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덕분에 여행 따위는 꿈도 못 꾸는 요새. 여행 다니려고 휴학까지 한 사람은 땅을 치고 후회중... 근데 1학기 통채로 인강 전환된 거 보면 학교 안 다니길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이 들긴 함
뭐 다들 조심하는 시국이니 별수있나? 집-학교-집만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반복한 지 어인 한 달. 그래서 당분간은 학교 이야기들을 풀어나가 보려고 한다. 워낙에 풀 썰이 넘쳐나는 학교이기도 하니까.
첫 번째 타자는 바로 서울대 교내의 폐수영장. BTS '화양연화'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로 알려지며 포토스팟으로 떠오른 곳이다. 지금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출입금지 상태이니, 사진으로만 구경하자.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관악캠퍼스. 산자락에 처박혀 있어서 아랫동네와는 개화시기가 약 1주일 정도 차이가 난다. 설입에서 벚꽃엔딩 시즌이 다가온다? 윗공대에선 그때 활짝 피어 있다. 학교 다니면 벚꽃을 놓치고 싶어도 놓칠 수가 없다.
서울대 폐수영장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유전공학연구소, 반도체공동연구소' 혹은 '공동기기원' 정류장에 내려야 한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올라올 경우엔 반드시 5511번 버스를 타고 공동기기원에서 내려야 한다. 5513 타면 윗공대에서 강제하차당하고 미칠듯한 경사의 길을 걸어서 내려와야 된다.
혹시라도 서울대입구에서 걸어올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장 접는 게 좋을 것이다. 서울대입구역 출발해서 4km 코스의 오르막길을 오를 자신이 있다면 도전하시던지. 여긴 서울 남부권을 대표하는 산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을 따라 5분 정도 산을 올라가야 한다.
다 쓰러져가는 지진관측소가 여기 자리하고 있다. 지진 나면 관측하기도 전에 무너질 것 같은데
학교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재건축이 당장 필요한데 왜 안 하고 있는건지 의문이 드는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 28동이라던지 28동이라던지 28동이라던지 그래도 올해 드디어 쓰러뜨리고 새로 짓는다 여기도 그 중에 하나.
저 건물에는 별 관심이 없으니, 건물 옆쪽으로 나 있는 계단을 통해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하자.
이곳은 서울대 폐수영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임과 동시에 관악산 정규 등산로 코스 중 하나다. 남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올라가도 된다. 여기까지는.
굳게 문을 닫아걸은 위험물보관창고. 어차피 못 들어가는 곳인지라 가던 길이나 마저 갔다.
아직은 초록색 옷으로 탈바꿈하지 않은 나무들. 살짝은 황량한 풍경을 따라 한 5분 정도만 걸어올라가면
아담한 경고문이 등장한다. BTS 뮤비 촬영 후 워낙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지 학교 측에서 진입금지 팻말을 세워둔 것.
당연히 수영장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지 등산로 따라서 올라가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므로 수영장 앞까지 최대한 가까이 가보기로 한다.
눈에 못이 박히도록 여러 개 세워져 있는 출입금지 표지판. 그냥 박살내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교직원님들아?
들어가지는 말라고 하면서 왜 철거하지 않는지는 의문이다. 어차피 용도폐기된 건물이어서 흉하게 방치하는 것보다는 아예 부수는 게 더 나아 보이는데... 가장 큰 문제는 학교에 돈이 없다는 것이지 내 등록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뭐 그렇다고 합니다...만 주변 사람들은 경고문 다 씹고 자유롭게 들락날락대긴 한다. 누구는 대놓고 여기 들어가는 영상 찍어서 유투브에도 올린 거 보면 경비과에서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듯.
그래도 혹시 모르니... 되도록이면 철조망 넘어 안쪽으로 진입하는 일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피티로 수놓아져 있는 ㅄ 서울대 폐수영장. 예전 이곳이 서울대학교가 아니라 관악C.C로 사용될 무렵 그러니까 70년대 이전 이야기라는 것 수영장 시설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이곳에 대학 캠퍼스가 건설된 이후 사용하지 않은 채로 방치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게 된 서울대의 폐수영장.
출입금지라고는 하는데... 철조망이 죄다 뜯겨져 나가있다. 시설관리과에서 제대로 관리는 하고 있는지 의문인 공간...
원체 많은 사람들 대부분은 호기심에 가득찬 재학생들 이 들락거리다 보니 철조망과 출입금지 테이프가 뜯겨진 채로 뒹굴댄다.
어지간한 흉가보다 무섭게 생긴 서울대 폐수영장의 모습. '방치'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현장체험장소라고 해야 할까.
과거 탈의실 등으로 사용되던 공간은 이제 그래피티 연습장으로 탈바꿈했다. 비교적 선명한 그림들이 곳곳에 보이는 걸로 미루어 보면 아직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들락거린다는 이야기.
천장 상태를 보면 이게 맛이 살짝 간 건물이라는 사실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삼가자.
괜히 사진스팟이 된 곳이 아니구나...
솔직히 1층 건물의 모습만 보면 이게 어딜 봐서 수영장인지 의문이 들 정도. 수영장보다는 수용소에 가까운 기괴한 모습인데, 수영장은 위로 한 층 올라가야 나온다.
1층은 각종 부대시설 같은 걸로 사용했던 것 같다.
그래피티를 뒤로하고 이제 수영장으로 올라가볼 차례.
화양연화 MV는 위쪽의 수영장 바닥에서 찍었다.
대충 이런 분위기...인데 뮤비 촬영 이후 바닥 청소를 할 리가 없으니 꽤 더럽게 유지되고 있는지라, 굳이 따라해보고 싶지는 않았던 포즈였음.
무튼 위쪽으로 올라가면 수영장이 나타난다. 물이 상당히 얕게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친구 말로는 여기서 익사한 사람이 없지 않았다고. 작심하고 물속으로 눌렀나보지 뭐.
세월의 흔적이 한껏 드러나는 서울대 폐수영장. 차마 저 바닥에 내려가지는 못했다. 아까 당장이라도 뜯겨 내려갈듯한 1층 건물의 천장 사진을 봤다면 여기 선뜻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그렇게 큰 감흥을 주는 장소는 아닌지라 그냥 한바퀴 쓱 둘러보고 다시 내려왔다. BTS뿐 아니라 블랙핑크 'Kill This Love'도 여기서 찍었다는 말이 있긴 한데 딱히 관심이 큰 건 아니어서...
처참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보조수영장의 모습. 폭파시킬 마음은 정녕 없는 것이냐...
한 15분 정도 친구와 폐수영장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산을 타고 내려와 학교로 돌아갔다. 재학생 아니면 굳이 이 먼 거리를 수영장 하나 보겠다고 찾아오기엔 좀 별로...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새 먹이통. 이과는 이러고 노는구나 싶었다.
같은 학교에 다녀도 문과는 이과를 모르고 이과는 문과를 모른다. 아니 애초에 단과대만 서로 달라도 전부 남남이다. 대부분의 대학교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여긴 워낙 학교 자체가 크다 보니 부러 찾지 않는 한은 교류할 일도 없어서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가끔은 아는 이과놈들 몇 명 있었으면 싶을 정도.
다음 포스팅은 서울대 벙커 이야기로 이어진다.
'일상을 끄적이는 공간 > 끄적끄적 대학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대 안에 코렁시설이 있다? 교내 지하 B5벙커 입구컷 후기 (0) | 2020.04.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