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KTX와 SRT를 이용하기 위해 광주송정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 지하철을 타자니 시간이 꽤나 걸리고(30여 분 잡고 가야 한다), 버스는 애초에 고려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통근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광주선을 운행하는 통근열차는 단돈 1,000원의 운임으로 광주역과 광주송정역을 오가는 셔틀열차다. 디젤동차 특성상 혼잡도 300%를 찍으며 운행해도 시동을 키는 순간 적자 당첨이지만... 광주시에서 보조금 줘서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듯하다.
통근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숙소를 나와 광주역으로 이동했다. KTX 종착역이 광주송정으로 변경되고 나서, 광주역과 구도심은 급격한 쇠퇴를 경험하는데, 실제로 분위기 역시 이루 말할수 없이 썰렁하다.
다만 적극적인 재생 노력으로 최근에는 활기를 찾아가는 측면도 있기도 하고. 아무튼 광주광역시의 관문 기차역은 이곳이 아니라 광주송정역.
18시 17분에 출발하는 광주송정행 통근열차 2772호.
광주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대부분 광주송정까지 가는 통근열차다. 하루에 약 10회 서울(용산)으로 가는 ITX-새마을, 무궁화호가 운행하고, 그보다 적은 수로 서부경전선을 경유해 목포 방향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하기도 한다.
여객운임표. 북쪽으로는 장성역, 남쪽으로는 다시역까지 무궁화 기본요금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 같다.
광주송정행 통근열차와 고속열차 간 환승이 가능한 시간대를 안내하고 있다. KTX와 환승승차권으로 연계해서 발권하면 100원 싼 900원에 통근열차를 탈 수 있다.
다만, 환승연계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송정역에서 약 30분~40분이 붕 떠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잦아, 환승하면서 시간 다 날려먹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
환승연계 포기하고 하나 앞 열차타고 송정리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고속철도 이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1913 송정역시장 등 볼거리도 많아 시간 보내기도 좋고 하니...
열차 발차시간 10분 전에 승강장에 입장할 수 있다.
시동을 걸고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광주송정행 통근열차. 송정역에 정차하는 고속, 일반열차 환승객 이외에도 통근열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비중도 꽤 높았다.
광주-극락강-광주송정을 운행하는 통근열차 승차권. 보관하기 더 편해서 마그네틱 승차권으로 끊으려고 했는데, 광주역에 승차권 자동발매기가 없어서 실패.
광주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15분만에 주파한다. 70~80km/h로 고속운행하는 구간이 많아 도시철도의 급행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것 같다. 환승이 안 되어서 그렇지 기본요금만 따지고 보면 전철보다 싸다
옛날 느낌을 물씬 풍기는 광주선 통근열차 내부 사진.
10여년 전 경의선에 통근열차 다니던 시절 서울 오갈 일 있을 때 자주 탄 열차였는데, 과거의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겨주는 느낌이었다.
통근열차는 전석 자유석으로 운영되어, 크로스시트와 롱시트 비율이 5:5 정도 된다. 사실 사람들이 그리 많이 탑승하지 않아 항상 자리는 남아돈다.
크로스시트의 좌석간격은 상당히 널널한 편이다. 시트피치만 따지고 보면 KTX도 씹어먹을 정도.
물론 리클라이닝 따위는 전혀 되지 않고, 인체공학적 설계? 그거 먹는건가요 우걱우걱을 시전한 좌석이라 썩 편하지는 않지만, 15분의 단거리이므로 충분히 용서된다.
광주역을 출발해 고속으로 극락강역을 향해 달리는 통근열차. 진행방향 왼쪽 창가에 앉으면 몇초동안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경기장을 볼 수 있다.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 키는 순간 방호벽 너머로 사라져버려서 야구장 사진은 아쉽게도 남기지 못했다.
갑자기 퍼붓는 장대비를 뚫고, 통근열차는 중간정차역인 극락강역에 도착한다. 정기권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꽤나 많이 하차했다.
꽤 예쁜 간이역으로 알음알음 알려져 있는 극락강역. 시간과 날씨 때문에 이곳을 둘러보는 건 다음으로 미뤘다.
열차는 극락강역에 1분 정도 짧게 정차한 이후 광주송정역을 향해 다시 출발한다. 단선인 광주선 특성상 가끔 이곳에서 교행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그때는 정차시간이 조금 늘어나는듯.
그렇게 열차는 비를 뚫고 5분여를 더 달려 종착역인 광주송정에 도착했다. 단돈 1천원에 이렇게 빠르게 구도심에서 외곽으로 이동할 수 있다니. 이건 혁신이다.
통근열차 열번과 행선판. 경원선에서 굴러다니다 멀고 먼 광주까지 끌려온 CDC 통근열차인데, 말년까지 계속 여기서 굴러갈지는 모르겠다.
교통복지 차원에서 지방 곳곳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광주송정역에 내려, 역 근처에 위치한 국밥거리로 들어가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 21시 기차로 광명에 돌아왔다. 국밥거리에 있는 국밥집들 대부분은 평타 이상을 치니, 보이는 데 아무데나 들어가도 상관없다.
가격대도 국밥 7천원대, 순대와 족발같은 안주류도 1만원대로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양과 맛이 푸짐했다. 같이 간 친구들 모두 만족했던 식사였으니 대충 검증은 되었겠지.
그렇게, 짧지만 긴 광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그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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