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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aiwan/타이베이 Taipei

20191212. MRT로 신베이터우 가는법, 신베이터우 도서관 지열곡 산책

타이베이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신베이터우로 정했다. CU 호스텔 타이베이가 있는 솽리엔 역과 가까웠고, 비행기 출발 시간 전 반나절 들르기 딱 좋은 곳이었기 때문. 다만 이미 온천은 우라이에서 즐기고 온지라, 신베이터우에서는 그냥 마을 산책만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베이터우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MRT를 타는 것이다. 이 때, 베이터우 역에서 1회 환승이 필요하다. 플랫폼이 바뀌는지라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함이 있긴 했다.

여기서 꿀팁 하나. 평일 출퇴근시간을 제외한 시간대에는 베이터우 역에서 착발하는 열차가 제법 된다. 단수이 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와 1:1 비율로 다니는 듯했는데, 덕분에 신베이터우에서 출발할 경우 베이터우 환승 시 시간대만 잘 맞추면 무조건 앉아갈 수 있다!

단수이를 출발한 열차에 자리가 없다 싶으면 차 한 대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도심부까지 내리는 사람은 없고 계속 타는 사람만 있어서 자리 잡기 빡셀수도 있음.

아무튼 신베이터우역에 도착해서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옛날 일제시절 지어진 옛 신베이터우역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기념품 같은 걸 파는 상점과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 중.

지금 사이즈의 역과 비교해 보면 꽤 초라하다. 다만 이때는 나 같은 서민층까지 베이터우에 놀러오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대로 지어도 상관 없었을듯.

역 뒤편에는 옛 시절 사람들을 실어나르던 타이완 열차 실물을 갖다놨으니, 관심 있다면 잠깐 들렀다 가도 좋다. 열차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놓은 것이 살짝 아쉽다.

신베이터우역 맞은편에는 신기하게도 손을 담글 수 있는 공공수탕이 있었다. 보통 족욕탕 많이 만들어놓는데, 손 담그는 탕은 또 처음 보네.

발 담그면 수건으로 씻어야 하는 불편함은 없어 오히려 이용하기에는 이쪽이 더 쉬운 것 같기도 했다. 다만... 물 온도가 장난 아니게 높다. 수온계에 한 50'C 찍혀 있었나. 암튼 수질은 좋지만 상당히 뜨거우니, 5분 정도 천천히 넣었다 뺐다 하면서 조절 잘 해야 할듯.

역에서 신베이터우 산책하러 가는 길에 한 번, 다시 돌아와 MRT 타러 가는 길에 한 번 손을 담궜다. 진짜 온천수를 사용하는지 피부는 아주 보들보들해졌음.

이제 수탕을 지나 본격적인 산책 모드 ON.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어있는 대부분의 관광지는 이 공원길 따라 직진하면 다 나온다. 굳이 차도로 나갈 것 없이 편안하게 산책하면서도 다 볼 수 있다!

베이터우 공원을 따라 연결되는 산책로. 저 실개천은 온천수라고 한다. 하지만 생활하수가 섞여 나오는 물이라고 하니 손발 담그는 건 되도록 삼가하기!

공원 산책로는 정말 잘 가꾸어져 있었다. 확실히 타이베이 시내 말고 근교로 나오니까 녹지 비율이 훨씬 높아지는 것 같기도.

분수처럼 생긴 대형 조형물. 여기서 나오는 물도 뭔가 온천수 같긴 했지만 이미 수탕에서 즐길 만큼 즐겼으니 굳이 손을 담그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온천수 아니면 어쩔거야ㅎㅋ

예쁜 산책로를 따라 10분쯤 걸어들어가면 등장하는 신베이터우 공립 도서관! 친환경적으로 설계되어 관광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어지간한 가이드북에 절대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지만...

내게는 그냥 평범한 도서관이었는걸?

도서관 건물이 독특하게 생기긴 했고, 테라스에 나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이곳만의 장점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건축에 관심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도서관이 그 도서관이라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뭐 그래도 어차피 지열곡 가는 길 한복판에 있으니, 한 20~30분 정도 짬을 내서 도서관 들어가보는 것도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남의 나라 도서관 기웃거려 보는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니.

도서관 올라가는 길에 찍은 베이터우 공원의 풍경. 나무와 녹지가 훨씬 풍성한 연트럴파크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천천히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코스다.

도서관의 옆태. 이런 공원 같은 곳에서 천천히 거닐며 찍고 싶은 사진 맘껏 찍고 보내고 싶은 만큼 시간도 자유롭게 쓰고 하는 것이 자유여행이 가진 매력 아닐까.

베이터우 쪽으로 자유여행을 온다면 이 공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강추한다.

아무튼 어느새 다다른 도서관의 입구. 타이베이 시 정부 예산으로 지은 공공도서관이라고 하니, 장서의 수준과 소장량은 어느 정도 보증이 된 셈.

우리나라 시립/공립 도서관 생각하면 딱 알맞다.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9시~17시, 화요일~금요일 사이에는 8시 30분부터 21시까지 오픈하는 베이터우 공립 도서관. 보통 당일치기로 신베이터우를 많이 올텐데, 당일치기 여행자 입장에서 방문이 어려운 시간은 딱히 없어 보였다.

관광지이기 이전에 엄연한 도서관인 이곳. 당연히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켜주어야 한다.

별 건 아니고 휴대폰 벨소리 울리는 것과 음식물 섭취, 플래시 터뜨리면서 사진 찍는 것 등등만 주의하면 된다. 우리나라 도서관 출입 예절과 다를 것이 별로 없다. 상식 선에서 행동하면 어지간히 알아서 된다.

