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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aiwan/타이베이 Taipei

우라이 가볼만한곳, 우라이라오지에와 아타얄 민족 박물관. 20191211

뷰티 가든 리조트에서 체크아웃 후 잠시 우라이를 돌아보고 시내로 나가려고 하는데, 이놈의 캐리어가 문제...

코인로커처럼 생겨먹은 건 눈을 씻고도 안 보이고, 관광안내소에서도 짐 보관을 해주지 않는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어쩌나 하고 탄식하고 있던 중, 어느 순간 뇌리에 스치던 여행책의 한 구절.

"대만에서는 경찰서 파출소가 단순히 치안업무만을 보는 곳이 아니라, 여행자의 편의를 돌보는 곳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경찰서에 들어가 혹시나 혹시나 물어 봤는데, 무료로 짐을 보관해 준다고 한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짐을 맡기고 홀가뿐하게 우라이 라오지에 산책 시작.

이렇게 생긴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바로 우라이 옛거리(우라이라오지에)가 등장한다.

일본 소도시 느낌을 폴폴 풍기는 거리. 확실히 타이완 전역에서 일본의 색채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다리 위에서 찍은 마을의 풍경. 물 색깔이 정말 특이했다.

도대체 저런 곳에 어떻게 마을을 세웠지...? 할 정도로 위태롭게(?) 서 있는 건물들도 신기했다.

각종 노점들이 모여있던 라오지에. 이곳에서는 멧돼지로 만든 소시지, 이른바 '샹창'이 유명하다고 한다.

샹창의 가격은 담합이라도 한 듯 전부 동일. 꼬치 1개에 35달러, 3개에 100달러씩 받는 것 같았다.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집은 멧돼지 그림이 걸려 있는 가게라던데, 유감스럽게도 내가 간 날은 영업을 안 했는지 온 라오지에를 뒤져도 안 보이더라...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오니까, 아예 대놓고 펀트립이랑 제휴한다고 써붙인 가게. 타지에서 보는 한국어는 언제나 신기하다.

라오지에는 그렇게 길지 않다. 한 500m는 갔나? 다리 하나가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종점.

다리 위에서 라오지에와 우라이 버스 터미널 방향을 바라보고 사진 하나를 남기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바로 이곳, 우라이 아타얄 민족 박물관에 들리기 위해서!

큰길가에 바짝 붙어 있어 찾기 전혀 어렵지 않다. 구글 지도 통해서 휴무일 체크만 미리 하고 들어가자.

이곳은 우라이 지역의 토착민이었던 아타얄 족을 설명하는 일종의 기록관이다. 타이베이 전역에 거주했던 많은 토착부족 중 현재까지 원형을 나름대로 유지하고 있는 부족이라고 한다.

아타얄 족이 사용했던 생활도구, 사냥도구 등 이것저것을 영어 설명과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긴 창과 작살. 사냥을 위해 사용했던 도구들이다.

아타얄 족의 풍습이었다고 하는 'Head-hunting'. 뭐 쉽게 이야기하면 목 잘라서 전시하는 게 취미였다고 해야 할까.

이들의 풍습에 대해 해설해 놓은 글의 마지막 줄이 걸작이다.

"누군가는 이걸 보고 아타얄 족이 잔인하고 미개한 종족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소위 문명화된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이 전쟁이라는 미명 하에 서로를 학살했던 걸 생각해 보면, 꼭 아타얄 족만을 찝어서 비난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구구절절 맞말이라 뭐라 할 수가 없는 게 사실.

아타얄 족의 사진. 얼굴에 파란색 문신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우라이 관광안내소에 계시던 분도 얼굴에 파란색 문신을 하시고 있던데, 아타얄 족이었구나 싶었다. 흔히 우리는 토착민이라는 말을 들으면 세상과는 격리된 채 자신들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사는 모습을 으레 떠올리기 쉬운데, 우라이에서는 예외인 듯.

좋게 말하면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회 안에 흡수된 것일 텐데... 뭐 어떤 시각에서 바라볼지는 개인의 몫이겠다.

한켠에 전시되어 있는 아타얄 족의 전통의상.

또 한켠에 마련되어 있던 아타얄 족의 거주형태 미니어처. 뭔가 움집의 개조형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외부의 적을 감시하는 데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감시초소. 뭔가 허술해 보이지만 일단은 넘어가자.

2~3층 정도로 이루어진 아타얄 민족 박물관 관람은 이쯤에서 마무리된다. 그렇게 크게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는 곳인지라, 한 30분 정도 잠깐 들르면 적당할라나.

파출소에 들러서 짐을 찾고, 우라이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버스 출발까지는 아직 한 10분 정도 남았나? 그래서 우라이 관광다리도 한 컷 담아보기. 아쉽게도 다리 위까지 올라가보지는 못했다.

종점에서 탄지라 버스에서 자리 잡기는 어렵지 않았고, 신디엔 역까지 넘어와 MRT 환승해서 반치아오 지역으로 이동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