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의 둘째날 아침. 오전에 임피역에 들렀다가 오후에 친구를 만나 놀기로 했다. 철저한 사전답사는 하지 않고 대충 버스 시간 맞춰서 무작정 떠났는데, 결과적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좀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던 여행길이었다.
사실 군산보다는 익산과 조금 더 가까이 위치한 임피역. 월명동에서 환승 없이 갈 수 있어 시내버스 타고 가는법은 어렵지 않다.
21, 22, 23, 27, 61번 버스가 임피역까지 운행하는데, 평균적으로 통합 1시간 배차로 움직인다. 차 하나 놓치면 다음 시간까지 까마득하게 기다려야 하니, 미리 운행시간 잘 알아두고 가자.
카카오버스 어플에서 실시간 도착정보를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시내에서 대야를 지나 약 1시간 정도를 쭉 달려 도착한 임피역. 시내버스 정류장 바로 뒤로 역사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작게 조성된 공원 너머로 시계탑과 임피역사가 보이려는 찰나, 옆에 있는 건널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는 장항선 열차가 이곳을 통과하는 순간인데, 건널목까지 이동할 시간적 여유는 없어 그냥 역 근처에서 통과하는 열차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꽤 빠른 속도로 역 구내를 통과하는 용산행 무궁화호 열차.
건널목에서 찍은 게 아니라 사진 구도가 영 아니다. 솔직히 기차 통과하는 시간이랑 겹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어서 갑작스럽게 찍었던지라 더더욱 그랬다.
코레일톡에서 열차 시간표 미리 조회하고 적당히 맞춰서 오면 시골 건널목을 지나치는 기차 모습도 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간이역 출사의 매력을 더해주는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건널목을 뒤로 하고 다시 임피역으로 돌아와, 새마을호 객차 2량을 활용해 조성한 전시공간으로 들어가보았다.
군산선을 지나던 열차의 기억을 담고 있는 작은 객차전시관. 영상물 끝까지 다 볼 거면 1시간쯤 잡고 돌아야 하는데,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는 컨텐츠여서 난 빠르게 지나갔다.
내부는 그냥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다. 전시공간 안에서 기차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정도.
수탈의 아픈 역사와 함께 탄생했던 군산선의 스토리를 간략히 둘러보고
2007년 방영되었던 KBS 다큐멘터리 '군산선 꼬마열차 마지막 3일'을 다시 볼 수도 있다. (약 40분짜리 컨텐츠)
전시관의 끝 부분. 새마을호 객차 창문을 통해 바깥 경관도 살짝 내다볼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객차전시관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열차가 지나다니는 장항선 단선 철로와, 인근의 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까지 보고 객차전시관을 나와, 임피역 건물이 있는 방향으로 슬슬 몸을 틀었다.
임피역 앞을 우뚝 지키고 있는 시계탑의 모습. 컨셉을 '거꾸로 가는 시계'로 잡았는데, 실제로 시계가 좌우대칭된 모습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설명문이 있는데 모르고 건너뛰었던 건가...?
임피역 앞에 작게 조성되어 있던 방죽공원.
화기를 피하기 위해 작은 연못을 만들어둔 것인데, 이걸 메우고 난 뒤에 임피면에 자꾸 화가 터져서 다시 복원시켜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걸 보면 귀신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방죽공원 옆,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임피역 역사.
100여 년 전 건축되어 아직까지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곳. 등록문화재에도 올라와 있다고 할 정도로 보존가치가 높은 역이다.
역 오른쪽에서 바라본 임피역. 이 구도에서 많이들 찍는 데는 다 이유가 있긴 하다.
주변에 장애물 하나 없이 깔끔하게 역만 담을 수 있다. 사람들이 없어서 더더욱 깔끔하게 원하는 사진을 담을 수 있었기도 하고.
옛날 간이역 느낌 폴폴 풍기는 역명판.
임피역은 혼자 오기보다는 같이 사진찍어줄 사람 하나 둘 정도 구해서 오면 인생샷 많이 남길 수 있다.
임피역은 안쪽도 둘러볼 수 있게 잘 꾸며뒀다. 코로나19 때문에 군산 대부분의 실내관광지가 문을 닫아버린 거 생각하면 best of best인 부분.
1930년대, 군산선 개통 당시 이곳을 오고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정감이 살아있는, 그때 그 시골 간이역을 떠오르게 하는 임피역 대합실 안쪽의 모습.
