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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끄적이는 공간/끄적끄적 대학일기

서울대 안에 코렁시설이 있다? 교내 지하 B5벙커 입구컷 후기

관악산 기슭에 처박혀 있는 서울대는 의외의 요충지다. 관악산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수도방위사령부, 남쪽으로 가면 과천정부청사 건물과 맞닥뜨리기 때문.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되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두 개의 국가시설. 그리고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우뚝 솟은 단단한 바위산. 그렇다면 답은 뭐다? 바로 지하벙커다!

캠퍼스를 수놓은 벚꽃과 함께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캠퍼스.(공대폭포 길에서 찍은 것)

여기서 큰길 따라 윗공대 방향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B5벙커의 입구가 보인다.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B5벙커. 일반인의 입장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는데, 대놓고 눈에 띄는 수준이어서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당연히 저걸 뚫고 안으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굳이 가보고싶다면 지도에 서울대 지진관측소 찍고 가면 된다.

벙커 입구를 가리기 위해 심어둔 위장목들. 한눈에 봐도 뭔가 자연스럽지 않게 생겨먹었다는 느낌이 온다.

산속에 처박혀있어서 양옆에 진짜 나무들-겨울에는 당연히 뼈대만 남아 앙상하게 서 있는 그런 나무들을 끼고 자기 혼자 사시사철 초록초록하게, 그것도 두부처럼 네모나게 나무를 관리해뒀으니... 눈에 안 띄는 게 이상하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큰 나무 몇 개 놔둬서 위장을 하던가... 라고 하기엔 어차피 벙커 자체의 존재를 감추는 건 불가능하다. 학교 셔틀버스 안에서도 대놓고 입구가 보이는 지경인데, 벙커가 이 위치에 남아있는 이상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안 보이게는 못 한다.

문은 당연히 굳게 닫혀 있다. 폐기된 벙커가 아니라 유사시에 실제로 사용되는 국가 주요시설이니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는 게 오히려 비정상.

전쟁 나면 학교 교수님들과 총장님은 과연 이곳으로 대피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한다. 학생들은 당연히 총알받이로 끌려나가겠지 교수들은 전쟁이 터져도 규장각 벙커로 내려가 계속 연구하는 거 아닌가 몰라.

저 멀리 빼꼼 보이는 B5벙커의 입구. B1벙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둘 사이 연결통로도 있다고 하며, 1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초대형 스케일이라고 한다. 한강 방어선이 뚫리면 정부 고위인사들이 이곳에 피난한다는 듯.

여기서 알짱거리고 있으니까 벙커 안쪽의 관리원 분이 뚫어져라 쳐다봤다. 근데 사진을 찍는 걸 제지하지는 않는 걸 보니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하긴 어차피 순환셔틀 창밖으로 다 보이는 풍경이니까

들어가보지도 못하는 거 그냥 밖에서 구경이나 좀 하면서 맴돌다가 자리를 떴다.

확실히 입구 보안은 개판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위치가 노출된다고 해서 크게 타격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 시설물인 B5벙커. 입구에 폭격을 하던 산에 폭격을 하던 그 정도는 거뜬히 감내할 수 있는 벙커니까 그랬겠지...?

나중에 저 벙커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라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암튼 이렇게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포부를 다지며 짧은 벙커 구경을 마치고 벚꽃 보러 갔다.

번외) 학교 구석구석 잘 찾아보면 벚꽃 명소들이 많다. 경희대같이 이미 꽃으로 유명한 학교에는 비비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산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여기도 볼 게 아예 없지는 않다고...

소소하긴 하지만 예쁘게 피어 있던 사회대 옆 벚나무.

예술대, 자하연, 버들골(윗윗사진), 공대, 그리고 관악산 호수공원 정도가 유명한 스팟들이다. 올해는 이미 타이밍을 놓쳤지만, 내년 봄엔 학교 벚꽃명소 Top 5(지극히 개인취향이긴 함)도 한 번 소개하겠다. 그때까지 John Bu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