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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Korea/대전 Daejeon

2020 내일로 서포터즈-서대전역에서 영등포역 ITX-새마을 1104 열차 6호차 자유석 탑승후기

대전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다시 되돌아갈 시간. 대부분은 대전역에서 KTX를 타고 올라가겠지만 나는 새마을 이하 전 등급 열차의 자유석/입석만 이용 가능한 내일로 여행자...! 그래서 시간 맞춰서 서대전역에 가 용산행 ITX-새마을호 열차를 타고 영등포역으로 갔다.

ITX-새마을호 외관 모습. 2014년부터 운행하기 시작했으니 벌써 6년차인가... 6년이면 결코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차체는 상당히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듯하다. 하기야 재래선 특급열차 중에선 가장 상위등급이고 요금까지 창렬이니까(...) 외관이라도 깔끔해야지.

목포역을 출발해 서대전역을 지나 천안-평택-수원-영등포역을 거쳐 용산역에 21시 34분에 도착하는 ITX-새마을 1104호.

서대전역에서 영등포역까지 정규운임은 15,200원으로, 동일 구간을 약 10분~20분 더 느리게 운행하는 무궁화호 가격(10,200원)의 1.5배를 받아먹는다. 수요가 적은 KTX 열차에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할인운임 따위도 없어서 얄짤없이 제돈 다 내고 타야 해서 인기가 좋지 않은 편. 물론 내일로 여행자에겐 빛과 소금 그 자체

열차에 올라타보자. 평일 오후 17시 이후 출발하는 ITX-새마을호 열차의 6호차는 자유석으로 운영되어, 빈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는 곧 내 자리가 된다. 지정석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구간별로 자리 주인이 올 때마다 비켜줘야 하는 입석보다 월등히 편하다.

다만 모든 열차가 자유석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평일(월~금) 오전 9시 이전 혹은 오후 5시 이후에 시발역을 출발하는 KTX, KTX-산천, ITX-청춘, ITX-새마을, 새마을호 열차의 일부분에만 자유석이 운영되기 때문에, 잘 보고 타야 한다.

레츠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승차권 예매 창에서 보다 자세한 자유석 정보를 얻을 수 있다. KTX와 ITX-청춘 열차는 상황별로 탄력적으로 자유석 호차를 조정하지만, ITX-새마을의 경우 6호차, 새마을호는 5호차가 자유석으로 고정운영 중이니 참고하자.

출퇴근시간에는 정기권 이용자 러시에 밀려 출발역(서울,용산 etc.)에서부터 자리가 다 차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으니, 러시아워를 살짝 빗겨가는 시간대에 탑승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재래선에서 운행하는 최고등급 열차인 만큼 내부 시설은 상당히 쾌적한 편이다. 하지만 창렬인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1C~15D. 총 58석이 배치되어 있는 ITX-새마을 6호차.

복도 공간이 제법 널찍하니, 제발 통화할 일 있으면 복도로 나오자. 핸드폰 벨소리는 진동으로 돌리고 통화는 객실 바깥에서 해 달라는 안내방송까지 나오는데, 왜 안 지키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까...;; 매너좀ㅠ

무궁화호와 차별화되는 ITX-새마을호의 특징은 콘센트, 캐리어 보관함, 개별 블라인드 정도가 되겠다. 개별 호차 맨 앞에 캐리어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머리 위 선반에 올리는 수고를 굳이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ITX-새마을호 내부 콘센트는 객차별 맨 앞과 맨 뒤 세 칸에만 마련되어 있으니 미리 예매해두는 것이 좋다. 1,2,3열과 13,14,15열 창가좌석을 예매하면 콘센트가 있는 좌석에 앉을 확률이 높아진다. 충전 속도도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은 편. KTX보다 빨랐던 것 같다.

코로나19 여파이기도 하고, 저녁 늦은 시간 서울로 올라가는 열차인지라 탑승률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나랑 친구까지 포함해서 단 세 명이 서울까지 올라갔으니...

하긴 정기권 끊으면 어차피 요금 싼데 다 KTX 타지 누가 새마을로 오겠어... 덕분에 쾌적하고 역대급으로 조용하게 올라갈 수 있어서 좋았음. 가성비가 영 좋지 않아서 그런지 차내에 사람이 많지 않아 무궁화호보다 훨씬 쾌적하게 올라올 수 있으니, 이런 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새마을 이용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좌석간격은 상당히 준수한 편이며, 리클라이닝 역시 넉넉하게 눕혀진다. 구형 새마을호보다야 훨씬 못하지만, 머리까지 편안하게 감싸주는 의자와 여유 있는 시트피치는 ITX-새마을의 최대 장점이다.

KTX보다는 훨씬 편안한 좌석으로, 장시간 앉아있어도 별로 몸이 불편한 느낌을 안 받는다. 무궁화호 탈 때 시트가 묘하게 푹 꺼져서 불편한 느낌이 ITX-새마을에선 없다.

블라인드 문제로 다른 사람과 실랑이벌일 일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 개별형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앞사람 혹은 뒷사람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내려도 된다.

좌석을 확대해서 찍어본 사진. 좌석 사이에 있는 팔걸이는 고정되어 있어 옆자리가 비어도 위로 넘길 수 없다. 이건 좀 아쉽네.

앞 좌석 의자를 최대로 젖혀도 여유공간이 상당히 많이 남는다. KTX의 좁아터진 좌석과 비교하면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

다만 좌석 하부에 난방기가 달려 있어서 발을 쭉 뻗지 못하는 게 흠이다. 키 180 넘어가는 사람들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테이블의 모습. 개인적으로 ITX-새마을 열차에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로, 테이블이 너무 작아 사용하기 불편하다. 간단하게 뭘 먹거나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노트북 올려두고 일처리하기엔 너무나 불편하기 때문에....

명색이 재래선 최고등급 열차인데 업무 편의가 부족한 것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전 좌석 콘센트도 그렇고 테이블도 그렇고, 일하면서 가기엔 KTX 능가할 열차 없다.

선반의 모습. (물론 모두가 캐리어 보관대에 넣겠지만) 기내용 캐리어 정도는 충분히 올려놓을 수 있다. 이날 기차엔 친구놈이 산 튀김소보로 박스 하나만 외로이(?) 올려져 있었다고.

화장실은 1,4,6호차 사이의 연결통로에, 수유실과 기저귀교환대는 6호차 연결통로에 설치되어 있다. 자판기는 3호차 연결통로에 있었던 것 같은데, 굳이 가보지 않아서 사진 찍은 게 없다. 필요한 건 미리 사서 기차에 오르는 게 훨씬 가격이 싸다보니...

1시간 30여분을 달려 영등포역에 도착한 ITX-새마을호 1104열차. 승객들 대부분이 여기서 하차해 열차는 거의 텅 빈 채로 종착역 용산까지 간다. KTX가 영등포에도 정차했으면 무궁화는 몰라도 새마을 등급 열차는 아마 대량학살당하지 않았을까...

텅 빈 객차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기며, 영등포역을 빠져나가 집으로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승차거리 200km 이내의 구간을 쾌적하게 이동하고 싶을 때 무궁화호보다 좀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00km 이상 장거리로 올라가면 KTX 요금과 별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냥 빠르게 움직이는 게 훨 나을듯.

다만 자유석은 잘 활용하면 나름 꿀이니까 새마을 정기권 끊고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별도로 자유석 객차가 없어 서서 갈 확률이 매우 높은 무궁화 정기권보다 훨씬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으니, 장거리 통근객은 돈 좀 얹어서 새마을 정기권으로 움직이는 게 좋을듯. 이걸로 대전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