발명왕이 되어버린 실험왕 이학발명왕 하니까 뭔가 더 있어보이는 느낌은 뭐지

원래 도서관 내부 사진은 안 찍으려고 했는데, 서가 한켠에 이 책이 떡하니 꽃힌 걸 보고 기어이 카메라를 꺼내고야 말았다.

우리나라 초딩들을 홀린 만화 리스트 상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내일은 실험왕이 대만에 수출된 것. 한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적당한 사발의 국뽕을 들이키고 도서관을 나왔다.

어렸을 때 저거 13권? 14권?까지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새 30권을 돌파해 있더라구. 세월 참 빠르단 말이지

아무튼 책 간단히 둘러보고 도서관을 나와 산책로를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마지막 목적지인 지열곡으로 발걸음을 열심히 옮기는 중.

한 10분~15분 쯤 걸어 올라가면 지열곡을 알리는 표지판이 등장한다. 길 따라서 160m 정도만 이동하면 신베이터우 온천의 발원지, 지열곡을 만날 수 있다.

영어로 번역하면 'Hot Spring Valley' 되시겠다. 일본 벳푸에 있는 ~~지옥 시리즈와 똑같은 곳이다. 이러니까 타이베이가 이시국 여행지 탈일본 대체재로 각광받는 것이다.

시내 곳곳에서 일본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천마을의 경우에는 아예 일본이랑 판박이라고 불러도 무리 없을 정도로 유사하다. 애초에 타이베이 온천 대부분이 일제시대 때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더 그런듯.

무튼 일뽕들아 여기 가면 당당히 인스타에도 게시글 올릴 수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방문해주자. 타이완 남바완 아니겠는가.

지열곡으로 향하는 길 입구. 벳푸의 ~~지옥 시리즈와는 달리 별도의 입장료 같은 건 없다! 요게 커다란 장점. 솔직히 벳푸 지옥 별로 볼 것도 없는데 꼬박꼬박 입장료 뜯어가는 게 좀 아깝다. 앞으로는 신베이터우라는 지명을 기억하자.

저 멀리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김이 바로 온천수다. 하도 뜨거워서 김이 펄펄 나는 중.

솟아나오는 김. 유황 성분이 꽤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냄새가 살짝 역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걷기 어려울 정도로 냄새가 심하지는 않아서 잠시 참고 걷기에는 어려움 없을 듯.

그리고 온천수에서 뿜어나오는 열기 때문에 꽤 덥다! 안 그래도 타이베이 겨울 기온은 10'C 이상을 넘나들어 따듯한데, 온천 열기까지 합쳐지면 그냥 한국 초가을 날씨 나와버리는 것이다.

여기 갈 때는 얇은 옷 여러 겹 껴입어서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벗어던질 수 있게 준비해 가는 게 좋아 보였다.

솔솔 올라오는 김. 옛날엔 온천물에 계란 삶아 먹기도 했다던데, 안전사고 몇 번 터진 이후로는 뭐 담그는 게 금지되었다고 한다.

이거 그냥 온천물 아니다. 끓는 물이다. 괜히 펜스 넘어가서 객기부리다가 푹 삶아지고 고아지는 수가 있으니 몸조심은 알아서 하는 게 좋다. 인간판 사골곰탕 되기 싫으면 얌전히 관광하고 돌아가자.

산자락 초입에 있어서인지, 주변 수목이 정말 예뻤다. 사진 찍는 것 좋아하면 여기서 최소 30분은 잡고 나가야 할 정도로 포인트가 많은 편. 적당히 거닐고 싶은 만큼 있으면 된다.

다시 한 번 펄펄 끓는 온천물 슥 구경하고, 다시 되돌아가려던 찰나...

중국인인지 타이완 현지인인지 모르는 한 사람이 핸드폰을 쑥 내밀면서 뭐라뭐라 부탁을 한다. 중국어라고는 니하오 쎼쎼 차오니마 밖에 할 줄 모르는 난 순간 뇌정지가 와서 멍하니 서있고, 내 모습을 본 아저씨도 뇌정지와서 순간 당황하고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금방 정신 차리고 사진 찍어드렸다. 이쪽 사람들 동양인처럼 생겼으면 일단 중국어로 들이대고 보는듯. 대륙의 기상 그래도 대충 바디랭귀지 섞어 말하기 때문에 얼추 눈치깔 수는 있다. 찍어드리니까 고맙다고 하시는데, 쎼쎼라는 말이라도 알아들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ㅋ

이 아저씨 내가 'Photo?'라고 물어봤을 때 벙쪘었던 거 보면 분명히 영어 못하는 게 분명했다. 너는 영어를 못하고 나는 중국어를 못하는 대환장파티 발생 바디랭귀지의 우월성 체감 완료.

아무튼 아저씨랑 바이바이하고 슬슬 지열곡을 돌아나왔다. 나오는 길에 베이터우석을 전시해 둬서 잠깐 구경하고 나왔는데, 이게 왜 중요한 돌인지는 아직까지 의문.

나가는 길에 간단한 기념품샵도 있었다. 한 바퀴 쓱 둘러봤는데 그닥 살만한 개 보이지는 않아 그냥 나왔음.

여행지에서 먹을 것을 제외한 기념품 사오는 것에 썩 적극적이지 않은지라, 관광지마다 으레 있는 기념품샵은 눈여겨보지 않고 나오곤 한다. 그거 살 돈으로 좀 더 맛있는 거 먹자(?) 비슷한 마인드의 소유자.

이렇게 반나절 동안의 베이터우 산책을 마치고, MRT 솽리엔 역으로 돌아가 호스텔에 맡겨둔 짐을 찾아 드디어 공항으로 떠났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공항 가는 길을 기록한 다음 포스팅으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