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순천까지, 대한민국 최고 가성비 무궁화호 탑승후기
여수에 온 여행자들은 대부분 순천까지 묶어서 관광하고 서울로 돌아간다. 여수와 순천, 바로 옆 동네 같으면서도 은근히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도시. 이게 다 여수가 쓸데없이 커서 그런거야 여수-순천 간을 잇는 광역시내버스 노선이 있지만, 이걸 타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차가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고... 대신 돈 없으면 얄짤없이 시내버스 당첨 결국 대한민국 최고의 가성비 열차, 무궁화호를 선택했다. 무궁화호도 자주 다니는 것은 아니니, 미리 시간표 확인은 필수다.
여수엑스포역에서 출발 대기하고 있는 무궁화호의 모습. 무려 용산까지 다섯 시간을 넘게 달려갈 열차다. 전라선 일부 무궁화호는 익산까지만 운행하는 경우도 있으니, 장거리 이동 시에는 특히 더 시간표 확인이 필요하다. 서울까지 무궁화호 타고 갈 생각은 얌전히 접는 게 좋을 거다. 힘든 건 둘째치고 가다가 지겨워서 못 버틴다...
한때 그러니까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대한민국의 최고등급 여객열차였지만 새마을호와 KTX의 등장 후 이제는 진정한 서민열차로 등극한 무궁화호.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잘만 골라타면 2000년대 이후 만들어진 깨끗한 열차에 앉아갈 수 있다.
5호차와 6호차는 세월의 흐름이 물씬 느껴지는 객차다. 그러니까 오래 전에 만들었고 부실하게 관리된 똥차라는 말이다. 이렇게 한 열차 편성 안에서도 객차의 제작연월이 모두 다를 수 있으니, 진정한 복불복. 자리가 널널하게 남아 있을 경우, 그냥 표만 들고 다른 호차로 건너가도 상관없다. 열차 안 승무원이 알아서 잘 처리해 준다.
겉으로 슥 보았을 때 통유리 창문이 달려있고 출입문이 더 넓은 객차가 신형 무궁화호다. 별 차이 있나 싶지만 객차 내부의 쾌적성은 물론 승차감에서도 차이를 보이니 되도록이면 신형 객차(흔히 리미트 객차라고도 말한다더라)(이건 뭐 한정판도 아니고 왜 이름이 이렇게 붙었는지는 미지수)를 선택하는 게 낫다. 다만 2600원짜리 열차에서 KTX 수준의 승차감을 기대하지는 말자 이 정도면 무궁화호 꿀팁 대방출한 것 인정?
무궁화호 3호차에는 휠체어석/전동휠체어석이 마련되어 있다. 휠체어 고정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3호차의 좌석은 총 68석으로 디폴트값인 72석보다 4석 적다. 휠체어석 객차는 대부분 신형 객차이므로, 눈곱만큼이라도 편안한 여정을 위해서는 무궁화호 3호차로 선택하는 것도 좋다. 널찍한 문을 따라 열차에 올라 보자!
매우 쾌적한 무궁화호 신형 객차(리미트 객차)의 내부 모습. 무거운 짐을 선반에 충분히 올려놓을 수 있으며, 좌석별로 커튼을 쳐 태양빛을 차단할 수 있다. 간접조명과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비해 상당히 호화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객차 뒷쪽에서 촬영한 사진. 좌석마다 별도의 테이블이 마련되어있지는 않다. 새마을호 이상 등급의 열차와 가장 큰 차이가 테이블의 유무와 차내 와이파이 딱 두 개. 근데 반 이상 저렴한 가격이라면? 무궁화를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 KTX-1 일반실보다 무궁화 시트가 더 편한 것 같기도
좌석 간 간격도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KTX-1보다 오히려 공간이 넓은 편. 간혹가다 사실 아주 자주 KTX-1 열차에서 보이는 면벽좌석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좌석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답답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유일한 흠은 좌석 가운데 팔걸이가 없다는 점이지만, 표 가격 생각해 보면 이 정도는 가벼운 애교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
성인 남자가 앉기에도 넉넉한 좌석간격. 심지어 발판까지 마련되어 있다.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좌석 등받이도 상당한 정도로 기울어진다. 객차 구성 면에 있어서는 여러모로 KTX보다 낫다고 평가할 수 있을 법하다. 이쯤되면 진정한 코레일의 자선사업 아닌가
의자 위에 달린 손잡이는 입석 승객들 잡고 있으라는 용도(...) 무궁화호는 좌석 매진 시 상당히 많은 수의 입석표를 근본없이 발매하기 때문에, 명절과 휴가철에는 차내에 헬게이트가 펼쳐진다. 객차 안에까지 입석 승객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 평소에는 사용할 일이 없으니 사용할 일이 생기는 게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pass.
여수엑스포역을 13시 23분 정시에 출발해 순천역까지 단 23분만에 주파하는 무궁화호 1510 열차. 여수에서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소요시간 약 40분에 4,000원이라는 요금을 받아먹는 것을 생각해 보면 무궁화가 얼마나 갓갓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순천 관광지와의 접근성 역시 터미널보다 순천역이 우세한 것을 생각해 보면.... 외쳐 갓궁화 킹궁화
여수엑스포역을 출발하는 모든 무궁화호 열차는 여천역을 정차한 후 순천역까지 논스톱으로 달린다. 즉 여수엑스포-여천-순천역에 정차한다는 것. 여수엑스포와 여천 사이의 거리는 상대적으로 가까운지라, 출발한지 5분 정도만에 도착한 것 같았다. 이후 순천까지 100km/h 넘는 고속질주로 정시도착 성공!
순천역에 도착한 무궁화호 1510 열차. 이후 이 열차는 용산역까지 수십 개의 역을 지나며 약 5시간 동안을 더 달려간다. 정차역이 구례구-곡성-남원-오수-임실-전주-삼례-익산-.... 진정한 완행열차 아까도 말했지만 이걸 타고 서울까지 올라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아, 신형 무궁화호 객차(리미트 객차)의 맨 뒷자리에는 콘센트 2구가 마련되어 있으니 충전이 급한 사람들은 객차의 끝 두 자리(혹은 제일 앞 두 자리)를 지정하는 것이 좋다. 어찌보면 무궁화호의 진정한 명당좌석은 콘센트석일수도.... 구형 객차에는 콘센트 따위 없으니, 충전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신형 객차로 이동해서 잠시 콘센트 사용하다가 돌아오면 되겠다.
여수엑스포역을 출발한 지 23분만에 도착한 순천역.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무궁화호와 함께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할 수 있다. 앞으로 다시 여수순천을 찾을 때에도 무조건 도시 간 이동은 무궁화호로 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게 되었을 정도. 솔직히 누가 더 비싸고 시간 오래 걸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싶겠냐만서도.... 열차가 자주 안 다녀서 기차 하나 놓치면 얄짤없이 시외버스 당첨 아무튼 이제부터 1박 2일동안 순천 여행 START! 순천 숙소에 대한 포스팅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74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