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갈 시간. 타오위안 공항까지 먼 길을 가면서 그냥 송산-김포 끊을걸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뭐.
워낙 바쁘게 움직이면서 공항 카운터와 라운지 사진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근데 뭐 딱히 별 것 없고... 스얼골드/비즈니스/퍼스트 이용객을 위한 골드 트랙 없고, 에바항공 라운지와 실버크리스 라운지 중 맘에 드는 곳 아무데나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정도가 특징일듯.
20분 지연된 채로 보딩 시작. 아시아나 기단 중에서 똥차로 손꼽히는 B763이지만 어차피 단거리 비행이니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어차피 원래도 A330-300이라 풀플랫 아닌 건 똑같으며, B763 비즈에도 모니터 있는 건 똑같다.
게이트 앞에 있던 신문 하나 들고 탑승한다. 2-1-2 구조의 좌석 중 1K열에 앉았는데, 내 옆자리만 빼고 다 꽉꽉 채워서 갔다. 왜지 혼자 여행온 사람 나밖에 없는건가...?
1열의 특성상 모니터는 저 앞 벽에 처박혀있다. 이코노미 클래스에는 없는 AVOD니까 일단 있다는 거 자체에 감사해야 하겠지만, 화질이 썩 좋지는 않다. 20년 넘게 현역을 뛰고 있는 똥차라는 걸 기억하자.
가끔 동남아 갈 때 B767-300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땐 좀 빡치는 거고... 솔직히 3시간 이내의 단거리에서는 모니터 볼 시간도 없다. 타서 이륙하고 밥 슬슬 먹고 신문 보면 랜딩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니까.
비어있는 옆좌석. 흔히 미끄럼틀이라고 부르는 좌석이고, 완전히 기울여지지는 않지만 확실히 우등고속 좌석보단 더 편안하다.
2시간 30분도 안 가는 노선 따위엔 웰컴드링크는 사치라는 듯,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넘어가시는 캐빈크루. 요청하는 사람에 한해 웰컴드링크 제공하고 있기는 한데, 오늘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 중 달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솔직히 주니까 그냥 받아마시는 거지 굳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가끔 들고. 솔직히 라운지에서 이미 충분히 먹고 마시고 오잖아.
창문 밖 구경. B763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작은 창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창문이 작다. 시원시원하게 밖을 내다보려면 거의 코를 창가에 박아야 하는 수준이어서 야경 구경하면서 오느라 고생 좀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에어뉴질랜드와 에바항공, 그리고 저 멀리 에미레이트의 모습. 여긴 380 안집어넣나
대충 창밖 보고 있으니까 전담 크루 분이 비행 일정 설명과 함께 세관신고서를 나눠준다. 펜을 가방 안에 집어넣어 선반에 올린지라 볼펜 하나만 빌려서 이륙 전에 작성 완료. 볼펜도 항공사 자산이니까 다 쓰면 되도록 돌려드리자.
요새 우한폐렴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니 말이 많아서, 대만에서 입국할 때도 추가서류 써야 할 수도 있다. 어쨌든 대만도 중국이잖아 중국 본토에서 오든 어디서 오든 일단 본인 몸상태 정확하게 파악하고 되도록 14일 동안은 사리는 게 좋겠다.
더불어 인천공항 검역도 부쩍 빡세진 것 같으니... 입국 후 교통편(리무진/KTX 등) 예약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도 좋겠다.
앞쪽 수납함에 잡지와 기내면세품 관련 브로슈어가 놓여있다. 이착륙 때 여기 물건 올려놓는 것은 삼가하자.
사진찍는 사이 슬슬 비행기는 게이트를 빠져나가 이륙했다. 라운지에서 들이부을 대로 들이부은 술과 음식이 슬슬 부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슬픈 후일담이...
리클라이닝 조절 버튼. 레그레스트만 따로 올릴 수도 있나 보다. 비행기가 이륙을 완전히 마무리한 시점부터 좌석벨트 푸는 것과 뒤로 젖히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좌석 움직이는 것도 코쿤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보니 남 눈치 안 보고 맘대로 젖혀도 된다. 뒷사람에게 가는 피해는 1도 없으니 그냥 자기 하고싶은 대로 맘껏 젖혔다 돌아왔다 해도 눈치 줄 사람 없다. 캐빈크루에겐 찍힐수도
곧 식사를 선택할 시간이 온다. 유감스럽지만 라운지에서 진탕 먹고 마셔 속이 뒤집어지는지라 절반도 못 먹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샐러드나 대충 먹고 치우자! 하는 생각으로 뒤쪽 사람들 선택 마치고 남는 거 아무거나 갖다달라고 하니,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크루 분. 먹는 것 같고 진상부리는 사람들이 없지 않은가보다 싶었다.
3열까지 쭉 돈 다음에 두 메뉴 다 여유 있다고 말하는 캐빈크루. 차라리 메뉴 하나만 남은 게 나았는데... 선택하기 귀찮은데... 하다가 차라리 위장에 덜 부담이 갈 것 같이 생긴 해산물 요리를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반도 못 먹고 치워버린 건 똑같았지만.
음료 리스트. 비즈니스 클래스에선 단거리에도 와인을 비롯한 각종 주류를 제공하지만, 여기서 술을 입에 대기라도 했다가는 곱게 착륙하지 못할 것 같다는 직감을 느꼈기에 구아바주스 선에서 깔끔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물론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썩 곱게 내린 것 같지는 않다.
