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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hina/베이징 Beijing

20200114. 천안문 광장과 국기하강식

중국국가박물관을 나와 다음 행선지로 잡은 곳은 바로 옆에 있는 천안문 광장. 중국에 대해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천안문 광장이라는 이름만큼은 알 정도로 유명한 '그곳'이다.

중국 현대사에 숱한 족적을 남겼던 천안문 광장. 천안문에 걸려있는 마오쩌둥의 초상화는 그 무수한 소요사태를 두 눈으로 보며 과연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드넓은 천안문 광장. 시위하기엔 더없이 좋은 공간적 구성이었지만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 때문에 이곳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의사표현도 금지된다고 한다.

5m 간격으로 공안이 한 명씩 광장을 지키고 있기, 아니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허튼 생각은 자동적으로 하지 않게 되는 위압감.

천안문 광장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 인민영웅기념비. 비석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여기서도 철통같은 공안의 감시가 있으니 함부로 타넘을 생각은 하지 말 것.

천안문 광장의 왼편에는 중국의 의회 격인 인민대회당 건물이 있다. 뉴스에서 한 번쯤은 다들 봤을법한 건물.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 하고, 무엇보다 국가박물관 들렀더니 문을 닫아서(...) 내부관람은 하지 못했다.

중국국가박물관, 인민대회당 등의 관광지(?)는 대부분 오후 5시 되면 문을 닫아버리니 계획 짤 때 참고하자. 마오쩌둥 주석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모주석기념당의 경우엔 오전에만 입장이 가능하니 여긴 애초부터 포기해버렸다. 사실 가장 가보고싶은 곳이었지만... 여긴 다음에 베이징 스톱오버 하면서 와야겠다.

줌을 당겨서 찍은 천안문의 모습. 천안문과 천안문 광장 사이에는 왕복 8차로가 넘는 거대한 대로가 있다. 워낙 도로가 커서 차들은 그리 밀리지 않고 쌩쌩 달리는 것 같았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크게 내걸려 있는 천안문 광장. 매일 해 뜨는 시각/해 지는 시각에 맞춰 국기를 게양하고 하강하는데, 이게 아주 큰 볼거리이니 놓치지 말자.

일반적으로 국기게양식이 국기하강식보다 화려하게 진행되는데, 레이오버 하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해 뜨는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게양식도 나중에 스탑오버 하면서 봐야겠다.

하강식까지는 40~50분이 남았길래 천안문 광장 여기저기 둘러보고 존버타기 시작. 사실 광장 자체는 열심히 놀면서 사진 찍어도 2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정말 평범한 광장이기 때문(...)

대포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관광객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비용이 얼만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혼자 왔고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면 이걸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시간이 널널하게 남아서 뭐 하지 하다가 '타이완 남바완' 적은 종이 들고 인증사진도 남겨보고...

영어로 쓰면 혹시 공안이 와서 잡아갈 수도 있으니까 소중한 우리말로 썼다는 후문. 셀카로도 남기고 싶었지만 도저히 구도가 안 나와서 포기했다.

또 지겨워서 광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남겨 보았다.

1월 14일의 국기하강식 시작시간은 17시 13분. 매일매일 바뀌는 시간을 알려주는 중국 홈페이지가 있는데, 링크를 까먹었다(...) 무튼 여름에는 18시까지 늘어지고 겨울에는 17시까지 당겨지니 미리 알아보고 가면 정확하게 동선 짤 수 있다.

날씨가 더럽게 추웠지만, 17시가 넘자 어느덧 국기게양대 앞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

17시 10분쯤. 드디어 군인들이 천안문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수십 명에 달하는 군인들이 절도 있게 군화소리 내면서 행진하는 모습이 볼거리. 타이완 중정기념당 교대식 따위는 쨉도 안 되는 규모였다.

당연하겠지만 왕복 8차로의 대로를 건너서 와야 하므로 하강식 시간에 맞춰 도로는 통제된다. 대가리의 지시를 받으면서 군인들은 계속 걸어온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건너고...

국기게양대 앞을 한 바퀴 크게 돌면서 각자의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군인들. 사실 국기를 직접 내리는 사람은 두셋뿐이어서 나머진 전부 들러리 서있다.

하늘이 확연히 어두워지는 것이 보일 것이다. 20분 차이로 밝았다 어두워지는 전형적인 겨울 하늘. 아쉽게도 이날 노을은 보지 못했다.

군인들 확대샷. 얘네도 나름대로의 빡센 선발기준으로 통과된 소수정예의 병사들일 것이다.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면 이 친구들도 천안문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누려나.

무튼 군인들은 다들 정자세를 취하고 있고, 드디어 해 뜨는 시간에 게양되었던 오성홍기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관광객들은 모두 카메라나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 동영상 촬영의 삼매경에 빠져있다. 셀카봉을 들고 양옆에서는 전부 이 상황을 실황중계중이었을 정도.

천안문 광장은 외국인에게도 유명하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죽기 전에 꼭 와보고 싶은 장소라고 한다. 저 멀리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베이징에 여행 와서 반드시 들르는 곳이 이곳 천안문 광장이라고. 그러니 온 동네방네 실황중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중국 지방에서 베이징 오는 건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의 느낌일테니. 저 멀리 광저우같은 곳에서 오는 건 우리나라로 따지면 저 멀리 일본쯤 가는 것과 비슷하다. 더군다나 중국에선 우리처럼 밥 먹듯이 여행하는 게 자유롭지 않다는 걸 생각하자.

다 내려온 국기를 향해 경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한 군인과 국기를 묶어 수거할 준비를 하는 다른 군인의 모습.

국기가 완전히 내려오면 돌돌 말아서 다시 가져가게 되는데, 이때 군인 동작이 정말 볼만하다. 칼같은 동작이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릴 정도로 각잡고 접는다.

순식간에 국기하강식을 마치고 다시 퇴장하는 군인들. 천안문에는 어느새 야간 조명이 켜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 10분에서 15분 정도 진행되었던 것 같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문화 속에 녹아들어가 정말 칼같이 진행된 천안문 광장의 국기하강식. 시간 맞춰서 볼 가치는 충분했던 것 같다.

퇴장하는 군인들과 서둘러 돌아갈 채비를 하는 관광객들의 모습. 국기하강식이 끝난 후, 그러니까 해가 진 후에는 천안문 광장에 관광객이 남아있을 수 없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중국이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뭐.

군인들이 퇴장해서 천안문 뒤로 이동함과 동시에 광장에 깔려있는 수많은 공안들이 사람들을 내몰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인간들의 러시가 시작되는데, 이 사람들이 죄다 지하철로 몰려가기 때문에 지하철 1호선 내부에서 약간의 혼잡은 각오해야 한다.

다만 서울에서의 출퇴근길 지옥철을 매일같이 버텨내는 사람들에겐 이 정도면 쾌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적당 혼잡도를 유지한다. 커트맨이 있어서 차내 과도한 혼잡이 일어나지는 않도록 알아서 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또 1시간 30분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호텔로 돌아간 이후, 간단히 밥도 먹고 샤워도 마치고 조금 쉬다가 뮌헨행 비행기를 타러 이동했다. 레이오버 시간을 나름 알차게 쓴 것 같아 대만족하면서, 뮌헨으로 날아갈 준비 끝!