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Korea/대전 Daejeon

2020 내일로 서포터즈-대전근현대사전시관(구. 충남도청 본관) 후기

travelife_chan 2020. 3. 4. 20:29

성심당을 나와 다음 행선지로 정한 곳은 바로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옛 충남도청 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한 번 방문해봤다.

성심당을 나와 중앙로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지하철 중구청역 근처에 있는데, 중앙로역에서 또 1정거장 거리에 위치해 있어 그냥 걸어가기로 한다.

여느 지하상가가 다 그렇듯 옷을 비롯한 이런저런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는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사람들이 많지 않아보였다. 어쩌면 이곳 상권 자체가 쇠락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겠다.

걷다 보면 나름 알차게(?) 가꾸어놓은 인공분수대도 보인다. 걷다가 잠시 멈춰 휴식하기 좋은 장소다.

길 가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다가오시더니, 유성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보셨다. 친구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 대전 오는거고(당연히 유성이 어디 처박혀있는지도 모른다), 나야 올때마다 복합터미널-역 터미널-역만 반복이동한 사람인데 그걸 알리가...

우리도 오늘 여기 처음이라고 하고 막 서로 핸드폰 꺼내서 열정적으로 여기가 어디지 어디로 가야하지 검색하고 알려드리니까 정말 고마워하시면서 대전 사람한테 한 번 더 물어보고 가시겠다고 하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할아버지 하필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골라도 우리였던거에요ㅋㅋㅋㅋㅋ

아무튼 15분 정도 걸어서 지상으로 나왔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굳이 지하도로 내려오지 않아도 충분히 걸을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전역부터 쭉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코스여서 아무리 길치여도 절대 길 잃어버릴 위험이 없기도 하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의 입구이자, 구 충남도청 본관 건물의 모습. 오래전에 지어졌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다.

뭔가 멋스러워 보이는 근대식 건축물. 무조건 재개발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내부수리를 거쳐 이런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추세가 요새 쭉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 사이의 단절을 막는다는 점에 있어서는 정말 좋은 선택이겠지만, 또 어떤 차원에서 보면 도심의 금싸라기 땅을 그냥 놀리는 선택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있을 수 없으니,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 표지판과 구 충남도청 본관 모습.

1932년에 지어져 현재까지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어 건축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초기 정부가 대전으로 피난했을 때 중앙청 노릇을 하기도 했다. 런승만이 희대의 기만 라디오 방송을 했던 그 장소가 바로 여기 우리나라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맞이한 건물이었구나.

인테리어는 완벽하게 현대화된 근대건축물 안으로 입장해본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관일이라고 하니, 일정 짜는데 참고하자. 주말 나들이로 오기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전시관 내부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의 목적에 충실히 부합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근현대 대전시의 모습, 대전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대전의 간판신문 노릇을 했던 호남일보에 대한 설명을 읽어본다. 얼핏 보면 전라도 지역의 신문일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대전에 뿌리를 두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 대환장파티를 달리던 한국정치사는 대전이라는 도시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 대전과 관련된 온갖 정치 tmi(?)들은 여기서 다 훑고 지나갈 수 있다.

한국전쟁 발발 초기, 임시수도를 대전으로 옮겼을 때의 상황 역시 서술되어 있다. 서울-대전-익산-목포-대구-부산을 넘나들었던 한 나라의 대통령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오죽했으면 RUN승만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이승만의 업적이 무엇이건 간에, 한국전쟁 당시 그의 행위는 어떠한 말로도 쉴드가 불가능할 것이다.

전시관의 규모는 대단히 작아서, 15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다.

전시 내용보다는 근대식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복도에서 사진찍기 더 좋은 곳이다. 바닥 타일, 창문, 그리고 형광등 형식까지 딱 100년 전으로 돌아간듯한 느낌이다.

구 충남도청으로 쓰이던 곳이어서 그런지, 옛 도지사 전시실을 구현해뒀던 공간이 있었단다. 지금은 충남역사박물관으로 이전되어 폐관되었다는 쓸쓸한 안내문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호기심이 들어 계단을 올라 건물 2층으로 향했다. 드라마에 나올법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사진으로는 생각보다 예쁘게 담기지 않았다.

2층도 이런 복도들이 쭉 이어진 형태. 각각의 방은 지금도 회의장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곳이라 관광객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다 잠겨있었다.

다시 1층으로 돌아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뽐내는 로비 사진 하나 찍고, 다음 목적지인 테미오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전의 근현대 모습에 관심이 있거나, 근대 건축물을 가볍게 한 번 둘러볼 목적으로 짧게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크게 볼거리를 기대하고 들어왔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들어온다면 생각보다 사진찍을 게 많아 놀라는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