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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Korea/서울&수도권 Seoul&metropolitan area

서울 실내 가볼만한곳,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다녀왔다. 날씨가 더워져 실내에서 가볼만한 곳을 찾으려는 목적이기도 했고.

삼각지역에서 걸어서 2~3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전쟁기념관. 접근성은 매우 좋은 편인 것 같다.

서울 한복판이라 시도때도 없이 차가 밀리니, 되도록 대중교통 이용해 오시길.

전쟁기념관 입구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대부분 6.25 전쟁을 형상화한 것들이다.

너무나 유명한 형제의 상 역시 전쟁기념관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만날 수 있다.

모든 전쟁이 가질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요소를 조각상 하나로 잘 표현한 것 같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야외 관람은 잠시만 하고, 전쟁기념관 내부로 들어가보았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

워낙 볼거리가 많아서 좀만 꼼꼼히 구경하려고 해도 기본 2시간은 잡는 게 좋을 것 같다. 코로나로 일일 관람인원 제한이 있으니 주말에는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하고 가는 걸 추천.

관람동선은 하나다. 호국추모실로 쭉 내려가면서 1층->2층->3층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완성된다.

6.25 전쟁 동안 전사한 사람들의 명부를 시작으로 전쟁기념관 관람이 시작된다.

전쟁기념관의 모토.

유사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전쟁의 기록들을 따라 1층 전시관으로 길이 이어진다.

호국의 길을 따라 내려가, 한반도 전쟁사를 전반적으로 기술하는 1층 전시관으로 갈 수 있다.

6.25 전쟁은 3층의 독립된 전시공간에서 전시되니, 이것만 보러 갈 사람은 바로 3층으로 올라가도 된다.

1층 홀에는 한국의 전통 전투함이었던 거북선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이왕 전시할 거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게 했으면 좋으련만.

1층에서는 광개토대왕부터 대한제국까지 한국 전쟁사를 쭉 훑을 수 있다.

전쟁기념관보단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공간이라, 한국사에 큰 흥미가 없으면 빠르게 지나쳐도 될듯.

일제 강점기 대한독립군, 한국광복군의 역사까지 얼추 다 보면 1층 전시장 관람은 끝이다.

체력 안배를 잘 해야 하는 것이, 3층에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자칫 지쳐버리면 피곤해진다.

1층의 넓은 홀에는 6.25 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육군과 공군의 무기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국군, 미군, 북한군이 사용했던 무기 모두 있어 밀덕들 눈호강하기 좋을듯.

기획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1952, 아주 보통의 나날들이라는 테마전시를 하고 있었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억세게 살아나갔던 평범한 시민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전쟁 속에서 역설적으로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된다.

2층 통창 너머로 남산, 이태원 뷰와 함께 얼마 전까지 군에서 쓰던 자산들을 전시해 둔 야외전시장이 보였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이곳은 그냥 창 너머로 감상하고, 이제 6.25 전쟁을 다루고 있는 3층으로 올라가보았다.

주로 전쟁 기간 UN군의 참전에 대해 상당 부분 전시가 할애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가장 흥미를 느껴 전쟁기념관에 오게 되었는데, 전시 수준에 불만이었던 것도 사실이었음.

기본적으로 한국전쟁 기간 UN과 미군의 참전동기를 지나치게 미화한 것이 가장 눈에 밟혔던 부분이었다.

한국전쟁을 둘러싼 국제정치적 논리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마치 이들이 대한민국의 수호신인 것마냥 시종일관 서술하는 모습이 과연 미래세대 안보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좀 의문이다.

여러 모로 볼거리 자체는 적지 않지만, 냉정한 국제정치적 상황맥락의 희생자였던 한국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히 과거의 전쟁을 기억하는 것에서 머무를 뿐, 그것이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제대로 된 설명이 없는 것 같은 아쉬움.

6.25 전시관을 넘어, 1970년대 이후 해외파병에 나가기 시작한 국군의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실로 이어진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한국군 파병이 이뤄졌던 국제정치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재했다는 점이 아쉽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지나친 미화가 가장 거슬렸던 지점.

한국이 과연 저런 숭고한 목적으로 이역만리 타지에 젊은이들의 피를 뿌렸을까?

채명신 장군의 당부를 적어둔 것이라고 하나, 이 역시 베트남 전쟁 당시의 상황과는 다소 동떨어진 인식이라 아쉬웠던 지점.

베트남 전쟁이 한국사에 있어 결코 자랑스러운 지점은 아니기에, 객관적 평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편향된 시각에서 전시가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 물론 객관화를 시도했을 때 일부 '애국자' 분들이 게거품물고 달려들 게 뻔히 보이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놓아둘 순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은 PKO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 국군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

앞으로도 쓸데없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진정 세계 평화에 앞장서는 정예국군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써놨길래... 사진으로 하나 담아보고

많이 흔들렸는데 지금 한국군이 운용하는 여러 무기들의 전시를 끝으로 전쟁기념관 관람을 마쳤다.

부족함도 많은 곳이지만, 한 번쯤 들러 한국의 전쟁사와 미래 국군의 지향점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 좋은 곳이다.

나가는 길. 6.25 전쟁의 UN군 전사자 명단이 빼곡히 적힌 홀을 통과하며 전쟁기념관 관람을 마쳤다.

과거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딛고 오늘날 세계 10위권 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 과거의 교훈을 바탕으로 평화를 선도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전쟁기념관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