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3/7 바르셀로나의 기록 8.
보통의 바르셀로나 관광지와 달리, 국립 카탈루냐 미술관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뿐만 아니라 매주 토요일 오후 15시 이후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접했다. 일요일에 수많은 무료입장지(피카소 미술관, 구엘 저택, 몬주익 성, 여타 수많은 곳들)를 돌고 나면 다른 날은 도대체 어딜 가야 하나 싶었던 차에, 정말 단비 같았던 정보. 그래서, 다녀왔다! 총평은, 미술관은 정말정말 넓지만(각 잡고 돌아보면 기본 세 시간), 생각보다 유명한 작품은 별로 없었으며, 미술관 옥상에서의 시내 뷰가 정말 최고였다는 것! 사진들과 함께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나가겠다. https://www.museunacional.cat/en/opening-hours-and-prices 이곳에서 자세한 입장료와 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Q1. 어떻게 가나요?
A.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메트로/FGC 에스파냐 광장 역에서 하차해 그냥 걸어오면 된다. 하차하면 저 위쪽 높은 언덕에 웅장한 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그게 미술관이다! 몬주익 분수 바로 뒤에 위치한지라, 정말 찾기 쉽다. 나는 애초에 카탈루냐 광장 쪽 시내에서 쭉 걸어왔는데, 3km 정도 되는 거리라고 보면 된다. 이전 포스팅을 보면 얼추 짐작하겠지만, 나는 한 도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골목길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이번 여행에서 근거리는 웬만하면 걸어다녔다. 중간중간 숨어있던 전통시장도 구경하고, 골목감성도 느끼는 만족스러운 길이었다!
미술관의 전경. 생각보다 거대하고, 또 멋있는 건물이다. 이 정도 스케일이면, 눈에 안 띄는 게 더 이상할 지경!
요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쭉쭉 올라가면 된다. 미술관답게 주변 경관을 상당히 아름답게 꾸며놓았는데, 저 수직 정원은 정말 관리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관리하는 데 돈 상당히 깨질듯...
요렇게, 미술관 입구에서도 시내가 약간은 내려다보인다. 이곳이 원래 언덕에 자리한지라 지대가 높은데다가, 바르셀로나에 높은 건물이 몇 개 없는 것도 이러한 경관을 만들어낸 요인 중 하나. 미술관 옥상에 올라가면 훨씬 전망이 좋다! 이건 조금 아래쪽에 사진을 올려놓겠다.
아무튼, 요렇게 쭉쭉쭉 올라와서 마지막에 계단을 조금 (높이높이^^) 올라가면, 한 무더기의 사람들과 함께 미술관의 입구가 보인다. 안쪽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해 보았다.
Q2. 미술관 내부는 어떤가요?
A. 미술관에 들어가면, 별도의 입장 영수증 발매 없이 바로 실내로 들어갈 수 있다. 무료입장일에는 아예 카운터를 닫아버린 듯.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 있는 곳이 있긴 했는데, 한국어 지원은 되지 않고, 5유로의 대여비를 따로 내야 해서 그냥 안 빌리고 돌아다녔다. 미술-그것도 카탈루냐의 미술-에는 딱히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
실내는 크게 네 테마의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중세관 두 곳, 그리고 현대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현대관은 위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거대한 건물의 한 층에 전시품들이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니, 소장품의 수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스케일이다. 먼저 중세관부터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했다.
이런 그림들이 수백 수천 개가 전시되어 있다. 그림 하나하나를 꼼꼼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전시관 하나 도는 데 두세 시간 족히 잡아먹을 정도로 많다. 문제는, 이 그림과 저 그림이 다 똑같은 소재에 비슷한 배경을 하고 있어서(주로 기독교적 내용을 담고 있다. 중세 예술이니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금방 지루해진다. 영어, 심지어 스페인어 설명도 없이 오로지 간단한 카탈루냐어로만 작품 설명이 적힌 그림이 80%를 차지하는 것은 덤. 이러니,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고 싶어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 자 이 타이밍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유감이지만 오디오 가이드 설명이 나와 있는 작품도 썩 많지는 않다. 하긴 전시관들 다 합치면 적어도 몇만 개의 작품이 있을 게 뻔한데, 모든 설명을 다 집어넣으려면 오디오 하나에 적어도 몇백 기가 용량이 필요할테니... 그래도 중세관 끝 무렵에 등장하는 귀족들의 초상화는 나름 재밌게 봤다.
