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과 함께한 가을 덕수궁 산책

단풍 다 떨어지기 전에 얼른 서울이라도 다녀오자 해서, 평일 아침에 살짝 덕수궁 산책 다녀왔다.

아직도 복원공사가 한창이라 덕수궁의 얼굴인 대한문을 온전히 볼 수는 없었다.

예전에 이 근방에서 태극기집회 엄청 많이 했는데, 요새는 잠잠해서 좋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이나 만 24세까지는 청소년 자격으로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별도로 매표 없이 대한문 지나는 길에 있는 스피드게이트에 신분증 대니까 바로 통과됐다. 빨리빨리의 나라답다.

들어가자마자 오른편에 기념품샵이 보였지만, 혼자 잠깐 산책하러 온 거라 오늘은 빠르게 지나쳤다.

나중에 코로나 끝나고 외국인 관광객 입국 재허용되면 여기 분위기도 좀 풀리려나..

단풍길이 제법 예뻤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욱 좋았기도 했고.

숲길을 따라 궁 안쪽으로 들어갔다.

평일 오전 9시 입장 시작하자마자 들어와서 그런지 궁궐 안은 정말 한적했다. 다들 출근...했을테니까...

고종이 추진했던 근대화의 상징 덕수궁. 석조전을 비롯해 여러 서양식 건축물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어/영어 해설이 시간마다 있다고 하는데, 10시 30분까지 기다리기 너무 애매해서 패스했다.

뒤에 쌓였던 빡빡한 일정만 아니었으면 들어봤을텐데, 좀 아쉬웠다.

덕수궁 크기는 상당히 작은 편이라, 가볍게 산책하는 느낌으로 둘러보면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덕수궁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궁궐과 현대건축의 절묘한 만남이다.

도심 빌딩숲 한가운데에서 고궁 풍경 느낄 수 있는 곳 흔치 않다.

광명문을 지나 함녕전 안으로 들어가 잠깐 사진을 남기고

가을이라 궁궐이랑 단풍을 같이 담았을 때 색감이 진짜 예쁘게 나왔다.

함녕전 뒷편으로 나 있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정관헌으로 넘어갔다.

'가배'를 즐겼던 고종이 궁궐 안에서 항상 커피 마시던 장소가 바로 이곳 정관헌이다.

전통건축과 서양건축을 절묘하게 이어붙인 건축이라고 한다. 근대 느낌이 많이 살아있어서 신기했다.

정관헌 뒤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정말 예뻤다. 겨울 되기 전에 와서 다행이다.

작은 쪽문을 넘어 이제 덕수궁의 메인 영역인 중화전과 석조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나라 궁궐이 풍기는 아우라가 있다. 서양과 비교하면 확실히 작긴 한데, 동양 고유의 예쁨이 살아있어 절대 꿇리지 않는듯.

중화전 뒷편으로 들어가 한 바퀴를 돌았다.

11월 초에 방문했음에도 몇몇 나무는 이미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었다.

우뚝 서 있는 서울의 빌딩숲 속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덕수궁 중화전.

아담하지만 예쁘고 기풍있다.

궁궐의 가장 중요한 전각답게 내부는 상당히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보수공사 때문에 안에 들어가보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

뒤편 산책로 따라서 이제 석조전 방향으로 이동했다.

덕수궁의 하이라이트 석조전. 서양의 신전처럼 대리석과 기둥으로 꾸민 모습이 꽤 우람했다.

내부 관람은 무조건 사전예약제로 가능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맞은편 석조 건물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여기까지 둘러볼 시간이 도저히 없어서, 오늘은 주요 명소는 다 패스하고 딱 궁궐 산책만 하게 된 셈이다.

그래도 궁궐이랑 단풍 구경은 실컷 할 수 있었던 게 다행.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게 가장 좋았던 부분이었다. 주말이나 평일 점심시간에는 아마 미어터지지 않을까 싶기도...!

단풍숲 속에서 한 5분 정도 가만히 앉아서 쉬다가, 궁궐 밖으로 빠져나왔다.

한적했던 덕수궁 돌담길의 모습.

오히려 단풍이 메인이라면 덕수궁 경내로 들어가기보다는 돌담길 한 바퀴 걷는 게 더 예쁠 것 같기도 하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걸어서 1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최고의 접근성까지.

도심 속에서 잠깐 숨 돌리고 싶을 때 추천하는 장소 덕수궁이다. 매주 월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는 점만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