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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Korea/제주 Jeju

제주도 올레길 18코스를 걷다 (삼양~벌낭~화북~곤을동~사라~제주시)

삼양해수욕장을 출발해 올레길 18코스를 따라 약 10km 정도를 걸어 제주시내로 돌아왔다. 원래는 조천에서 시작해 18코스를 완주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날이 너무나도 더워졌으므로...

18km 전구간 완주는 날씨 선선해지는 가을에나 기대해 봐야겠다.

삼양해수욕장부터는 평탄한 길이 당분간 이어진다. (삼양해수욕장 포스팅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175 참고)

용두암까지 남은 거리 11.7km. 자전거도로를 따라 쭉 이동했을 때 찍히는 거리로, 올레길 따라 걸으면 이거보다 한참 더 멀다.

한낮 태양이 뜨겁기도 했고, 오후에 시내에서 친구 만나야 해서 사라봉까지만 통과하기로 했다.

시내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지만 바닷빛은 정말 예뻤다.

쪽빛 바다 위 예쁘게 서 있던 빨간 등대를 지나 올레길은 쭉 이어진다.

벌낭포구를 지나면, 올레길은 잠시 바다를 떠나 뭍 안쪽으로 돌아들어온다.

제주다운 감성을 여과없이 담아내는 길이 펼쳐지는데, 바다와 제주 마을의 감성을 한데 담아내는 느낌이 나 좋았다.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의 모습. 4월에 왔을 때는 백록담에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는데, 이제는 초록초록한 모습만이 남아있다.

날씨도 어느새 확 더워진 느낌이랄까. 여름 오는 거 금방이구나...

다시 길은 바다와 나란히 이어지고, 화북포구 쪽으로 넘어온다.

화북포구에서 제주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들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마을을 통과해 쭉 이어지는 길. 제주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올레길 18코스의 모습이다.

올레길 한켠에서 발견한 별도연대. 봉수와 함께 연락망을 담당하던 군사시설이라고 한다.

날이 더워서 굳이 위쪽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위에 올라가면 바다 전망 참 예뻤을 것 같다. 가을에 다시 오면 올라가봐야겠다.

여기서 마주친 간세. 이 녀석의 머리 방향이 가리키는 곳이 정방향, 꼬리 방향은 역방향이다.

즉 나는 또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것. 사실 정해진 방향이 있는 게 아니어서 역방향으로 돌아도 별 문제는 없긴 하지만, 그래도 길 찾는 게 살짝 더 어려울 수 있다. 어쩐지 중간중간 길이 좀 끊긴다는 느낌이 있더니만....

머리 위에서는 계속 비행기가 지나다닌다.

시내 쪽으로 더 가까이 갈수록 비행기 고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똑같이 줌을 당겨도 훨씬 크게 렌즈 안으로 들어온다.

올레길 18코스를 쭉 따라와서 화북포구를 완전히 벗어났다.

이곳까지는 길이 상당히 평탄하게 나 있어 걷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물론 날씨가 좀 많이 더워서 힘들기야 했지만...

계속 걸어 곤을동 마을을 통과한다. 앞쪽으로 제주항과 국제여객선터미널이 막 보이려고 한다.

여기가 화북비석거리였나. 올레길 바로 옆에 누군가가 자신의 수석 정원을 개방해뒀다.

여행자를 위해 안뜰을 개방해준 누군가의 선행에 감사하며, 이곳에서 잠시 수석을 둘러보며 쉬다가 다시 시내 쪽으로 열심히 걸어가기 시작!

별도봉과 사라봉을 코앞에 두고, 예쁜 바다가 눈앞에 쭉 펼쳐진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바다 뒤에 숨겨져 있는 4.3 사건이라는 슬픈 이야기.

본디 이곳에는 곤을동 마을이라는 부락이 있었으나, 4.3 사건 와중 군경의 학살로 마을이 통채로 초토화되었다고 한다. 한국 현대사의 아픈 획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은 터만 남아있는 그 마을을 기억하고 보존하고 있는 것.

광기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4.3 기념관 포스팅 하나 달아서 거기서 길게 이야기하겠다.

씁쓸한 마음으로 곤을동 유적을 뒤로 하고 걷다 보면 제주시로 넘어가는 길목인 별도봉과 사라봉 입구가 보인다. 이 두 봉우리만 넘으면 시내로 진입할 수 있는 것.

두 봉우리가 서로 붙어있어서, 한꺼번에 넘어갈 수 있다. 별도봉/사라봉 포스팅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177 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