이제 다음 전시관으로! 중세관 남은 하나도 이곳이랑 비슷할 게 눈에 뻔하게 보였기 때문에, 패스하고 바로 현대미술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확실히 나나 같이 갔던 친구나, 고리타분한 기독교 작품 말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느낌의 현대미술을 더 선호했던 듯. 물론 이쪽에도 카탈루냐어 only, 그리고 피곤하도록 많은 전시물은 덤.
현대관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는데, 후덜덜한 천장 벽화를 목격. 지금도 저런 그림들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저 높은 곳에 올라가 정교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심지어 평면 캔버스도 아니라, 곡면의 돔 천장이어서 세밀한 그림을 그리기는 더더욱 어려울텐데...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간다.
현대관 전시실에 들어가면 요런 스테인드글래스 비슷한 작품이 반겨준다. 확실히 중세관보다 낫다.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자신의 아버지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내가 아는 화가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인상적인 작품이어서, 설명까지 찍어 두었다. 뻥 안 치고 정말 이게 처음이다. 파블로 피카소 역시 카탈루냐 지방의 화가였지만, 이곳에서는 딱 한 점 말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분 작품은 죄다 피카소 미술관 아니면 마드리드로 가 있는 듯. (물론 살바도르 달리 역시 똑같다. 유명한 화가의 경우 시그니처 작품들은 죄다 본인들 이름이 내걸린 곳에 전시된 경우가 아주아주 많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 기간 아마도 활발하게 거리에 뿌려졌던 선전, 선동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전시 작품들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관람했던 부분들. 과거의 아픈 역사를 파헤쳐볼 수 있었고, 그때 그 시절의 주류 담론들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포스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파블로 피카소 옹의 그림.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피카소 스타일을 잘 담고 있어 이리저리 뜯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를 끝으로 전시관에서 나와, 미술관 소장품보다 유명하다는 미술관의 옥상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옥상 전망대로 향하는 팻말이 잘 적혀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Q3.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시내의 모습은 어떤가요?
A. 직접 가서 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최고다. 티비다보와 같은, 정말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내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으로 바르셀로나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미술관 무료개방일에는 옥상 역시 똑같이 무료로 개방하니, 멋진 도시의 모습을 그냥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것! 차라리 전시품 몇 개를 놓치더라도, 옥상에는 꼭꼭 올라가보시길. 이곳을 핫플레이스로 만들게 해 준 주역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적당히 높은 곳에서 시내를 쫙 내려다볼 수 있다. (정면 방향으로 맞은편 산 위에 있는 게 티비다보다.) 사진은 실제로 보이는 아름다움의 절반도 구현해내기 어려우니, 꼭꼭 직접 가보자.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펄럭이는 카탈루냐 주의 깃발과 더불어 미술관 건축의 위용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상층부 조각이 생각보다 정교하게 되어 있어, 바르셀로나가 건축의 도시임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었다.
이곳은 뒷편 전망대로, 몬주익 언덕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의 모습을 얼핏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몬주익의 사나이, 황영조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곳. 초록초록한 모습 자체도 예쁜 곳이거니와, 한국과 또렷한 관련이 있는 곳이어서,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여기까지 둘러본 이후, 슬슬 미술관을 빠져나갔다. 내려가는 길에 저녁빛을 받는 미술관의 모습을 찍어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멋있게 생긴 건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휴식처가 되어 주는 곳!
총평: 무료입장일, 시간 맞춰서 들어가자. 여기도 입장료 만만찮게 비싼데(12유로), 미술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충실하지 않아서 금방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대신 옥상 전망은 최고니, 날짜와 시간 조절을 잘 한다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최고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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