비행기 탑승 전 과식과 과음은 정말 되도록이면 삼가하는 게 좋다는 교훈을 톡톡히 얻어간다. 물론 망각의 동물은 다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그것이 정말 또 일어났습니다! 뮌헨에서 베이징 올 때 100% 똑같이 재현되어버렸다는 것
밥 먹으려면 오른쪽 팔걸이 안에 있는 테이블을 빼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캐빈크루가 돌아다니다 빼 주기는 하는데, 솔직히 부담스럽지 않은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적당히 내가 하는 게 낫다. 아직 이코노미 마인드 버리지 못한 승객 하나 추가요 아니 근데 난 진짜 과잉친절 부담스러워
식사의 모습. 크루가 돌아다니면서 왼쪽 하단의 접시에 원하는 빵을 놓아준다. 맛은 뭐 그럭저럭... 기내식이라는 걸 감안하고 먹도록 하자. 하늘 위에서 레스토랑 급 음식을 기대하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그렇다 해도 호평하기는 어려웠던 밥. 물론 내 위장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랬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튼 한 절반정도 먹고 더 먹다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토폭발이 터질 거라는 위험신호가 켜져 바로 반납했다. 속 부글부글 끓느니 그냥 먹는 것 스톱하는 게 백 배는 낫다.
밥 다 먹고 슬쩍 스크린을 켜서 엔터테인먼트 뭐 있는지를 확인했지만...
뭐 딱히 보고싶은 것도 없길래 고이 접었다. 도대체 비행기 언제 만들었길래 아직도 스크린에 AAR 호출부호 달고 다니는 건지는 의문...
그래도 에어쇼는 나름 만족스럽게 나오길래, 가는 내내 이거 틀어놓고 갔다. 한국 어느새 다 와 가길래 서둘러 누워보기로 결정.
좌석을 한껏 젖히면 이 정도 기울기로 넘어간다. 괜히 미끄럼틀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다. 근데 슬쩍 누웠을 때 생각보다 편하던데...? 좌석 설계가 나름 인체공학적으로 되어 있는지, 막 아래로 쭉 미끄러지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3시간~4시간 이내의 중단거리 노선에서 이 정도 스펙이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무난했던 아시아나 B763의 미끄럼틀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끝까지 젖혔을 때 측면에서 보는 모습. 물론 중단거리에 한해서 괜찮은 거지, 진짜 누워서 숙면을 취해야 하는 6시간 이상의 거리에 미끄럼틀 비즈 걸리면 쌍욕 박아도 된다.
아주 가끔 싱가폴이나 자카르타 같은 곳에 B763 들어간다는 말이 있던데, 미리 유감이다. 자카르타는 최근에는 A350 들어간다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것저것 사진찍으면서 놀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인천에 다 와 랜딩 준비하는 중... 2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는데 한 1시간 30분만에 질주한 느낌이었다.
비행기 뜨고 밥 먹고 엔터 몇 번 둘러보다가 한 10분 누웠나? 그러니까 바로 착륙 안내방송. 시간이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지...? 이때 난 내가 비행기 타는 것에 적응한 줄 알았다. 물론 이런 오만한 생각은 바로 다음 달 뮌헨 가는 10시간짜리 비행기 안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게 된다.
창 밖으로 슬슬 펼쳐지는 수도권의 야경.
쓰레기같은 B763의 창문+쓰레기같은 나의 카메라라는 환상적인 콤보로 이딴 사진들밖에 건지지 못했다...
관악산 넘어가는 항로 타고 갔으면 가는 길에 학교 캠퍼스 야경이나 담아보려고 했는데, 알 수 없는 곳만 지나다녀 안타까웠음. 과천 지나 관악산 타고 착륙하는 루트는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국내선 비행기들이 주로 쓴다고 한다. 야간에 김포 내리는 사람들 도착할 때 서울 구경 하면서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야경을 놓칠 수 없다는 최후의 발악을 몇 번 하니까, 어느새 고도를 점점 낮추고 착륙하는 OZ714편. 그렇게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내려서야 찍은 B767-300의 세이프티 카드. 이 똥차가 언제 어느 순간에 사고를 칠지 모르므로... 세이프티 카드 정독하는 걸 추천. 회사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이 정도로 노인학대하는 건 좀 심하지 않나...? 빨리 다 갖다버리고 A350으로 대체해주세요ㅜ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한 후 찍어보는 빈 좌석. 총 3열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AC/D/HK였나 암튼 2-1-2 구조였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가는데, 어차피 1번으로 비행기 내려도 짐 찾는 곳에서 대기타야 해서 하기순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물론 하염없이 늦어져서 10분 이상을 비행기 안에서 지체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수하물은 (혹시 있다면) 비즈니스 스위트-비즈니스 클래스-스얼골드-아시아나 골드-일반 탑승객 순서로 나온다. 무티어 이코노미 승객은 아무리 일찍 나와봤자 수하물 벨트 앞에서 하염없이 자기 짐 기다려야 하는 비극이...
기내 모습 마지막으로 한 컷 담고, 나도 하기해 수하물 찾아 집으로 갔다. 1터미널 케이북스가 밤 9시에 문을 닫아버린 덕에 리무진쿠폰 못 받아서 공항철도 타고 집에 갔다는 쓸쓸한 이야기...
인천공항 도착시간이 애매하게 밤 9시쯤에 걸린다 싶으면 출국할 때 리무진 바우처 미리 K북스에서 받아가는 게 좋겠다. 내려서 괜히 피눈물흘리지 말고...
비즈니스 U클래스는 마일리지 100% 적립으로 편도 총 914마일 적립. 아시아나클럽 이외의 타 항공사 FFP(ex. 마일즈앤모어 등)에 적립할 사람은 자사 홈피에서 스얼 적립률 알아서 계산하시길. 같은 스얼 동맹체 안에 있다면 타사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은 최소 100% 적립은 보장하지 않나 싶다.
타이베이 포스팅은 이걸로 끝나고, 이제 다음 여행기인 독일 뮌헨&잘츠부르크 포스팅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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