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페인 Spain/바르셀로나 Barcelona

<3/3일의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 바르셀로나 세계문화박물관 무료입장

2/27-3/7 바르셀로나의 기록 12.

피카소 미술관은 생각보다 골목 깊숙한 곳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가는 길목마다 팻말이 잘 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구글맵 찍고 돌아다니는 게 안전할듯! 미리 이메일로 받은 표를 보여주기만 하면 무사통과였다. QR 입장권을 출력할 필요도, 티켓 오피스에서 실물티켓으로 교환할 필요도 없이, 그냥 직원한테 캡처한 것 보여주면 끝!

구조가 꽤나 복잡하게 되어 있다. 미술관 본관 안으로 올라가면 화장실이 없어서, 1층에서 미리미리 가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우측에 보이는 계단이 출구 쪽으로 내려오는 곳이다.

입구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이렇게 고풍스러운 건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대다수 건물들에서 지은 지 오래 되어 보이는, 그런 고풍스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도시의 특색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부분! 피카소 미술관의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작품의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다. 막상 가 보면 대놓고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도 있고, 직원이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것을 보아 웬만큼은 자유롭게 찍어도 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일단 안내 팜플렛에는 No Photo라고 적혀 있으니, 그냥 눈으로만 담아보는 걸로! 우리가 아는 피카소의 대표작품인 '게르니카' 같은 그림은 죄다 마드리드로 가 있는 듯했다. 이곳에는 피카소의 유년시절 그림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생각보다 유명한 그림은 많지 않았다. 이곳도 무료입장일 잘 맞춰서 오는 걸로 하자.

그렇게 미술관을 나와,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독특한 박물관에도 들러 보기로 했다. 3월 첫째 주 일요일이라 그랬는지, 이곳 역시 무료로 입장이 가능해서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 본 곳이었는데, 머나먼 타국에서 대한민국의 유물을 볼 수 있는, 신박하고도 화가 나는 경험이었다. 박물관의 이름은 "Museu de Cultures del Món de barcelona". 한국어로 번역하면 "바르셀로나 세계 문화 박물관" 정도가 되겠다.

입구에 들어가니, 이렇게 영수증처럼 생긴 입장권을 나눠준다. 무료입장일인지라, 가격이 0.00유로로 찍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박물관 내부에 들어가니, 세계 각국의 유물들을 대륙별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었다.

오세아니아 관이라... 바르셀로나와 오세아니아가 어떤 관계가 있었길래, 이들의 유물을, 그것도 한두 점 수준이 아니라 아예 독립적인 관까지 마련해서, 전시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당대 원주민들이 아마도 종교적인 상징물, 그리고 축제의 도구로 사용했을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약탈이었을지, 아니면 합법적으로 반출해 온 것들일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자... 이제 아시아관이 나온다. 스페인이 중세 시대 엄청난 대제국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힘이 어떻게 아시아에까지 뻗어나간 것인지는 도통 의문. 필리핀 계열 쪽 전시품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한중일의 문화재 역시 몇 점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서 살짝 빡침이 왔다고...

선명하게 보이는 'Corea'라는 글자. 그리고 정말 익숙한 한국의 지도. 도대체 어떻게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이 바다 건너 산 건너 이국 땅에 이렇게 대놓고 전시되어있을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의문이 들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문화재들이 그렇게 보존가치가 높아 보이는 것들은 아니었다는 점....? 그래도 소장가치의 유무를 따지기 전에, 일단은 어떠한 경로로라도 국내 문화재가 반출되어 타국에서 전시되어 있다는 것을 보는 것이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었으므로.... 후;

이 정도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익숙한 풍경들을 서양 박물관에서 보다니....^^ 약간은 찝찝한 마음으로 아시아관을 나오니, 마지막 아메리카 관이 나왔다. 스페인의 남미 대륙 정복을 생각해 보면, 이곳에 가장 많고 풍성한 전시가 되어 있어야 정상(?)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문화재가 있지는 않았다.

잉카 문명, 그리고 안데스 문명의 문화재들 몇 점이 전시되어 있는 수준. 스페인인들이 남미 대륙에서 자행했던 끔찍한 학살과 약탈을 떠올려 보면, 너무나도 작은 스케일에 분명히 놀랄 만할 수준이다. 더군다나 앞의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전시관과의 상대적인 크기 비교를 해 보면 더더욱...

아메리카관에 전시되어 있던 유물 몇 점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정말 이국적인 모습들.... 이 정도로 간단히 돌아보고,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총 1시간 남짓 관람했던 것 같다. 바르셀로나 세계문화박물관은 피카소 미술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니, 미술관 관람 후 시간이 남는다 싶으면 무료입장일을 잘 노려서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와 신기하다'를 넘어서서, 약탈과 도난으로 점철된 세계 문화재들의 수난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생각해 볼 지점을 많이 던져주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자국의 민속 박물관에 있어 마땅한 문화재들이 멀고 먼 거리를 날아와 타국의 문화 박물관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결코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만큼, 과거의 세계사 속에서 수많은 약탈과 도둑질이 자행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겠지. 과연 '정복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지점. 우리나라의 경우, 항상 침략의 피해자 입장이었으니 이러한 문제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침략의 가해자들은, 타국의 문화재가 자국 박물관에 버젓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또 다른 어떤 생각들을 할까? 하는 고민 역시 할 수 있을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들어갔던 곳인데, 나올 때는 본의 아니게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짓누르게 되었다. 이 고민들을 몸소 체험해 볼 사람에게는, 입장을 강력히 추천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