오산리, 개정 등 군산선 이설로 더이상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뿐 아니라, 이제는 익산으로 이름을 바꾼 이리라는 이름까지. 임피역 대합실 안은 옛 추억을 그대로 싣고 있다.
임피역 대합실을 지나 장항선 철로 코앞까지 나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하루에 약 15번~20번쯤 여객열차가 다니는, 실제 사용되고 있는 선로이기 때문에 절대로 담장을 넘어 철로 무단횡단 하면 안 된다.
울타리에 바싹 붙어 대야역 방면으로 촬영해 본 장항선 기찻길.
내년쯤 장항선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면 아마 이 철길도 더이상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또다시 이곳으로 기억을 남기는 여행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임피역 역명판과 함께 찍어본 익산 방향의 선로. 철로 위로 올라가지 못해서 포인트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울타리 바로 앞에서 찍은 임피역 역사와 두 그루의 큰 나무. 여기가 또다른 사진 핫스팟이다.
아담한 간이역과 울창한 나무의 조화가 정말 예쁜 곳이다.
조금 더 확대해서 한 장 더 담아보고, 다시 역 안쪽으로 돌아왔다.
한 명이라도 같이 데리고 왔으면 예쁜 인물사진 많이 건질 수 있었을텐데, 돌아보니까 적잖이 아쉽다.
매표구역 안쪽도 들어올 수 있게 꾸며둔 군산 임피역.
장부도 몇 개 들여다봤는데 이건 그냥 아무말대잔치 타이핑해서 철만 해둔 것 같았다.
표 파는 역무원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 하나 남기고, 슬슬 역사를 빠져나와 보았다.
정오가 되면 사이렌을 알리는 오포대의 모습.
사진 찍을 때가 11시 50분쯤 되었을 때인데, 갑자기 온 세상 다 떠나갈듯한 사이렌이 울려서 엄청 당황했다.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들어갔나...? 괜히 찔릴 정도로 데시벨이 높았다. 정오 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화장실(!)마저도 근대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임피역. 당연하지만 실제 사용은 안 되니, 볼일은 옆에 있는 현대식 화장실에서 보고... 여긴 입구 구경만 하고 돌아오는 게 좋다.
안쪽에 조명 하나도 없어서 들어가는 것부터가 일단 쉽지 않고, 문도 못 따도록 다 막아놨다.
슬슬 임피역 구경을 마치고 빠져나오려는 길. 철로 옆에 놓인 역명판이 눈에 들어왔다.
철도청 시절 검은 바탕에 제작된 역명판이 그대로 남아있는 게 신기했다.
임피역은 옥구농민항일항쟁이 일어났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양질의 쌀을 수탈하는 통로가 되었던 곳이 이곳 군산인만큼, 조선인들의 항쟁 역시 더욱 큰 의미가 부여되는 장소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수시로 지나다니는 고양이를 보다가, 차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걸 문득 깨닫고 아까 보았던 건널목을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임피역쯤 되는 외곽으로 나왔다면, 카카오버스 실시간 도착정보 확인은 필수. 노선별로 정류장 통과 예상시간이 찍히는데, 이걸 잘 활용하면 알차게 시간 쓸 수 있다.
건널목은 임피역 코앞에 위치해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걸어서 한 2분? 정도 걸리는 위치라, 부담없이 다녀와도 좋다.
한적한 시골 건널목.
서울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분위기의 철도 교차로다.
교차로를 넘어가면 작은 마을이 나오는 것 같다.
열심히 사진찍고 있는데, 모르는 누군가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왔다. 아는 사람일리가 없는데... 정말 당황해서 인사 제대로 받아주지도 못하고 그냥 어정쩡하게 고개만 숙이고 스쳐지나갔는데, 돌이켜보니까 정말 아쉽다.
아마도 마을 주민이었겠지. 도시의 차가운 삶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모르는 사람과의 인사가 언제부턴가 상당히 어색해졌는데, 변명이긴 하지만 언젠가 이 글을 보신다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일부러 안 받아준 거 아닙니다 절대로ㅜㅠ
건널목 위에서 쭉 뻗어있는 선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슬슬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21번을 기다렸다.
시간을 좀 어정쩡하게 계산해서 시내버스 한 15분 정도를 기다렸다 탔는데, 기다리기 지루하면 다시 객차전시관으로 돌아가 다큐 좀 보다가 나와도 될 것 같다.
아무튼 외곽 of 외곽에 있는 임피역도 시내버스 타고 충분히 갈 수 있으니, 뚜벅이여 포기하지 말고 길을 찾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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