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3/7 바르셀로나의 기록 4.
바르셀로나 하면 딱 떠오르는 여러 관광지 중 한 곳인 구엘 공원. 에우세비 구엘의 이름을 따 만든 이곳은, 원래는 고급 주택단지로 계획된 곳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재정 문제, 적합한 운송 수단의 부족과 같은 문제로 에우세비 구엘은 1914년 건설 중단을 결정하고, 이후 바르셀로나 시에서 부지를 매입하면서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는 사연이 있는 곳이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곳 역시 유료존(도마뱀 분수와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된 곳들)과 무료존으로 나뉘어, 유료존 입장 시 8.5유로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한국 돈으로 1만원이 넘는 액수인데, 이곳은 입장요원이 출근하기 전인 08시 30분 이전에(동계 기준) 유료존 안에 들어가 있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더불어 이 시간엔 사람도 많지 않아, 훨씬 더 쾌적하게 관람 가능하니 더 좋은 것.
우리는 메트로 Lesseps 역에서 하차해 걸어올라갔다. 경사가 심하기는 하지만, 몸이 힘들지 않다면 충분히 걸어갈 만 한 풍경이어서 내려서 걸어보는 것을 추천. 7시쯤에 전철역에서 내리고, 걸어가는 데 한 20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표지판 역시 잘 되어 있고, 오프라인 구글맵 다운받아 가면 길 헤메지 않을 수 있는 곳. 아직까지는 동이 채 트지 않은 상태였다.
예쁜 모양을 하고 있는 주거지들을 쭉 지나,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예쁜 탑이 하나 보인다. 거의 다 왔다는 뜻!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현지인이 몇 명 보이기도 한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 목줄 따위 차고 있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데, 낯선 이를 보아도 짖지도 않고 그냥 관심을 안 준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
아직은 굳게 닫혀있는 정문. 이곳은 여덟 시쯤에 개방하는 것 같았다. 7시 30분 무렵에는 아직 닫힌 상태여서, 오른쪽에 나 있는 길로 이동해 다른 문으로 입장했다. 참고로 위 사진 중앙에 있는 것이 그 유명한 도마뱀 분수. 이 시간에 오니 관광객이 단 두 명 있는! 기적을 볼 수 있다. 오른쪽 길로 입장해 공원의 중앙부로 걸어갔다. 주변이 서서히 밝아진다.
가는 곳마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벽에 조그마한 타일이 붙어 있다. 오른쪽 건물은 과거 경비사택으로 설계되었는데, 지금은 바르셀로나 역사 박물관의 일부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제, 공원의 중앙부로 올라간다. 슬슬 동이 튼다. 일찍 오면 좋은 점 하나 더. 해가 뜰 때의 모습이 정말 예쁘다.
이제는 공원의 정문이 개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 도마뱀 분수를 보기 위해 계단을 몇 개 내려갔다. 같이 간 친구녀석 말고는 정말 아무도 없어서, 마음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타일들을 다 어디서 구해왔을까 하는 생각, 하나하나 정성들여서 붙이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이때는 도마뱀 옆모습을 찍을 생각을 못 하다가, 나중에 나가기 직전에 색감이 너무 예뻐서 한 컷 담았다.
해를 완전히 받으니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도마뱀. 입에서 분수가 나오는데, 뿜어져 나온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침을 질질 흘리는? 그런 묘한 모습이어서 혼자 웃었다. 공원의 윗부분으로 올라가니 한참 어떤 공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위쪽으로는 야자수들이 줄지어 서 있어서, 동남아 휴양지의 풍경이 생각나기도 했다.
구엘 공원의 또다른 사진 핫스팟이자 엄청나게 예쁜 모자이크 타일들을 볼 수 있는 위쪽 건물로 이동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이 한두 팀 있었는데, 거짓말 안 하고 다 아시아계 사람들. 그것도 절반은 한국인. 부지런한 국민성은 정말 따라올 자가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정말 화려하고 예쁜 곳이다. 해가 서서히 올라오는 시점이어서, 더 돋보인 건지 원래 색을 잃은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감탄이 연이어 나오는 곳. 이곳에서 사진들을 찍고, 이제 무료존 쪽으로 눈을 돌려본다. 8시 30분 이전에 다시 유료존 안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후다닥 돌아볼 생각을 하고 이동했다.
공원에서 보는 시내의 전경이 황홀하다. 구엘 공원 자체가 꽤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일정상 티비다보나 벙커에 가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싶다.
더 위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이렇게 신기하게 생긴 돌기둥들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것이었을까. 멀리서 보면 동물의 뼈 같아 보이기도 했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기둥처럼 나무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상당히 섬세하게 지어진 기둥들에 놀랐다. 얼추 다 구경한 듯 싶어, 다시 유료존 쪽으로 내려갔다.
흡사 톱니바퀴의 모양을 한 담벼락과 고대의 신전같이 생긴 중앙부의 건물이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한켠으로 자리한 관리인 사택-지금은 바르셀로나 역사 박물관의 일부로 사용되는 곳-에 들어가 보았는데, 건물 안에 별로 크게 볼 것은 없었다. 그냥저냥 밖에서 보았을 때 신기하게 생기고 예쁜 건물 그 자체였음...!
이제 얼추 공원 관람을 마치려 하는 찰나, 주변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그곳에 자리한 초등학교 하나. 심지어 건물도 여간 화려하고 예쁜 것이 아니다. 꽤 웅장한 건물이어서, 들어갈 수 있나 싶었지만 역시 학교인 만큼 관계자 외에는 출입 금지.
이곳의 아이들은 커서 어떤 생각을 할까. 자신이 나온 초등학교가 세계문화유산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뭔가 기분이 묘하지 않을까는 생각을 하면서, 구엘 공원을 빠져나왔다. 아침을 안 먹고 새벽 댓바람에 나와 상당히 배가 고팠지만, 주변이 전부 주택단지라... 이런저런 카페가 보이지 않았다. 그 덕에 10여 분의 내리막길을 걸어 큰 대로에 나와, 'Bracafe'에 들어가 가벼운 주스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캄프 누로 이동했다. 캄프 누의 모습은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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