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근현대사전시관을 나와 향한 곳은 테미오래.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후, 빈 건물이 된 관사촌을 매입하고 대대적인 수리를 거쳐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곳이다.
'테미오래'라는 말은 2018년 시민 공모로 붙여진 이름으로, 둥글게 테를 둘러쌓은 작은 산성 `테미`와 동네의 골목 안, 몇 집이 한 이웃이 되어 사는 구역이란 뜻의 순우리말 `오래`를 합성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적한 원도심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옛 충남도지사 공관 테미오래. 지하철과의 접근성은 약간 떨어지지만(걸어서 10여 분을 가야 한다), 도로변에 시내버스가 잘 다니기 때문에 뚜벅이 여행자가 찾아오기에도 어렵지 않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주차장 역시 운영중이다. 테미오래 찾아오라고 만든 주차장인만큼 당연히 휴관일인 월요일에는 주차장을 개방하지 않으며, 운영시간 역시 10시에서 17시까지다.
10채에 달하는 구 충남도청 관사를 매입해서 복원했다고 한다. 1930년대 근대건축물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며,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이 이곳에서 머물렀다는 역사적 의미 역시 가지고 있는 곳이다.
관사 하나하나에 색다른 컨셉을 입혀 재현해뒀다. 10호 관사까지 싹 다 둘러보려면 적당한 시간 여유는 잡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동절기에는 옛충남도지사공관과 8호관사만 개방한다는 훈훈한 소식. 어차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완전히 닫아도 할 말 없는 상태여서, 아쉽지만 공관만 보고 나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입장료 없이, 충남도지사 공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공관을 크게 한 바퀴 도는 형식으로 정원이 가꾸어져 있는데, 묘하게 일본풍의 느낌을 준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잘 가꾸어진 별장에 온 느낌이 들 정도였다. 사진 하나 찍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봤다.
테미오래 근현대전시관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맞아주는 건물.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건물 내부의 양식도 일본의 것을 많이 따왔다고 한다. 정원에서 일본 느낌이 강하게 풍겨온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찾는 사람이 정말 없다. 같이 갔던 친구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건물 하나를 통으로 전세내고 사진찍으면서 놀다가 왔다. 은근히 예쁜데, 아직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서 찾는 사람이 없나보다.
한국전쟁 터지고 나서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지고, 행정이 마비되었던 시기에 발급되었던 도민증의 모습. 표면적인 기능이야 오늘날의 주민등록증과 동일하겠지만, 저 시절 도민증이 가지는 위력은 주민등록증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빨갱이로 몰리면 제대로 된 재판 없이 바로 즉결처분당하기 일쑤였던 시대, 도민증은 '나 신분 확실한 대한민국 국민이요'를 증명해주는 유일한 길이었다. 당연히 시민들에겐 목숨같이 소중한 존재였고, 발급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데올로기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언제나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이다. 분단된 나라에 태어났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야 했던 한국전쟁. 참 아픈 역사다.
간단한 자료들을 뒤로 하고, 공관 건물 구석구석을 산책할 수 있다. 도지사씩이나 되는 사람의 생활공간이었기에, 뷰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일본식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일본식 정원.
제법 있어보이는 건물과 정원이다. 고급스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관사를 혼자서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묘했다. 간식거리 갖고 와서 창 너머 예쁜 풍경을 보면서 쉬어가기 딱이다.
물론 물 한 방울도 안 들고 온 조급한 여행자 두 명은 어서 건물을 정복하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사진찍으면서 돌아다니기에 바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 건물 진짜 잘 지어놨다. 하긴 도지사가 살던 공간을 대충 만들어놓는 게 더 이상할 법하다.
2층엔 앉아서 10분 정도 쉬어가기 딱인 공간이 넓게 마련되어 있다. 푹신한 의자, 콘센트, 심지어 탁자까지. 찾는 사람도 없겠다 마음만 먹으면 책을 읽던 핸드폰을 하던 몇 시간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될 것 같았지만, 바쁜 관계로 10분만 쉬어간다.
그래도 왔다는 건 남겨야 하니까 사진 하나 찍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 한적한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멋스럽게 자라나고 있는 소나무. 저렇게 꼬불꼬불하게 자라기도 쉽지 않은데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산책하는 느낌 제대로 난다.
일본과 한국 느낌이 반반쯤 섞여있다고 봐야 하나. 건물이 일본식이어서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있다. 그리고 찾는 사람이 없어서 일단 프라이빗하다.
이런 멋진 곳에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한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도, 이런 예쁜 곳은 알려지지 않은 채 정보력 좋은 소수만을 위한 공간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번 뜨고 나서 심하게 몸살을 앓는 관광지들이 하나둘이 아니어서 더 그렇다.
아직은 알려지지 않아 한적한 느낌을 한껏 간직한 채 사람들을 맞이하는 테미오래, 코로나19도 끝나고 날씨도 따듯해지면 꼭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입장료도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보기 딱 좋은 곳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대전 1호선 중구청역 1/2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귀찮은 사람은 큰길가에서 버스 타고 대전역/보문산/청사 방향으로 갈 수 있으니 참고. 그냥 걸어가서 지하철 타는 게 훨씬 빠르다
테미오래 다음 방문지인 한밭수목원 포스팅은 https://travelife-chan.tistory.com/145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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