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pei Day 2: 맹갑청산궁-용산사-보피랴오리스지에-단수이-용산사 야경
타이베이 시내에서 MRT를 타고 약 30분 정도를 달리면 닿을 수 있는 단수이. 한국인들에게 노을맛집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여기 와서 노을'만' 보고 가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골목 구석구석을 걸을수록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단수이. 짬 내서 여기 오길 참 잘 했다.
오후 2시쯤 도착한 단수이 역 앞 광장. 날씨가 꽤 맑아 노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안고 걷기 시작한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장소인 단수이 지역.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산책 내내 강을 끼고 걸을 수 있다. 다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이국적이라던지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다. 딱 우리나라 강변 산책로다.
넓은 역 광장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면 관광지, 동쪽과 남쪽으로 내려가면 주거지구가 펼쳐진다. 결국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단수이 역을 출발해 북쪽으로 향하면 바로 등장하는 단수이 옛거리(단수이라오지에). 제법 느낌있는 건물들 사이로 좁은 길이 쭉 뻗어 있다.
단수이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길 양옆에는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아이스크림에서 시작해서 대왕카스테라, 탕후루, 버블티는 물론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쭉 있어 재밌는 구경 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
닭튀김 파는 가게에서 내건 광고에 너무나 충격을 받아 사진으로까지 남겼다. 타이완 남바완을 여기서 만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먹고 사는 것에 관심이 그다지 없는 본인은 빠르게 라오지에를 통과해 단수이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을 걷다 발견한 작은 공원에서는 조명 공사가 한창이었다. 밤에는 아마 불도 켜지겠지.
맥케이 동상이었나. 아무튼 꽤나 유명한 사람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단수이 지역의 개항과 통상과 관련해 꽤나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흔한 단수이 골목길. 묘하게 일본풍이 느껴지기도 하고, 유럽 스타일이 엿보이기도 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정확히 캐치한 것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항구도시였던 단수이가 개발된 시초가 바로 유럽과 일본의 침략이라고 하니, 도시 전반에 그들의 건축풍이 퍼져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대만판 근대문화유산거리라고 부르면 적당하겠다.
길에서 살짝 빠져나와 해변 산책로에 있는 스타벅스에 잠시 들어가본다. 한국인들 환장한다는 자몽시럽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패스.
MD상품 중에 대폭 할인하는 게 있길래 콜드컵 하나만 손에 쥐고 다시 산책로로 돌아갔다. 한국 돌아와서 중고나라 검색해보니까 자몽시럽 꽤 비싸게 거래되고 있던데, 몇 개 사와서 되팔걸 그랬나 진심으로 후회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보이는 관광안내소. 그 옆에 뭔가 박물관처럼 생긴 곳이 있어서 들어가보았다.
1884년, 중국과 프랑스 간의 전쟁 중 단수이 지역에서 발생했던 전투를 기록하고 있는 기념관인 것 같았다. 주저 없이 들어가본다.
매월 첫째 월요일을 제외한 날 9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개방되어 있는 이곳 박물관. 타이베이에서는 월요일에 쉬는 곳들이 참 많구나...
영어 안내가 대부분 있어서 둘러보기에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다만 남의 나라 역사에 관심 없으면 이곳에서 절대 흥미를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중-프 전쟁에서 단수이가 어떻게 개입되었으며 어떤 전투가 발발했었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단수이가 교역항으로서의 성장을 이뤄냈는지 등등의 자료가 쭉 펼쳐진다.
박물관이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어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쓱 훑어보고 나오는 데 20~30여 분이면 충분했다.
너무나 맑은 하늘, 적당히 따듯했던 기온(12월 단수이 날씨: 긴팔티 위에 맨투맨 입고 돌아다니면 딱 맞았다)에 취해 밖으로 나와 사진도 몇 장 남기고, 이제 본격적으로 홍마오청과 진리대학 쪽으로 이동했다.
