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와 인연이 깊은 사람은 이순신뿐만이 아니다. 조선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나라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하멜 역시 여수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하멜 덕분에 조선이라는 조그만한 나라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터이니, 자의였던 타의였던 일정한 공로(?)를 한 것은 사실인 셈. 때문에 우리나라는 여수에 하멜전시관을 세워 그의 종적을 되짚어볼 수 있게 만들었다.
하멜전시관은 거북선대교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이야 이곳에 하멜전시관 말고는 별다른 게 없지만, 조만간 낭만포차거리가 거북선대교 아래로 이전해 오면 이곳은 또다른 관광지로 성장할 것이다.
하멜전시관 앞에는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작은 풍차가 세워져 있다. 그 뒤로 거북선대교와 여수해상케이블카의 모습 역시 볼 수 있다. 네 개의 서로 다른 명물(?)이 나란히 자리한 모습이 신기했는지, 여기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하긴 하늘 맑은 날에는 사진 정말 예쁘게 나올만한 포인트다.
하멜전시관 안으로 입장할 시간!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 50분이다. 빠르게 돌아보더라도 20분 정도는 잡는 게 좋으니, 늦어도 5시 30분에는 들어가 여유있게 관람하고 나오자.
전시관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하멜이 14년 간의 조선 생활을 마치고 본국에 돌아가 작성한 보고서다. 원본인지 사본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정말 방대한 기록이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양에게 조선의 존재를 강렬하게 알린 이 보고서, 사실은 하멜이 밀린 월급을 청구하기 위한 증빙자료(...)로 쓰기 위해 기록되었다고 한다. 하멜 입장에서 이 책은 14년치 봉급을 보장해주는 증명이었던 셈. 이 보고서의 본래 용도를 알게 되면 조금 띠용할 수도 있다.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선의 판옥선과 네덜란드의 범선을 함께 전시한 공간이 있다. 당연히 작은 미니어처로 그때 당시의 배 모습을 복원한 것.
다른 한켠에는 하멜이 조선에 들어왔을 무렵의 조선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전부 복제품(replica)인데, 사실 이것들이 왜 굳이 '하멜'전시관에 들어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시시콜콜한 문화재는 재빠르게 패스하고, 본격적으로 당대 조선과 하멜을 둘러싼 이야기를 알아가보도록 하자.
당대 조선의 정세를 설명하는 자료. 이러한 국제정세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조선 정부에게 있어 하멜은 서양의 문명을 전달해 주는, 꼭 필요한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네덜란드와 한국의 관계맺기를 보여주는 전시자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꽤 익숙한 이름인 '박연'이 눈에 띈다. 이양반도 표류해온거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표류로 시작된 한국과 네덜란드의 인연이 지금까지 원활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나름의 관전 포인트.
그리고 여기서 하멜등대의 연원을 찾을 수 있다. 2004년 건립된 하멜등대는 하멜 일행이 조선을 탈출했던 바로 그 장소에 세워진 것이다. 하멜 입장에서는 14년 동안 생고생했던 조선 땅에 자신을 기념하는(?) 등대가 세워졌다는 걸 알면 어떤 느낌일까.
2층으로 올라가면 하멜 일행의 표류기를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멜이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 것은 1653년 8월 16일. 원래의 목적지는 당시 네덜란드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었던 일본의 나가사키였지만, 중간에 재수없게도 억센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다.
의도치 않게 조선땅을 밟은 하멜 일행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탈출을 시도했으나, 첫 시도는 보기좋게 실패하고 다시 붙들려 와 매를 맞는다(...). 당시 조선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
육지로 송환된 하멜 일행은 처음에는 전라도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다가, 가뭄과 질병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순천, 남원, 그리고 여수로 분산되어 수용된다. 여기서부터 하멜과 여수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여수로 온 하멜 일행은 고된 노동을 하기도 하다가, 또 때로는 나름대로의 자유를 부여받기도 하며 3년 동안 여수에서 머무르게 된다. 타국에 끌려와서 무상으로 노동력을 제공한 슬픈 이야기. 현대사회에서 이랬다가는 외교 분쟁으로 즉각 이어질 것이다.
