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만 Taiwan/타이베이 Taipei

단수이 위런마터우 부두, MRT 안에서의 노을

진리대학과 홍마오청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15시. 이제 단수이 최고의 노을 핫플레이스인 위런마터우 부두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없이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정말 멀었다...

위런마터우로 넘어가는 길에 만난 작은 다리. 그런데 날씨가 뭔가 심상찮다.

분명히 단수이에 도착했을 때는 하늘이 쨍쨍했는데 왜 해가 질 무렵이 되니까 갑자기 구름...? 타이베이 날씨는 런던 뺨치게 변덕쟁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도록 하자.

뭔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것 같긴 한데, 짙은 구름에 가려 노을다운 노을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꾸역꾸역 위런마터우까지 걸어갔다.

생각보다 먼 길이다. 단수이 역에서 위런마터우까지는 적어도 1시간 이상 걸어야 하니, 어지간하게 힘 남아돌지 않으면 홍26번 버스 타는 게 좋을 게다.

어찌어찌 위런마터우에 도착은 했는데, 구름이 걷힐 생각 따위는 없나보다. 등에 조명까지 들어올 정도면 슬슬 해가 넘어갈 시간이라는 건데, 하늘에는 회색빛만 가득.

다리 주변에는 소소한 해산물 식당들이 있다. 이날 노을이 질 것 같지 않아서였는지, 사람들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는 않았다.

뭐 주변 풍경은 한국 바닷가랑 다를 바가 없다. 바닷물 색이 그렇게 예쁜 것도 아니고, 어선들 정박해 있는 건 인천 포구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으니까.

누군가 위런마터우가 월미도랑 다를 게 없다고 적은 후기를 봤는데, 직접 와 보니까 아!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노을만 아니면 굳이 여기까지 와야 하나 싶기도.

다리의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사랑의 다리 비스무리한 게 있었다. 이 다리 위에서 일몰을 많이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람들이 죄다 여길 건너고 있고, 어차피 홍26번 버스를 타고 MRT 단수이 역으로 되돌아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했기에, 나도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한다.

다리에 올라 바라본 단수이의 모습. 이제 아예 대놓고 먹구름이 끼기 시작해서... 노을 보기는 다 틀렸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이건 타이베이 여행 중 최대의 삽질이 되었다.

다리 위에서는 드넓은 바다의 시작점을 볼 수 있다. 등대 두 개 사이로 바닷길이 열리는 그림... 뭔가 여수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다리를 완전히 건너오면 'Love' 조형이 있다. 커플들 여기서 사진 정말 많이 찍는 것 같았다. 혼자 온 본인은 주저없이 pass하고 갈 길을 갔다.

그렇게 미련없이 버스를 타고 MRT 단수이 역으로 돌아가는데...

?? 이런 빌어먹을 일이????

그랬다. 타이베이의 날씨요정이 마지막 순간에 배신을 시원하게 때린 덕분에... 노을은 버스 차창 안에서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욕이 절로 나오는 순간.

이건 뭐 염장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버스에서 내리니까 노을 색깔이 점점 더 짙어진다. 위런마터우에서 존버탈걸 하는 생각을 백만 번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MRT 타러 터덜터덜 올라갔다.

출발을 대기하는 MRT 안에서 찍은 단수이의 노을 사진. 사람 속 제대로 긁어보겠다고 작정이라도 했는지, 카드 찍고 플랫폼에 올라오니까 색깔이 점점 예뻐진다. 전생에 죄라도 지었나 왜이러지

MRT가 남의 나라에서 노을 보러 찾아온 여행객을 위해 출발시간을 뒤로 미룰 일은 절대 없었으므로, 타는 노을을 차창 너머로 본 것도 몇 분이 전부. 아쉬움을 한가득 안고 그렇게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갔다.

오늘의 교훈. 당장 눈에 보이는 타이베이 날씨를 절대로 신뢰하지 말자. 뒤통수의 요정

그렇게 시내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용산사 야경을 보러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