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역 오룡역 맛집 '우리의오늘' 저녁 솔직후기
어지간하면 맛집 포스팅은 하지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 140개 글 중에 맛집소개는 하나도 없다 맛은 개인의 주관적 감각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고, 결정적으로 본인은 단백질 블록 말고는 아무거나 다 잘 먹는 잡식성 동물이기 때문에 맛집이 의미가 없다는 점 때문. 근데 여긴 분위기가 너무 예쁘고, 가성비도 너무 좋아서 짧게 글을 남겨본다.
식당의 이름은 '우리의오늘'. 뭐먹지 하고 카카오맵 찍어보다가 평점이 꽤 높게 나와서 일단 가봤다. 서대전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라 밥 먹고 딱 기차타고 서울 올라가기 최적의 위치이기도 했고.
대전 지하철을 타고 오면 오룡역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 골목길 안쪽으로 살포시 들어오면 비밀스러운 공간에 식당이 위치해 있다.
7시가 조금 안 되어 도착한 우리의오늘. 지도 없으면 절대로 못 올 만큼 구석진 골목 안쪽에 처박혀있었다. 분명히 큰길에서 걸어서 2분이면 오는데, 정말 구석진 한쪽에 위치해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애매하다.
원래 진정한 맛집은 구석탱이에 박혀있는 법이다.
식당 안의 모습은 소박하지만 포근하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과 사이사이 박혀있는 테이블들이 예뻤다.
눈에 절대로 띄지 않는 위치에 있음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밖에 나오는 걸 꺼려함에도, 7시가 다 된 시간에 갔음에도 웨이팅 당첨.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들은 재료 소진 때문에 아예 식사를 못 하고 돌아갈 정도였다. 여기 나름 지역민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었구나...!
기차 시간까지 50분이 채 남지 않아 똥줄타기 시작한 나와 친구는 웨이팅 하면서 메뉴를 먼저 고르기로 했다. 규동, 치즈규동, 명란아보카도덮밥, 새우버터크림카레가 메뉴의 전부.
가격은 정말 한없이 착했고, 런치와 디너 시간 메뉴의 가격은 동일했다. 이 좋은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이 정도 가격에 밥을 먹을 수 있는 건 서울에선 절대로 누리지 못하는 행운이다.
메뉴판 뒷면에는 저녁안주 메뉴가 적혀있지만, 우리가 갔을 때엔 안주메뉴는 쉬고 있다고 하셨다. 뭐 사실 모든 메뉴가 사장님 마음에 따라 할 수도 안 할수도 있는 거니까.
식당에 단 하나 있는 도코노마식 좌식테이블을 차지하고, 주변의 인테리어를 구경하면서 셔터를 누르고 있으면 금방 식사가 준비된다. 기다리는 동안 따듯한 바닥 위에서 이것저것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일본스러운 감성을 물씬 풍기면서도, 식재료엔 일본산 식품이 단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은 멋진(?) 우리의오늘. 반일 문제를 떠나서 후쿠시마 터진 뒤로는 일본산 식재료 전반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정보라도 투명하게 관리하면 그러려니 넘어가겠는데, 하나같이 숨기고 축소하려는 태도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지.
무튼 라무네와 맥주 등 주류를 제외하고는 일본산 식재료 안 쓰는 집이니, 별 걱정 없이 먹어도 된다.
대망의 규동. 취향 따라 날계란을 위에 올릴 수 있고, 김치와 단무지는 바에서 셀프로 가져다먹으면 된다.
소스가 자극적이지 않아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요새 바깥음식 중에 안 짜고 안 단 음식 찾기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집밥 먹는 것처럼 편안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서대전역에서 저녁 늦게 기차타고 올라오는 사람, 점심이나 저녁시간 무렵에 서대전역에 내리는 사람에겐 정말 강추하는 일본가정식 식당이다. 너무 늦게 가면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니, 되도록이면 일찍 가는 것이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