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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관람후기, 입장료, 가는 방법 <벌교 가볼만한곳>

travelife_chan 2019. 11. 19. 16:54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을법한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해방정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소설의 발원지는 바로 보성군 벌교읍이다. 현부잣집, 홍교 등 소설의 배경을 장식한 건축물 역시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벌교읍. 이곳에서는 소설 태백산맥과 조정래의 일생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벌교읍의 교통 중심지인 벌교 시외버스터미널과 매우 가까이 자리한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터미널에서 걸어서 약 5분~10분이면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벌교역 기차역에서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다.)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의 외관과 입구 모습. 결코 작지 않은 규모로 세워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니, 헛걸음하지 말고 정보 잘 기억하자. 입장료는 성인 2,000원 대학생 이하의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처음에는 이런 곳에서까지 입장료를 받나 싶었지만, 다 돌고 나서는 충분히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의 관람동선. 작가 조정래의 삶과 '태백산맥'이라는 대하소설의 탄생 과정, 이념적 논쟁으로 겪어야 했던 여러 수난들에 대해 꼼꼼히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놈의 이데올로기가 뭔지 참...

태백산맥이라는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제 1관.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만큼 사전조사 역시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할 터. 제 1관에서는 4년 동안의 준비기간에 조정래 작가가 진행했던 인터뷰, 소설의 뼈대 구상 메모 등을 전시하고 있다.

총 10권에 달하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이걸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하지만 막상 시간이 나지 않고 있는 게 현실...ㅠ 해가 넘어가기 전엔 1권 읽는 거 얼른 시작해야겠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SF마냥 모든 걸 창조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현실을 구현하는 데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다루는 주제가 분단 이후 활동하던 빨치산이라는, 상당히 민감한 토픽이었으므로 더더욱 조심스럽게 현실의 현장을 스케치해야 했으리라.

빨치산 부대들 계통표까지 전시되어 있는 문학관 제 1관. 한국인들 참 가족도 그렇고 조직도 그렇고 계통표 참 복잡해 그치 45년 광복 이후 일시적으로나마 상당히 세밀한 조직을 이루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빨치산 총수 이현상에 대한 자료. 소설의 시대적 정치적 배경이 되었던 소재들을 태백산맥 문학관에서는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군부정권의 서슬퍼런 독재 시기. 반공이 국시로 여겨지던 시기에 민감한 주제를 다룬 소설을 쓴다는 것은 위험한 행위일 터. 실제로 집필 과정에서 안기부와 보안사의 압력이 상당했다고 한다. '빨갱이' 프레임은 소설이 집필되고 나서도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6년간 집필이 이어진 대하소설 태백산맥. 마음이 해이해지면 소설 완성 디데이를 맞추기 어려워 하루에 집필량을 정해두고 매일 점검했다고 한다. 소설 쓰느라 아버지의 임종 순간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을 정도.

부별 줄거리를 정리한 자료만 해도 한두 페이지가 아니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다루고 있는 주제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하나의 문장. "와따 너 참말로 용허다이. 우리 해방정국의 문제 핵심이 농민 문제란 것을 워쩌크롬 알았드라나!" 찰진 전라도 사투리

소설 '태백산맥'의 16,500매에 달하는 육필원고 중 첫째 장이 보존되어 있다. 컴퓨터 하나 없던 시절, 한 글자 한 글자에 영혼을 담아 수기로 소설을 써내려가던 조정래 작가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작가의 영혼이 담긴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엉뚱한 이적성 시비에 휩싸여 한동안 거센 논란거리가 되었다. 빨치산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을 들어 우익 세력은 작가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했고, 교도소 금서가 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워낙에 사회적 파장이 큰 유명한 책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수모를 겪는다. 소설 하나 읽고 북한 찬양하고 이북으로 넘어갈 정신병자가 누가 있을까 뼛속까지 반공 이념으로 물들어 있어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가던 몰지각한 사람들이 사회 기득권을 잡고 있었던 때의 아픔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

검찰은 이 사건을 11년 동안이나 지지부진하게 끌다가 이게 정상적인 국가의 검찰에서 벌어질 만한 일이냐 2005년 결국 무혐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소설 태백산맥이 가지고 있던 뜨거운 인기를 방증하듯, 조정래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주요 일간지의 탑 뉴스로 보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도 신문사 성향별로 묘하게 다른 논조를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허문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태백산맥 기념공원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입장문이 전시영구박제 되어 있다. '자유'시민연대라면서 정작 자신들과 다른 사상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는 추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 이것이 수꼴들이 말하는 내로남불식 자유 분단과 독재가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것으로 본관 관람을 모두 마치고, 4층에 위치한 전망대에 살짝 올라가보았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4층에서도 충분히 주변 전망을 볼 수 있다는 게 포인트.

사실 그다지 눈에 띄는 전망은 없고, 그냥 전형적인 시골 마을 한 번 내려다본다는 마음으로 휙 둘러보고 나오기 좋다. 앞에 보이는 낮은 벽돌건물이 바로 벌교 시외버스터미널. 전망대까지 돌고 나서, 이제 야외로 나와 옛 가옥 구경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