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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aiwan/타이베이 Taipei

타이베이의 심장, 타이베이 가볼만한곳 총통부에 방문하다

셋째날 일정은 총통부-2.28 화평공원-중정기념당-우라이

아침이 밝았다. 첫 일정은 대만의 청와대 격인 총통부에 방문하는 것. 남의 나라(나라?)의 정치적 심장에 들어가는 것인 만큼, 입장을 위해 신분증(=여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총통부는 타이베이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시먼 역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잘 나 있다.

숙소가 시먼 쪽에 있었던 나는 그냥 총통부까지 쭉 걸어갔다.

대만은 입법-행정-사법기구를 한 곳에 모조리 몰빵하고 있다. 최고법원과 군사시설까지 모두 총통부 코앞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건물들 구경하며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총통부 건물이 눈앞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관광객 전용 출입구는 당연히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정해진 입구로 가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대만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 중 하나다. 군인들이 전부 총 들고 지키고 있으니까 어지간하면 얌전히(?) 돌아다니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다.

총통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크고 아름다운 스케일의 반부패위원회(...) 어째 총통부보다 건물 규모가 더 큰 것 같았다.

내가 구글 지도를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곳은 분명히 'Agency against corruption'. 공공기관 부패를 잡아내는 기관이 총통부보다 크다고...? 솔직히 뭐 하는 곳인가 무지하게 궁금했지만, 어차피 안에는 들어가지도 못하므로 그냥 총통부에 집중했다.

저 거대한 건물을 지나 BaoQing Road와의 교차로까지 왔다면, 드디어 관광객 용 총통부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명심하자. 외국인 관광객 나부랭이가 들어갈 수 있는 총통부의 출입구는 단 한 군데다.

지켜야 할 유의사항. 관람료는 무료지만, 반드시 사진을 첨부한 유효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하며주민등록증 내밀 생각은 꿈도 꾸지 말자. 여긴 한국이 아니다. 중국 국기 따위를 들고 오는 일도 없어야 하겠다.

별도의 사전예약 없이 그냥 줄 서서 기다리면 총통부 내부관람을 할 수 있다. 다만 영어 가이드랑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있으려면 되도록 오전 9시 오픈 시간 맞춰서 방문하는 게 좋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출입 스티커를 교부받고, 경찰이 지키고 있는 문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고 드디어 총통부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갈 때 직원한테 영어 가이드 붙여달라고 하면 해 준다. 여기 외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찾는 곳은 아니라 그런지 이날 가이드랑 나랑 둘이 돌아다녔다(...) 개꿀이잖아 그럼

가이드를 따라 천천히 총통부 내부 관람동선을 따라 이동했다. 일제시대 때 지어진 건물(당시 목적은 총독부)을 아직까지 그대로 총통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지만 대만에서는 너그러이 넘어간단다. YS가 살아 돌아오면 이 꼴을 보고 뭐라고 할까

총통부의 내부도면 모습. 원래는 기단이 하나 더 있었는데, 한쪽이 전쟁 중에 폭격을 받아서 무너졌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예산이 넉넉치 못했던 타이완 정부는 파손된 기단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나머지 한 쪽 기단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좌우대칭을 맞췄다고 한다. 뭐? 두 귀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미친놈들인가 했다.

아니 보통 돈이 없으면 그냥 부서진 상태로 놔두지 않니...?

총통부 건물에 대한 설명. 일본의 식민통치 시절 지어진 건물인지라, 이래저래 일본과 떼어놓고 해석할 수 없는 곳이다.

건물의 유래와 연혁 그리고 반달리즘에 대한 가이드분의 설명을 듣고, 옆방으로 옮겨간다. 가이드분이 쉬운 영어를 잘 구사하셔서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총통의 집무실을 재현해 놓은 모습. 오른쪽은 타이완 군대의 깃발이라고 한다.

대만 총통도 우리나라 대통령과 똑같이 행정부의 최고지도자임과 동시에 국군 최고 통수권자이기도 하다. 집무실에 두 개의 깃발이 함께 내걸려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과연 왼쪽은 국기일까 아닐까

타이완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수많은 목소리들을 총통부는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이게 민주정부가 들어섰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아직까지 국민당 철권통치 하에서 지내고 있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저 시위가 있게 한 만악의 근원은 장제스 국민당 정부였다.

