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공노선이라고 불리는 김포-제주 항로. 새벽부터 밤까지 평균 3~5분 시격으로 하루에 200편이 넘는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장관을 볼 수 있는 노선. 무슨 비행기가 시내버스보다 자주 다니냐 오늘은 아시아나항공의 김포-제주 노선, 그 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노선에 대한 탑승후기다.
평일 오후 2시의 김포공항은 붐빈다. 그냥 여긴 안 붐비는 날이 없다. 폭발적인 제주 관광수요와 각지 출장수요로 항상 혼잡하니, 여유를 가지고 항공기 탑승 40분 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좋다. 아시아나항공 카운터는 52~62번.
출발 20분 전에는 탑승수속이 마감되니, 꼭 일찍 도착하자. 4박 5일동안 길게 일정이 잡혀 있어서 수하물 처리하느라 카운터에 들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카운터 한쪽에서 운영되던 당일 표사는 곳. 비행기표 당일에 공항에서 살 수 있다는 거 처음 알았다. 5분에 1대씩 뜨는지라 좌석은 있지만 여기서 사면 얄짤없이 정상요금 10만원 다 줘야 한다. 곱게 인터넷에서 끊자.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수하물은 무게 10kg 이내, 3변의 합 115cm 이내를 충족해야 한다. 비행기 늦게 타면 선반에 올려놓을 공간 없어서 개고생 당첨. 수하물로 부친다고 해도 내 짐이 일찍 나올 거라는 보장 따위는 없다. 수속을 마치고 에어사이드로 입장!
OZ8971편은 탑승교를 사용하지 않고, 리모트 게이트를 이용한다. 당일 오전에 김포-하네다/김포-상하이(홍차오) 국제선 노선을 비행한 항공기를 오후에 8971/8970편으로 제주로 돌리기 때문에, 버스 타고 국제선 주기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 덕분에 탑승교를 올려다보는 흔치 못한 경험도 해 보았다.
주기장까지 이동하는 게 은근 골때린다. 그냥 앞 비행기 타서 편하게 보딩브릿지 쓸 걸 그랬나... 탑승교 넘어 보이는 수많은 비행기들의 목적지가 모두 제주라고 생각하면... 참 대단한 동네다. 15:00 정각에 출발하는 OZ8971편은 무조건 리모트 게이트 당첨이므로, 죽어도 탑승교에서 보딩해야 하는 사람들은 미리 피해서 예매하는 게 좋다.
명색이 FSC라고 신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택지는 상당히 넓은 편이며, 코리아 타임스를 비롯한 영자신문 역시 마련되어 있다. 신문은 리모트 게이트 가는 버스 타기 전에 챙겨야 한다.
리모트 버스로 약 5분 정도 달려 드디어 항공기에 탑승할 시간. 오전에 국제선 뛰고 온 광동체 A330 기종이 반겨준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그니처인 색동날개. 현산에 매각되어도 설마 꼬리날개 도장까지 바꿀까 개인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도장은 세계 원탑급이라고 생각한다. 도장 말고 서비스 원탑이 될 생각은 없는거냐
리모트 게이트에서만 찍을 수 있는 선명한 항공기 옆 모습 하나 남기고, 서둘러 기내 안으로 이동했다. 늑장부리다가 좌석 위 선반이 다 차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는 무조건 빨리 타고 빨리 내리는 게 진리.
원래는 국제선 노선에 투입되던 기종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 30석 세팅되어 있다. 국내선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판매하지 않는 아시아나항공은 이 좌석을 자사 우수고객에게 우선 배정하고 있는데, 아시아나클럽 다이아몬드 회원 이상이라면 좌석 선택 시 비즈니스 좌석을 무료로 점유할 수 있으므로 놓치지 말자. 비즈니스 좌석은 OZ8971편을 비롯한 소수의 항공기에만 마련되어 있다.
비루한 이코노미 클래스로 넘어가자. 이코노미 클래스 가장 앞 열인 10열은 벽에 아예 모니터가 박혀 있다.
내가 앉을 자리인 11A열의 모습. 국제선, 그것도 최고의 상용노선인 김포 베이스 하네다/훙차오 노선에 투입되는 기재인지라 국내선 치고는 상당한 오버스펙으로 무장해 있다. 모니터는 기본에 베개까지 달려있는 OZ8971편.
이코노미 클래스 기준 좌석간격은 31~32인치, 2-4-2 배열이다. 일반적인 저가항공 LCC의 3-3 배열 협동체보다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
큼지막한 모니터. 면세점 광고가 나오고 있지만 당연히 국내선에서 기내면세점 따위는 꿈도 꿀 수 없다. 훗날 국제선 타고 갈 여행을 기약하는 걸로.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한 아시아나 A333의 시트피치. 풀서비스 캐리어 좌석에 익숙해지면 두 번 다시 저가항공 못 탄다.
이것저것 사진을 찍는 사이 OZ8971편은 국제선 주기장을 슬슬 빠져나가 이륙 준비를 시작한다.
이륙 순서가 많이 밀리지 않아 활주로에서 시간낭비 없이 바로 테이크 오프. 사실 보딩이 이미 10분 지연되긴 했다. 아시아나는 항상 똑같은 핑계를 대면서 지연을 합리화하지 '항공기 연결관계' 이륙하자마자 서울과 수도권의 광활한 아파트숲이 내려다보인다.
국내선 음료서비스와 어째 단거리 국제선보다 국내선 음료가 훨씬 다양한 느낌인데 미리 브릿지에서 가져온 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핸드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에서 해방될 수 있는 시간을 그냥 창 밖이나 보면서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집값 안정화된다는 망발을 일삼는 정부가 퍽이나 부동산을 잡겠다
국내선 항공기에 달린 모니터에서는 Just for Laugh라는 미국 개그 영상 하나만을 주구장창 틀어준다. 개인적으로 소리도 없이 이 방송 보느니 차라리 모니터를 끄는 게 낫다고 생각. 중간중간 나오는 에어쇼만 아니면 진작에 꺼버렸다. 신문 다 읽기 전까지 나에게 모니터는 그냥 장애물에 불과함...
신문 다 읽고 나니 어느새 비행기는 목포를 지나 남해로 들어가고 있다. 제주공항까지 얼마 안 남아 보였지만 제주도 끼고 크게 반 바퀴 선회하느라 20분은 더 갔다(...) 신문 하나 더 갖고올걸 그랬나 엄청 후회하던 순간. 에어쇼도 5분 넘게 보면 지루하다.
드디어 랜딩을 준비하는 OZ8971편. 착륙 직전 왼쪽 창(A열) 너머로 이호테우해변이 보인다. 빨강 파랑 목마 모양을 한 등대가 인상깊은 편. 이걸로 이호테우해변 관광을 마치고 제주공항에 도착!
알고보니 제주공항 도착해서도 리모트 게이트를 쓰는 이 미친 상황은... 김포에서야 그렇다 쳐도 내릴 때까지 왜 버스를 타야 하는데...??? 상당히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지 뭐. 탑승교 내놔
활주로 내려서 온갖 뻘짓은 다 하고 들어와서 공항 도착장으로 나왔을 때 내 수하물은 이미 벨트를 돌고 있었다.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덕분에 내리자마자 짐 찾아서 시내버스 타고 호텔로 이동 ㄱㄱㄱ
제주공항의 시그니처, 야자수와 조우하고 바로 옆에 위치한 시내/연동 방향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 탑승. 목적지 하워드존슨 호텔이 공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처음에는 걸어갈까 생각도 했는데, 캐리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얌전히 버스를 타기로 결정... 호텔 포스팅은 다음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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