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3/7 바르셀로나의 기록 9.
3월의 첫째 주 일요일은 바르셀로나의 많은 관광지를 무료로 개방하는 날. 구엘 저택 역시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우연히 여행일자가 겹쳤기에,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해 필수 코스로 넣었다. 구엘 저택의 무료입장 시스템은 매우 단순하다. 예약 제도 없이, 당일 매표소에서 줄을 서 선착순으로 티켓을 받아가는 구조. 때문에, 티켓오피스는 10시에 오픈하지만 사람들의 줄은 9시가 넘어서부터 길게길게 늘어서 있는 충격적인 장면을 볼 수 있다.
9시 15분에 구엘 저택 앞에 도착했는데, 이때 이미 내 앞에 3-4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슬쩍 맨 앞 그룹의 사람들을 보니 어김없이 아시아계 사람들. 구엘 공원에서도 느꼈듯이, 아시아인들 참 부지런하구나 하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ㅋㅋㅋㅋㅋ 이제 45분 동안 기다려야 했는데, 친구와 함께 있어서 서로 번갈아가면서 주변 사진도 찍고 가볍게 뭐 좀 먹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기다리면서 찍은 구엘 저택의 정문! 중앙부의 철제 장식은 카탈루냐 주의 깃발을 상징한다고 들었다. 역시 굉장히 섬세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가우디의 무한한 능력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때는 9시 20분이 조금 못 미쳤던 시간. 줄은 점점 더 길어져 간다.
9시 40분쯤 되었을 때 찍은 사진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 3월은 나름 비수기에 속한다. 극성수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수의 관광객이 방문함에도 불구하고, 저 오른쪽 끝의 차 뒤에까지 사람이 쭉 늘어서 있다. 저쯤되면 10시 입장은 꿈도 못 꾼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시간대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늦게 가면 피볼수도 있다. 더더욱, 첫째 주 일요일의 경우 다른 매력적인 무료입장 관광지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한 일찍 가서 개장하자마자 구엘 저택을 둘러보는 것이 현명하다!
10시 땡 하면 티켓오피스가 문을 열고, 사람들이 하나둘 티켓을 받아가기 시작한다. 내 앞의 3-40명이 티켓을 받는 데 약 15분 정도가 걸렸으니, 열 시 거의 다 되어서 줄을 선 사람은 역시 기본 한 시간 넘게 대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즉, 9시에 오나 10시에 오나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똑같다는 말이니, 일찍 와서 원하는 시간에 바로 입장하는 것이 백 배 천 배 낫다. 사진 속 티켓은 아쉽지만 검표원이 걷어간다. 기념품으로 챙겨가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자기들이 수거해야 한다고 하더라. 관광지 입장권은 훗날 여행의 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이 된다는 차원에서, 약간 아쉬운 부분! 그래도 공짜로 들여보내주는 게 어디냐는 위안을 가지고, 구엘 저택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오호라... 무료로 가이드맵과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해 준다! 한국어는 제공되지 않아 영어로 설명을 들어야 하지만, 오디오 가이드 무료로 대여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 또 감사하는 부분. 또 나름 설명이 탄탄하게 되어 있어서, 꼼꼼하게 잘 돌아보도록 도와준다. 정말 잘 썼다!
지하실 쪽으로 내려가면서, 저택의 윗쪽 부분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영락없는 평범한 집의 사진이다.
이곳은 지하실. 버섯과 비슷한 구조의 기둥이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구조로, 최대한 많은 공간활용을 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이런 것들을 설계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하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구엘 저택의 미니어처. 골목길 안쪽에 집이 툭 서 있는 구조여서, 어지간한 광각 렌즈가 아니라면 카메라에 구엘 저택의 전체 모습을 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미니어처로 전시해 놓아 집이 생긴 대강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크고 높은 모습에 놀랐다. 이제 지하실을 나와 지상으로 올라가자!
이러한 모습의 방들과 응접실, 침실 등등이 쭈욱 이어진다. 눈에 띄게 화려한 구성은 아니었지만, 그랬기에 더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방들을 조금 둘러보니, 테라스로 나가는 길이 펼쳐졌다.