여수에서 살다 살다 드디어 탈출을 결심한 하멜 일행. 1666년 9월 4일 드디어 하멜은 오랫동안의 조선 생활을 마치고 본국 네덜란드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배를 띄웠다. 몰래 배를 띄운 장소가 바로 지금의 하멜등대가 있는 곳! 일본 나가사키를 경유한 하멜 일행은 3년 뒤인 1669년 마침내 네덜란드로 귀국한다.
그리고 그가 고국에 돌아가 저술한 책이 바로 '하멜 표류기'다. 밀린 임금 달라고 쓴 책이 조선의 존재를 유럽에 알리는 일등공훈을 세웠다니, 오묘한 느낌이 든다. 하멜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전시관을 나가기 직전에는 뜬금포로 여수에서 가볼만한 곳에 대한 소개가 등장한다. 하멜과의 직접적 연관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지만, 관광객들이 나름 많이 방문하는 곳에서 '진또배기 여수'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했기에 여기 있겠지? 지금은 보수공사 중이어서 아쉽게 그 모습을 만날 수 없는 진남관에서 시작하여, 돌산대교 야경과 향일암, 거문도와 백도 등 여수의 시그니처 관광지의 모습이 펼쳐진다. 아무튼 여수 생각보다 갈 곳 많다.
이것으로 하멜전시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하멜등대에서 인증샷 하나 남기고 다음 방문지인 자산공원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면 다시 보이는 풍차의 모습. 풍차 날개 돌아가면 더 멋진 풍경을 연출할 수 있을 뻔했음.
하멜등대로 가는 길에 보이는 거북선대교의 위용. 여수엑스포 인근과 돌산도를 최단거리로 이어주는 이 다리는 걸어서도 건널 수 있다. 하멜전시관 바로 뒤쪽에 다리로 올라가는 통로가 나 있어서, 이곳 방문을 마치고 걸어서 바로 돌산공원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물론 다리가 아프겠지만... 며칠 뒤에 이 짓거리 진짜 했음 3km 이상 걸을 자신 있으면 도전 ㄱㄱ
금방 보이는 새빨간 색의 하멜등대! 야간에는 뒤편의 돌산대교에 조명이 들어올 뿐만 아니라 하멜등대 자체에도 라이트업을 해주기 때문에 더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물론 그 시간에는 사람 얼굴이 어둡게 나온다는 디메리트는 존재...! 뭐 잘 보정하다 보면 최상의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순전히 당신들의 노력에 달려 있는 문제니...ㅋ
하멜등대는 평일에도 줄 서서 사진찍는 장소다. 어쩌다 이곳이 여수 인증샷의 성지로 급부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특히 주말에 무턱대고 왔다가 사진 하나 건지기 위해 1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내 뒤에 사진을 찍을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들이 내 사진을 찍어줄 좋은 도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분에 여기서라면 혼자 가든 누구와 함께 가든 상관없이 셀카 모드로 돌리지 않고 뒷사람에게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아주 당당히(!) 할 수 있다. 이건 분명한 장점!! 물론 내 앞사람에게는 내가 사진을 찍어주는 매너도 보여줘야겠지??^^
하멜등대에서 사진 찍는 것을 마무리했다면, 이제 다음 목적지인 자산공원으로 이동할 시간! 하멜전시관에서 자산공원까지는 거리도 짧을뿐더러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시피 해서, 그냥 걸어가도 충분하다. 중간에 터널 하나를 지나야 하지만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 자산공원에 대한 포스팅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63 으로 Go!
'대한민국 Korea > 여수&순천 Yeosu&Sunche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엔 동백꽃은 없지만 바다가 있는, 여수 오동도 <여수 가볼만한곳> (0) | 2019.09.13 |
---|---|
하멜전시관에서 자산공원까지, 자산공원 전망대 낮풍경 <여수 가볼만한곳> (0) | 2019.09.12 |
루프탑 카페 스타벅스 여수해양공원점 <여수 가볼만한곳> (0) | 2019.09.08 |
여수 핫플로 등극한 이순신광장과 종포해양공원 <여수 가볼만한곳> (0) | 2019.09.07 |
여수 전통시장 서시장 먹거리골목 탐방 (0) | 2019.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