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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Spain/바르셀로나 Barcelona

<2/28일의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2/27-3/7 바르셀로나의 기록 3.

 가우디 건축의 정수이자,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건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 성당의 스테인드글래스가 빛을 받아 가장 빛나는 시간인 오후에 이곳에 방문했다. 메트로 L2 노선의 'Sagrada Familia' 역에 하차하면 바로 앞에 성당이 있지만, 바르셀로라나는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에익샴플레 중심부에서 Diagonal 거리를 따라 쭉 걸어오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약 2-3km 정도의 구간에서, 스페인의 골목골목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니까. 스페인, 또 바르셀로나의 골목은 매우 독특하다. 시간을 몇백 년 되돌려놓은듯한, '스페인스러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아무튼, 에익샴플레 지구 시내에서 쭉 걸어오다 보면 높이 솟아있는 성당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르셀로나 건물들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어서, 시내 걷다 보면 자기 혼자 쑥 솟아오른 건물이 보일 것이다. 그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성당 앞에 오면, 우리가 흔히 알던 그 모습의 파사드가 보인다. 아직도 공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여러 대의 타워크레인은 덤. 가우디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여 2026년까지는 완공하겠다고 하는데, 그때 끝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

그런데, 색감이 너무 밝다. 100년 전에 지었다기에는 너무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랄까. 맞다. 시내에서 걸어들어올 경우 뒤쪽 파사드에 먼저 다다르게 되는데, 이것은 가우디 생전이 아닌 현대에 지어지고 있는 건물이다. 우리가 아는 모습의 성당은 이쪽 면이 아니라, 완전히 반대쪽 면에 있는 것이다. 뒤쪽 중앙부를 조금 더 확대해 보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기둥의 모습은 동물의 뼈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뜻을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적힌 모습도 볼 수 있다. 고개를 위로 올리면, 탄생의 파사드와 쏙 빼닮은 모양의 기둥들이 위쪽에 올라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라틴 어 구절들이 적혀 있는데, 뜻을 알 길이 없으므로 예쁘다~ 만 중얼거리고 탄생의 파사드 쪽으로 이동했다. 이쪽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거대한 성당의 위엄을 계속 느낄 수 있었다. 가우디가 40년 넘게 붙잡고 있어도 완공되지 못했던 이유를 얼추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성당의 스케일은 온 몸으로 느껴진다.

  몇 걸음을 더 걸어, 왼쪽으로 꺾으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정면부, 탄생의 파사드가 보인다. 성당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수많은 관광객들, 가우디 투어를 와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수많은 관광객들, 그리고 성당 맞은편 연못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는 현지인들과 사진을 찍는 수많은 관광객들은 덤. 바르셀로나의 대표 관광지다운 모습을 뽐낸다.

카메라를 가로로 들자니 위쪽 부분이 잘리고, 세로로 들자니 옆 부분이 잘리는 딜레마... 정말 규모가 크다. 가로 한 번, 그리고 뒤쪽 연못가에서 세로 한 번으로 타협했다. 성당 건축물에 붙어있는 수많은 조각들을 확대해 보았다.

오우... 대단하다. 인간의 힘으로 이렇게 정교한 조각들을,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수천 개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31세였던 젊은 건축가 가우디가 1926년 사망할 때까지 반평생을 바친 결과물이란다. 건축에 있어 가우디는 정말 신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조형들이었다. 이제, 짐 검사와 입장 티켓 검표를 마치고 성당 내부로 들어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입장권 예약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6 참조. 제휴카드 할인혜택 받는 방법도 정리되어 있음)

내부에 들어가면, 나무를 모티브로 한 기둥들과 화려한 빛의 향연을 보여주는 스테인드글래스가 맞이해 준다. 성당 내부를 숲을 형상화해 만들어, 각 기둥들이 마치 나무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그래서 기둥의 위쪽을 보면 나뭇가지처럼 갈라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사를 드리는 성당의 중앙부. 크다, 높다, 대단하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공간이다. 가톨릭 식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미사드리는 곳에서는 서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 불가능하고, 모두 앉아있어야 하므로 유의. 안전요원 분이 끊임없이 "Please sit down"을 외치고 다니시니, 통제에 응해드리자! 옆으로 눈을 돌리면, 엄청난 스테인드글래스가 우리를 맞아준다.

사진으로는 결코 본연의 자태를 다 담을 수 없다. 직접 가서 눈에 담으면 정말 넋놓고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햇빛이 강렬하게 비쳐 붉은빛이 감도는 부분, 그리고 반대쪽의 파란 스테인드글래스 부분, 마지막으로 햇빛이 닿지 않는 부분 세 곳이 각자의 색을 뽐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테인드글래스를 통해 들어온 빛이 비치는 기둥은 흡사 화염에 휩싸인 것 같아 보인다.

이렇게 내부관람을 마치고, 맞은편 공원으로 향했다. 여기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가장 잘 찍을 수 있기 때문. 항상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지만, 타이밍을 잘 노려 인증샷 하나쯤은 남기고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빛이 너무 밝아 원한 만큼 선명한 사진은 나오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진을 남겨본다. 이제 근처의 중국 요리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일정을 차례차례 밟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