럭 좋은 건 아니지만, 어차피 여기 온 이상 무조건 입욕은 기본 패시브로 깔고 가니까 별로 상관이 없긴 했다.
온천 원천수를 끌어오기 때문에, 물은 상당히 뜨거웠다. 오른쪽 찬물 호스랑 같이 틀어두면 딱 들어가기 적당한 온도로 맞춰지는 것 같기도.
임금도 왔다가 경탄했다는 썰이 있는 동래온천답게, 수질은 상당히 좋았다. 개별탕이라 코로나 감염 걱정도 없이 편하게 방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언택트 여행지로 여기만큼 적합한 곳도 또 없겠다.
30분 정도 온천욕을 마치고 나와, 창 밖 야경을 잠깐 보다가 친구 만나러 서면으로 나갔다.
인근에 아파트가 많아서 방에서 보는 야경이 꽤 예뻤다. 방 많이 비는 날이면 되도록 고층으로 배정해 달라는 부탁을 남겨보자.
아침에 바라본 뷰. 날씨 끝내주게 맑고, 동시에 끝내주게 더웠다.
천천히 뷰 구경하다가, 약속된 시간에 온라인 줌 회의 한시간 반 정도 하고, 온천욕 한 번 더 하고 체크아웃까지 마쳤다. 평일엔 12시 체크아웃 가능이었는데, 하필 금요일이 걸려서 11시까지 방을 빼야 했기에 조금 촉박하게 돌아간 게 아쉽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회의 마치고, 기어이 목욕 한 번 하고 나온 게 자랑스럽다.ㅋㅋㅋㅋ
체크아웃 후 나가는 길. 바로 맞은편에 호텔에서 같이 운영하는 대중탕인 녹천온천의 모습이 보인다.
굳이 개별탕 딸린 호텔 필요 없다면, 숙소는 인근에 있는 싼 곳 구한 다음에 여기서 온천만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일 것이다.
지하철 타러 온천장역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동래온천노천족욕탕.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는 무기한 운영중지된 상태니, 이용 계획 짤 때 참고하시길.
호텔에서 10분 정도 걸어나가 온천장역에서 지하철 타고 본격적인 부산 반나절 관광을 하러 갔다. 가성비 최고였던 부산 녹천온천호텔. 코로나는 무섭고 휴가는 떠나고 싶고 비용부담도 싫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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