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스트리아 Austria/잘츠부르크 Salzburg

잘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까지 레일젯 기차 할인받아 싸게 간 후기

잘츠부르크에서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동안 짬을 내어 많이들 다녀오는 할슈타트. 사실 잘츠카머구트의 넓은 지역 중에서 할슈타트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바이지만, 어쨌거나 많이들 다니니까 나도 가 보았다.

다만! 편도 2시간이라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가는 만큼 할슈타트만을 보고 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근 지역인 오버트라운과 바트 이슐까지 묶어서 돌고 오기로 결정. 결론적으로 정말 현명한 판단이었지 싶다.

잘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까지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150번 포스트버스를 타고 바트 이슐까지 가서 다시 기차 or 버스를 타고 할슈타트로 들어가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레일젯(RJ) 열차를 타고 아트낭 푸하임에서 로컬선으로 1회 환승하여 할슈타트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기차를 타고 할슈타트 역에서 내리면, 할슈타트 마을까지는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배 시간이야 기차시간과 연계가 되어있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일은 없지만, 문제는 항상 돈(...)

그렇다고 포스트버스 요금 역시 결코 싸지 않다. 할슈타트 마을까지 편도 11유로가 넘어가는 무지막지한 요금과, 요금에 걸맞지 않는 버스 서비스(150번 포스트버스는 완행버스다. 그냥 좌석만 시내버스보다 조금 편한 정도여서, 우리나라 시외직행 생각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를 생각했을 때 가성비 측면에서 영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기차타고 오버트라운까지 쭉 달렸다.

기차로 오버트라운 혹은 할슈타트에 가기 위해서는,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RJ 열차를 타고 아트낭 푸하임 역까지 간 후, 여기서 로컬열차인 R이나 REX 열차로 갈아타 할슈타트/오버트라운 다흐슈타인 역까지 가야 한다.

출발일 약 2주일 전까지 예매하면 단돈 9유로라는 저렴한 요금에 할슈타트/오버트라운까지 이동할 수 있으니, 조기에 일정이 확정된 여행자라면 이 방법을 적극 고려해보자. 예매는 OBB 공식 홈페이지에서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슈퍼 플렉스 요금의 경우 출발변경이 불가능하며, 기차를 놓칠 경우 환불이 불가능하니 일정이 픽스된 여행자만 사용하길!

RJ 열차에는 비즈니스석/1등석/2등석의 3클래스가 있는데, 40분 편하게 가겠다고 10유로를 더 얹어주는 건 미친 짓 같아 그냥 제일 저렴한 2등석을 예약했다. 그리고 열차 좌석에 앉자마자 바로 후회했지

레일젯의 경우, 2등석은 일반 객차/Quiet Zone(조용히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좌석)/Family Zone(대화를 하면서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좌석)이 구분되어 있다. 콰이어트 존 들어가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만큼 민폐가 없으니 각자 상황에 맞게 자리를 잘 잡는 걸 추천한다.

고속열차의 특성상 콰이어트 존부터 자리가 차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좌석예약 없이도 충분히 아무데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레일젯 열차의 실내 모습. 이른 아침 출발이라 그런지 차내엔 사람이 정말 없어서 일반 객차에서도 크게 시끄러운 소음은 나지 않았다.

군데군데 있었던 4인 동반석 자리. 좌석 예약이 안 되어 있고, 다른 좌석에 여유가 많은 상황이라면 테이블이나 옆자리에 짐을 한가득 올려놔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의외의 명당이니 출발역에서 자리를 선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좌석간격이 나쁘지는 않은데... 레일젯 2등석의 최악의 단점은 바로 시트 리클라이닝이 불가능하다는 것. 단 1도도 뒤로 젖혀지지 않아서 처음에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10분 동안 열심히 온 좌석을 뒤졌는데도 좌석 젖히는 스위치가 없어서 결국은 단념하고 이동했는데, 출발한지 30분 정도 지나니까 허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 의자 각도가 은근히 90'에 비슷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KTX보다 훨씬 불편하게 구겨져서 갔다. 좌석만 놓고 보면 차라리 로컬열차인 REX가 백 배는 편할 정도.

리클라이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사람은 10유로 더 올려주고 1등석으로 가거나 차라리 버스를 타고 가는 게 낫지 싶다.

잘츠부르크를 출발하여 빈까지 가는 RJ545열차. 오스트리아에선 RJX(레일젯 익스프레스) 다음으로 가장 빠른 열차지만, 200km/h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여러모로 KTX와는 비교되던 기차. 쓸데없이 요금만 드럽게 비싸지

약 40분 정도를 달려 레일젯 열차는 환승역인 아트낭-푸하임 역에 도착한다. 도착할 무렵 차내 전광판에 환승편 열차의 출발시각과 출발 플랫폼이 공지되니 미리 확인하고 내리면 좋다.

간혹 열차가 지연되어 원래의 환승편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차장이나 역장에게 반드시 열차 지연 증명 스탬프를 받고 다음 열차에 승차해야 한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조건 아무 열차에나 올라탈 경우 무임승차 처리가 되니 반드시 확인하자. 이쪽 동네는 한국처럼 플렉시블한 곳이 아니다.

반쯤 박살난 허리를 안고 도착한 아트낭 푸하임 역. 이제 플랫폼을 바꿔 할슈타트/오버트라운 다흐슈타인 방향으로 가는 일반열차로 환승을 할 시간. 그냥 도착지 확인하고 플랫폼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소요시간은 길어야 5분, 짧으면 3분이면 충분했다.

잠시 후 도착한 REX 열차. 할슈타트/오버트라운까지는 R 혹은 REX 열차가 들어가는데, R은 각역정차/REX는 급행열차 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할슈타트까지 REX 열차가 약 15분 정도 빠르게 간다.

자전거 전용 거치대까지 마련하고 있었던 REX 열차. 한겨울에 여기까지 자전거 끌고 갈 위인이 누가 있겠냐만은 탑승객은 대부분 연선의 지역주민과 관광객이어서, 혼잡률이 높지 않아 자리 잡는 것도 수월했다. R/REX 열차의 경우 아예 지정석 제도가 없기 때문에 빈 자리 아무데나 고르면 그게 내 자리가 되는 시스템.

REX 열차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을 거쳐지나가 할슈타트/오버트라운까지 1시간을 넘게 내달린다. 중간중간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장관이 정말 압권이니 놓치지 말자.

그렇게 한참을 가 드디어 오버트라운 다흐슈타인 역에 도착! 친구는 여기서 계속 여행할 계획이라 숙소에 들러 짐을 풀고, 여기서 4km 떨어져 있는 할슈타트로 이동했다.

오버트라운에서 할슈타트까지의 고생길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136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