타이완 관공서들을 지나 길이 쭉 이어진다. 아직까지만 해도 나는 단수이가 생각보다 매우 넓은 지역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며, 타이베이 날씨는 런던 뺨치게 변덕스럽다는 점 역시 모르고 있었지.
큰길을 따라 걷다가, 주변에 이렇게 거대한 맹그로브 나무가 보인다면 홍마오청과 진리대학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단수이 역에서 걸어서 오면 적어도 20~30분은 잡고 와야 할 거리였다.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아름다운 경사를 자랑하는 길을 올라, 진리대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홍마오청은 입장료를 80달러씩이나 줘야 한다고 해서 과감하게 pass. 어차피 단수이 역사에 대해서는 아까 그 박물관에서 지겹도록 학습하고 왔으니, 더더욱 보러 갈 이유는 없었다.
커다랗게 적혀 있는 '진리대학' 글씨.
홍마오청 뺨칠 정도로 상당히 예쁜 캠퍼스 건물들. 이쪽 공간에는 들어가보지는 않았고, 담장 너머에서 외관만 찍고 왔다.
관광객들은 별도의 신분증 제시 없이 정문을 통해 대학에 출입할 수 있었다. 묘하게 본인이 다녔던 고등학교와 정문 모양이 비슷했다고 한다.
12월임에도 불구하고 싱그러운 초목이 자라고 있던 단수이 진리대학교. 진리대학의 명물 옥스포드 칼리지 앞에서는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고...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참 묘하겠다. 누구는 X빠지게 공부하는 치열한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기념촬영과 추억을 남기고 돌아가는 장소인 셈이니까.
근데 솔직히 그럴만 한걸 어떡하겠어. 정원도 그렇고 캠퍼스 건물도 그렇고, 하나같이 너무 예뻐서 쉽게 발걸음을 떼기 어려웠을 정도였다. 서울대 반성 좀 해라 진짜 칙칙하게 이게 뭐냐 심지어 여기서 웨딩촬영 하는 현지인들도 있었을 정도.
어디에 서서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온다는 한국인 패키지 가이드 분의 설명을 살짝 엿듣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진리대학의 모습을 담고 왔다.
진리대학의 핫플레이스, 옥스포드 칼리지와 설명 안내판의 모습. 1882년에 세워져 150년이 가까운 시간을 우뚝 서 있는 건물이다. 서울대 28동은 뭐냐 반성해라 No.2
웨딩촬영의 현장.jpg. 주변에 한국 관광객 분들이 워낙 많다 보니 처음에는 해외에서 웨딩촬영도 하나 싶었는데, 정신 차리고 다시 보니까 대만인 분들이었다.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좋은 장소인가 보다.
옥스포드 칼리지를 한 바퀴 크게 돌면서 이것저것 건물 사진을 찍고, 이제 홍마오청 뒷문을 슬쩍 가 보았다.
진리대학과 홍마오청 후문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혹시 이리로 들어가면 입장료 안 내고 슬쩍 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큼한 마음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당연히 실패.
아름드리 숲길을 잠깐 지나면 홍마오청 입구가 보이지만, 어김없이 여기에도 설치된 매표소^^
하긴 상식 선에서 생각해 봐도 여기 매표소가 없는 건 말이 안 되긴 한다. 혹여 없었다고 해도 오래 전에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다 났었겠지... 무튼 홍마오청 무료입장할 생각은 물거품으로.
근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건물이 좀 예쁘게 생겼으므로... 외관 사진이라도 한두 장 찍고 간다.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비탈길을 내려가 큰길로 합류한 후 위런마터우 부두까지 걸어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구글 지도를 슬쩍 훑었는데 뭐 별로 멀지 않아 보여서 생각없이 걸었는데, 가면 갈수록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고... 걸어가다가 다리몽둥이 부러질 뻔한 이야기, 그리고 노을 못 볼 줄 알고 MRT 타러 일찍 돌아온 삽질 이야기는 https://travelife-chan.tistory.com/103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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