장제스-장징궈-리덩후이-천수이볜-마잉주-차이잉원 현 총통으로 이어지는 타이완 총통의 계보(?). 장제스 혼자 몇십 년을 해처드신 덕에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최고지도자 교체 횟수가 많이 떨어진다.

다만 대만 총통의 경우 민주화 이후에도 재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수. 현 차이잉원 총통(민진당) 역시 다가올 선거에서 무난하게 재선 성공이 예상된다고 한다.

총통들 사진과 업적 구경 좀 하다가, 복도를 지나 옆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복도에 들어서면 타이완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아젠다들이 들린다고 한다. 시민들의 외침을 직접 따와서 여기서 틀고 있다고 하는데, 중국어라고는 1도 모르는 나는 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타이완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정리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관심 있으면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봐도 유익할 것 같았다.

민권운동과 관련된 몇 가지 터닝포인트들은 가이드가 직접 설명해준다. 정치충인 본인은 좋다고 귀기울여 들었다. 나름 재밌다.

다시 복도를 따라 이동하면 등장하는 의문의 포스터들. 대만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저 그림은 차이잉원 총통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린 것이라고. 원칙적으로는 집무실에 동물을 갖고 올 수 없다는 농담까지 덧붙이신다. 한 몇십 년은 젊은 차이잉원 씨를 그려놓으셨네

그리고 총통부 내부 관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 어찌보면 당연한 원칙을 압축한 그림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시련을 상징. 그리고 우산을 들고 있는 시민은 대만의 평범한 시민을, 총통부 모양의 우산은 대만 정부를 상징한다고 한다.

간단하다. 총통부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권한을 위임받으니,(=시민이 우산을 지탱하고 있음) 정부는 마땅히 외부의 시련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비를 피해주는 우산 역할을 하고 있다)

멋진 그림이다.

타이완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또다른 그림. 돛에 있는 네 개의 국기가 지금까지 타이완 땅을 점령했던 국가들을 말한다고 한다. 그래 왼쪽 상단에 있는 거 일장기 맞아

저 동물들이랑 또 파도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지금은 까먹었다(...) 워낙에 위에 우산 사진이 강렬해서 더 그랬나.

무튼 가이드 말하는 걸 들어보나 총통부 안에 걸려있는 전시물들을 보나 정신병 수준으로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제스 때 정말 치가 떨리게 당했구나 하는 걸 유추할 수 있는 부분.

유신독재와 신군부 독재시절 뺨치게 억압적인 사회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하는 대만의 식문화 코너. 아니 여기서 국뽕을! 총통부에 왜 이런 게 있는지 아직까지도 궁금한데, 가이드한테 물어보지 못한 게 한.

근데 먹었던 아니 시도해 봤던 음식들이 하나둘 등장할 땐 반가웠다. 하지만 다시 먹고 싶지는 않은 것들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절대 빠지지 않는 기념품점을 마지막으로, 총통부 내부 가이드투어는 끝난다.

예쁜 게 없지는 않은데, 딱히 가격 대비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어서 그냥 한 바퀴 휭 둘러보고 말았다.

가이드투어가 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한 바퀴 더 내부를 슥 훑어보았다. 지정된 동선 안에서 움직인다면 거꾸로 가도 경비가 제지하지 않는다.

복도 따라서 쭉 돌아가 아까 총통들 사진 다시 보기도 하고

ㅁ자 모양으로 건설되어 안쪽에 나 있는 소박한 정원도 잠깐 구경해봤다. 물론 정원 안쪽으로 들어갈 순 없었다.

얼추 볼 거 다 보고 나와, 2.28 화평공원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총통부 건물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포인트도 찍고 갔다.

타이완 국기가 펄-럭이는 총통부의 풀샷.

확실히 일본 느낌이 뿜뿜 풍기는 건물이었다. 아니 기단 왜뿌셨냐 진짜

2.28 공원 교차로 앞에서 줌 크게 당겨서 찍은 총통부 사진을 끝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여기 교차로에서 카메라 줌 땡기면 잘 나온다)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