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댓바람부터 용연 쪽 산책을 마치고, 오후에 제주도에 사는 친구와 함께 바다를 보러 가기 전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한 시간 정도 호텔 바로 앞에 있는 관덕정과 제 주목관아를 둘러보기로 했다.
제주도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한옥 건축물인데, 조선시대 탐라지방의 중앙 관아로 사용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요새로 따지자면 제주시청 느낌이었을라나...?
호텔 횡단보도를 건너, 관덕정 앞으로 왔다. 관덕정은 누구나 무료로 들어가 쉴 수 있지만, 바로 옆에 있는 제주목관아 안쪽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다.
서울,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조감도. 그냥 궁궐 축소판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전형적인 조선시대 스타일 한옥 건축물이었다.
그래서 '뭘 제주도 왔는데 입장료까지 내면서 여길 가야 하지...?' 하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분명 많을 터. 육지에서는 과장 좀 보태면 도시마다 한옥이 흔하게 널려있으니까 더더욱 그럴 수 있겠다.
성인(25세~) 1,500원 청소년(~24세) 800원의 입장료가 비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돈 내고 들어가기가 약간 꺼려지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일 터. 하지만 막상 안쪽에 들어가면 꽤나 예쁘다!
제주목관아는 연중무휴, 09시부터 18시까지 문을 열어둔다. 철저한 공무원 시계 밤에는 관덕정과 목관아 담벼락에 예쁜 야경이 펼쳐지니, 근처 지나간다면 한번쯤 들러보길.
BUT 그린카드가 있다면 무료입장 가능! 대한민국 20대 남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나라사랑카드(...)에도 그린카드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무료로 관아 안을 들어갈 수 있었다. 병역의 의무가 좋아지는 순간 IBK 카드만 가능하니 참고.
입장하기 전 옆에 우뚝 서 있는 관덕정의 모습 하나 담아보고 제주목관아 안으로 들어갔다.
여담으로 관덕정 안에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무엇보다 비와 해를 피할 수 있는 완벽한 그늘이라 누구 기다리거나 핸드폰 할 때 상당히 유용하다. 30분 정도 뒹굴뒹굴대면서 시내 구경하면 개꿀
유료구역에 들어가자마자 펼쳐지는 시원한 한옥 뷰.
연못에는 늘 그렇듯이 잉어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매표소에서 잉어밥(...)도 같이 파니까 관심 있으면 한 번 투척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듯...?
생각보다 제주목관아 안이 넓었고, 건물 간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서울 4대궁보다 훨씬 탁 트인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야말로 시내 속의 오아시스 같은 휴식처였다.
건물 한켠에는 조선시대 당시의 관료들 모습을 재현해 둔 모습들이 보인다.
그 옆으로 제주목관아의 역사를 정리한 역사관이 보이길래, 냉큼 들어가봤다. 역사에 대한 관심보다는 일단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 컸기 때문...읍읍
혼자밖에 없었지만 실내 공간은 실내 공간인만큼, 마스크 꼭 끼고 들어가 천천히 둘러보았다. 실내에서는 특히 더 마스크 필수!!
제주목관아를 복원하면서 발굴한 유물들과, 관아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쭉 이어진다. (여기 일제시대에 사라진 후 비교적 최근에 복원된 건물이다)
한국사에 그리 큰 소양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지라... 그냥 눈으로 쓱 훑어보면서 빠르게 지나갔다.
방의 끝부분에는 직접 사또 체험을 해 볼 수 있도록 전통복장을 준비해 두었다. 여름날씨에 이걸 입고 바깥으로 나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므로.... 실내 안에서만 한 번 가볍게 입고 사진 남긴 후에 바깥으로 나갔다.
모자, 바지, 상의 풀세트로 갖춰져 있으니 나중에 가는 사람은 제대로 체험해보시길...! 여름엔 좀 심하게 더워서 쉽지 않다.
역사관을 빠져나와 시내 방향으로 연못과 정문을 찍어보았다.
확실히 한옥이 참 예쁜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또 하나의 문을 넘어 제주목관아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 문 안에서 바깥을 바라본 모습이 정말 예뻤다.
문 자체가 하나의 액자, 프레임이 되어주는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피사체가 되는 앞쪽의 전망도 정말 예쁘게 가꾸어져 있었고, 액자가 되어준 문 역시 멋지게 서 있어서 좋은 전망이 나왔던 것 같다.
한옥이 이래서 참 좋다.
딱 보자마자 이중섭의 '소' 그림이 생각났던 조형물. 제주도 전통 조각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설명은 뭐였는지 까먹어버렸...
예전에는 소 그림이 이중섭만의 독특한 세계관 하에서 나온 것인줄 알았는데, 진짜로 저렇게 생긴 게 있었구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조선시대 수령이 된 것처럼 관아를 한 바퀴 천천히 산책하듯이 돌아보았다. 서울의 빽빽한 궁궐보다 훨씬 여유있는 배치와, 곳곳을 수놓고 있는 녹지 덕분에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정말 어지간한 대저택 부럽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가꿔져 있었던 제주목관아였다.
어딜 가든 빠지지 않는 형틀(...)과 각종 전통놀이를 할 수 있게 꾸며둔 넓은 마당의 모습.
혼자 저런 거 하고 놀다가 미친놈 취급받기 쉬운지라, 그냥 눈으로만 둘러보았다. 사실 저 넓은 제주목관아에 관람객이 나 혼자여서 별로 상관은 없었을...수도...
한옥 관광지 중에서는 흔치 않게, 2층 망루 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제주목관아. 바다 쪽으로는 제주북초등학교가 가리고 있어 전망이 그닥 좋지는 않지만...
반대쪽으로 몸을 틀면 제주목관아와 구제주 시내의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와서 잠시 망루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기 좋다.
10분 정도 바람 쐬면서 쉬다가, 다시 망루 아래로 내려가 남은 부분들 마저 둘러보았다.
화창한 하늘 덕분에 50%는 먹고 들어간 느낌. 확실히 제주도에선 날씨가 맑아야 사진빨이 잘 받는다. 여름엔 그런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뿐
망루에서 내려와 1800~1900년대에 세워진 비석들 구경도 하고
너른 마당에 일정 간격을 두고 세워져 있는 주춧돌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제주시청 공사할 때 발굴된 것들로 예전에 쓰던 어떤 큰 건물의 주춧돌이라나 뭐라나.. 암튼 본래 다른 곳에서 발굴된 것인데, 제주목관아로 옮겨 한꺼번에 전시하고 있다고.
옆에 나 있는 예쁜 정원을 통과하면서 제주목관아 방문을 마쳤다. 나중에 꽃과 열매가 무르익었을 때 여길 걸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덕정 쪽으로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가 짐 정리를 마쳤다.
흔한 한옥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꽤나 특색있고 예뻤던 제주목관아. 구제주 시내버스 대부분이 집결하는 관덕정 정류장에서 걸어서 20초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 역시 최상이니, 제주시에 와서 시간이 좀 남는다면 들러보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점심을 먹고, 친구를 만나 월령리 선인장군락지로 가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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