테라스 맞은편에는, 놀랍게도 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가정집들이 있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집 바로 맞은편에 하루에도 수천 명이 들락거리는 관광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매일 신경쓰면서 집을 깔끔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을 느낄 수도 있고, 아니면 남이 보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나 하고싶은 대로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 아무래도 후자 쪽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바로 맞은편 주택에서 대놓고 햇살을 쬐며 일광욕을 하시는 분이 계셨.... 남이야 보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태도. 가끔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나'만의 주체적 삶을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의 바르셀로나. 타인의 시선을 놀랄 정도로 신경쓰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은 당황하는 것이 당연하다. 먼 나라로 여행을 오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의 또다른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간직하면서, 다시 실내로 이동했다.
실내의 천장을 올려다보니, 이러한 모습이 보였다. 에우세비 구엘이 부자였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장면. 정말 세련되게 생긴 천장이다. 아파트 공화국에서 벗어나, 이렇게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여러 건축물들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리를 옮기니, 에우세비 구엘의 생애와 그와 가우디가 주고받았던 서신들을 전시하는 작은 전시관이 있었다! 영어로 되어 있는 짤막짤막한 설명들을 읽으면서, 구엘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는 소소한 지식을 더해갈 수 있었다. 이곳을 통과하여, 드디어 구엘 저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의 모습이다. 형형색색의 굴뚝 장식들이 예쁘게 늘어서 있었고, 특이하게도 바닥이 평면이 아니라 모두 곡면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잘못 걸었다가는 비틀비틀 다녀야 할 수 있으므로, 이곳에 올 때는 구두보다는 편한 운동화를 신고 오는 것이 낫다. 균형잡는 것은 차치하고, 일단 발에 엄청난 무리가 올 듯...
모자이크로 붙인 타일들은, 가우디가 이것을 설계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다. 굴뚝 하나하나가 다 다른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요 굴뚝 하나하나씩 확대해서 찍어보아도 재밌는 경험이 될 듯 했다.
이전 포스팅들을 자세히 뜯어다본 사람들이면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바르셀로나에는 높은 건축물들이 거의 없는 편이라, 구엘 저택 정도의 높이에 올라가면 어지간한 시내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한 시 방향에는 바르셀로나 대성당(까떼드랄이라고 부르는 그것)이 보이고, 저 멀리는 이그바 타워와 지중해의 푸르른 모습까지 보인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명한 하늘과 겹쳐져,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곳. 이제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오디오가이드를 반납하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구엘 저택을 빠져나와 최대한 넓게 저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하층부는 나오지도 않고, 폭이 너무 넓어서 다 못 담기더라. 이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깔-끔하게 포기하고, 구엘 저택이 있는 골목길의 모습을 한 컷 담아 보았다. 개인적으로 아래 사진 역시 바르셀로나 여행의 베스트컷 중 하나로 손꼽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감성이 뿜뿜 터지는, 그러한 골목길이다. 얼핏 보면 답답해 보이는 이 길. 더군다나, 에익샴플레 지구를 필두로 하여 거의 대부분의 바르셀로나 지역이 이러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보면 정말 심시티로 만든 도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연히 이 모습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가우디 이전에 도시를 설계한 건축가, 어떻게 보면 바르셀로나의 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는 건축가 일데폰스 세르다(ildefons cerda)에 의해 '현대판 심시티'가 설계된 것.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22 를 참조하길. 글을 읽어보면, 한편으로는 안타까움,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관광대국 스페인을 있게 해 줬다는 부러움이 들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사연을 접하고 나면 마냥 예쁘게만 보이던 바르셀로나의 골목들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구엘 저택을 완전히 나와,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을 시작하러 이동했다. 참고로 열한시 반 정도에 저택을 빠져나왔는데, 이때도 무료입장 대기줄은 길게 또 길게 늘어서 있었다. '늦게 가면 줄 안 서도 되겠지!' 하는 생각은 고이 접어 포기하고, 일찍일찍 나와 줄을 서 있자! 10시 땡 해서 들어가려면, 늦어도 9시 20분에는 대기열 안에 들어올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럼, 또다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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